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재인 후보는 마침내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 이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본선 결전을 앞두고 있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온 25퍼센트의 유권자들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본선결과를 가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은 안철수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유권자들이 많아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높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후보의 지지는 높아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미 대선 유권자들의 지형도를 분석해보는 것은 우리 대선을 앞두고 많은 시사점을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한다. 아래 글은 특히 문캠프에서 일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쓴 것이다.
올해 미국 대선은 예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바마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전체투표에서는 겨우 4퍼센트의 차이에 그쳤으며 전통적인 야당지역과 여당지역이 확연히 구분되고 고착화되었다. 즉, 서부와 동부 해안에 인접한 주들과 북부의 몇 주를 제외한 중부내륙은 거의 붉은색으로 도배되었다.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이번 대선을 분석해보면 대도시 거주자일수록(인구밀집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저소득층일수록, 여성일수록, 유색인종일수록, 그리고 젊을수록 오바마를 더 많이 지지했고, 고소득층, 남성, 백인, 노년층, 소도시 및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은 롬니를 더 많이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뚜렷한 차이는 개인소득과 지지후보간의 상관성이다. 횡축에 소득을 두고 종축에 공화당 지지율을 둔다면 소득 8만달러까지는 소득이 오를수록 공화당후보를 지지하는 율이 가파르게 상승하지만 8만달러를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공화당 후보 지지율이 거의 표나지 않을만큼 상승하는 완만한 형태를 보인다. 미국 개인평균소득이 4만달러 (가계평균소득은 5만 5천달러)정도임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공화당 지지율 50퍼센트인 지점이 소득 8만달러임을 감안한다면 민주당 후보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를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면 매우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앤드류 겔만 콜럼비아대 교수와 아비 펠러 하바드 대학원생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소득과 지지후보간의 상관성 이면에 놓인 다양한 변수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소득과의 상관성을 보자. 빈곤층이라 불리는 소득 3만달러 이하의 유권자들은 루이지애나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오바마를 선호했고, 차상위계층인 3만~5만달러 유권자들은 내륙 다섯개주를 제외하고는 오바마를 선호했다. 그리고 중산층인 5만~10만달러 유권자들은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레드주, 블루주의 특성을 나타냈고 상층이라 불리는 소득 10만~20만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롬니를 지지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캘리포니아 북쪽에 위치한 오레건과 워싱턴주의 경우 소득 5만~10만의 유권자들은 롬니를 선호한 반면 오히려 소득이 더 높은 10만~20만의 유권자들은 오바마를 지지하였다.
소득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 것은 나이대였다. 18~29세, 30~39세, 40~64세, 64세 이상의 네 가지 연령대가 보인 지지후보는 위의 소득구분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18~29세 유권자들은 거의 전 지역에서 오바마를 지지했고, 30~39세의 유권자들은 소수 몇 개 주를 제외하고는 오바마를 지지했으며, 40~64세의 유권자들은 지역에 따라 선호도가 갈렸고, 노년층은 압도적으로 롬니를 지지했다. 이는 이번 선거가 전통적인 소득별 편차를 보일 뿐만 아니라 세대간 격차도 격심함을 나타낸 것이다.
한편, 여성은 소득 3만달러 이하와 유사한 행태를 보였고 (오바마 지지), 남성 유권자는 소득 10~20만달러와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롬니 지지). 몰론 유색인종은 압도적으로 오바마를 지지했으며 백인은 압도적으로 롬니를 지지했다.
이 출구조사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보통 미국 선거를 이야기할 때에 레드주(공화당 우세주)와 블루주(민주당 우세주)로 대별하는데, 이를 소득계층, 성별, 인종, 나이로 구분해보면 반드시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식이 들어맞지 않음이 증명된다. 즉, 레드주라도 소득이 현저히 낮거나 여성이거나 젊은이들은 압도적으로 오바마를 지지하며, 블루주라도 소득이 상층에 속하거나 백인남성이거나 노인들은 롬니를 지지한 것이다.
선거인단을 뽑지 않는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에 이를 대비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즉, 소득이 낮을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여성일수록 야당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분류에 속하는 유권자들의 숫자가 얼마나되며, 또 그들이 실제로 투표장에 나오는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를 가능한 정확히 추산하는 일이다.
만약 미국 대선의 결과가 우리에게도 다소 적용된다고 가정한다면 (나는 이 가정이 맞다고 믿는다) 선거전략을 짤 때에 다음 사항들을 유념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를 부각시켜야 한다. 특히 박근혜의 경제민주화정책이 결국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정책임을 공격하여야 한다. 이 전략은 저소득층, 젊은이, 여성들에게 매우 민감한 정책이다.
광범위한 복지정책 중에서 특히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실업보험, 노인들에 대한 경로보험 등의 정책을 부각시켜야 한다. 이는 집토끼를 챙기고 산토끼를 포획하는 방법이다.
소득이 어느정도 이상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는 연 소득 5천만원 이상) 그 이상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여당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그다지 많이 상승하지는 않는다. 미대선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유권자들은 어느정도 소득수준이 되면 경제문제보다는 사회문제에 더 관심을 둔다. 오레건과 워싱턴, 그리고 월스트릿이 있는 뉴욕시티 등 대도시 고소득 전문가들은 상상밖으로 진보적인 사람들이며 이들은 정부가 제대로 돈을 쓰기만 한다면 조세를 더 납부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강남좌파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즉, 여당의 아성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사회문제에서 진보적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사전피임약을 처방전없이 팔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슈를 선점하는 정책이 된다.
우리나라 선거를 더 이상 지역구도로 봐서는 안된다. 미 대선에서 보여진 바와 마찬가지로 지역구도로 보여지는 선거행태의 이면에는 세대간, 소득간, 인종간, 성별간 예리한 격차가 존재한다. 문재인 대선캠프는 이 점을 특별히 유의해서 봐야 한다.
만일 사회적 이슈에서 진보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면 더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배척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즉 하이트 교수가 말한 것처럼 소득이 낮을수록 국가주의적인 경향이 있고 보수적이기 때문에 사회이슈에서 진보적이기가 꺼려질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먹고사는 경제적 이슈, 즉 일자리와 사회보장이므로 그들에게 진보적 사회정책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덜하다. 안보에 대한 불안감만 해소된다면 그들은 경제적 이슈에 반응할 것이다. 그러나 고소득층에게는 경제적 이슈보다는 사회적 이슈가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사회적 이슈에서 진보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실보다 득이 훨씬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