오바마와 롬니 두 대통령 후보가 텔레비젼에 동시에 등장한 10월 3일 토론에서는 예상을 뒤엎고 오바마가 무기력했던 반면 롬니는 예리한 답변과 공격으로 기선을 잡았다. 이 토론이 끝난 뒤 오바마와 롬니는 한치를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각축전을 벌이게 되었다. 토론이 있기 전에만 해도 여유있게 대선을 준비하던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오바마는 상원의원시절부터 유창한 달변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에게는 사람의 이목을 끄는 매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언변이 뛰어나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게다가 4년의 국정경험이 있기 때문에 텔레비젼 토론에서는 롬니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위에 서 있었다. 그런 점에서 1차 토론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정도로 여겨졌다. 그런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롬니는 텔레비젼 토론을 앞두고 수차례에 걸쳐 모의실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실제 토론을 하는 곳과 꼭 같은 스튜디오에서 오바마 역할에 오하이오주 출신 상원의원인 롭 폴트만을 세웠고, 그에게 오바마와 같은 제스처와 말하는 흉내를 내도록 했다. 이들이 얼마나 철저했는지 폴트만 상원의원이 토론연습 모두에 던진 말을 실제 토론에서 오바마가 비슷하게 하자 공화당 캠프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고 전해졌다.
롬니는 또 자신에게 향해진 일자리문제 등을 회피하는 한편, 오바마의 외교정책, 조세정책, 의료보험정책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함으로써 토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한편, 오바마는 스스로를 롬니보다는 도덕적, 지성적으로 뛰어난 사람이라고 자부해왔고 또 그악스럽게 돈을 모은 롬니를 인간적으로 매우 싫어하였다. 그래서 토론 자체에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았으며 시청자들은 자신의 인간적 매력과 경험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무려 6개월간 공화당 후보경선을 거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롬니는 오바마가 상상한 것보다는 훨씬 준비가 잘 된 후보였다. 롬니의 공화당 경선테이프를 돌려본 민주당 선거캠프에서는 롬니가 뛰어난 연설가이며 토론가임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이를 준비하려 했으나 시간은 오바마의 편이 아니었다. 10월 3일의 텔레비젼 토론은 오바마를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한 롬니의 승리로 막을 내렸고, 오바마는 10월의 선거캠페인을 힘들게 꾸려나갈 수밖에 없었다.
수퍼 허리케인 샌디가 오바마를 도와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오바마는 사실 플로리다 캠페인을 예정하고 있었으며 플로리다 올랜도에선 오바마가 참석해야만 하는 회합들이 예정되어 있었다. 시카고 선거대책본부에서는 시카고에서 올랜도로 가는 공군1호기를 돌려 워싱턴으로 직행하지 않으면 모든것이 늦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대통령을 워싱턴 상황실로 가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최상의 것으로 판명되었고, 오바마는 자신의 선거보다는 국가적 위기를 더 중시할 뿐만 아니라 위기를 적절히 타개해나간 지도자란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었다.
문재인 후보도 안철수 무소속후보와의 텔레비전 토론이 준비되어 있다. 민주당 캠프관계자들은 오바마와 롬니의 1차 텔레비전 토론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번 토론은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이 보기 때문에 사실상 대통령 후보들간의 토론이라고 봐야 한다. 비록 여당후보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오바마는 상대를 얕잡아보는 실수를 범했고 정책이슈들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하였다. 민주당 캠프에서는 롬니가 그랬듯이 여러번에 걸쳐서 텔레비젼 토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에게는 이번에 예정된 텔레비전 토론이 유일한 토론이 될 것이다. 상대방을 헐뜯는 흑색전략은 반드시 부메랑이 된다는 것은 미국 대선에서 여러차례 입증된 것이니 이는 적극 지양해야 한다. 대신 정책에 관한 확신과 후보가 열어보일 한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여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히 나은 후보임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남은 대선캠페인을 쉽게 끌어갈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