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산에서 ×104봉을 바라본다)
무명의 ×104봉,
지독한 잡목에 후회가 되었습니다.
편안한 길 놔두고 왜 가시밭길 고행인가
다시 빽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되돌리기엔 조금전 괴롭히던 가시잡목이 끔찍했습니다.
이곳이 딱 중간지점 이었거든요.
배낭을 베고 누워 여기 숲 내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땀에 젖은 볼을 마른 풀잎에 부비었습니다.
조용한 숲 속에 갑자기 작은새 두마리가 분주히 움직입니다.
황토빛 몸에 쳥색깃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동고비였습니다
그들은 파리릿! 파리릿! 날개짓 바람소리를 내면서
누워 있는 내몸 위를 가로 질러 건너편 나뭇가지에 앉았습니다.
하나가 파리릿! 깃 소리를 내며 건너가면
또 하나가 따라가 부리를 상대의 몸에 부벼대고 있었습니다.
그 예쁜 동고비 한쌍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습니다
하늘도 숲도... 아름다운 그 모습을 보고 있었습니다
남녘의 파아란 하늘이 숲 사이로 열려 있네요.
아, 지금은 꽃 처럼 아름다운 하늘입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104봉의 풀내음과 새 봄을 잉태했던 그리운 남녘의 하늘을.
첫댓글 시인이 되셨습니다.혼자만의 산행에서 느끼는 여유로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