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차의 발전을 위한 제언
제다기계를 활용하여 하동차의 경쟁력을 확보하자.
간난신고했던 근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우리차는 그 명맥이 거의 끊어질 뻔 하였으나, 1970년대에 들어 부활하게 되었다. 한국차인회의 성립과 초의 다신전에 기반한 우리솥덖음차의 복원을 선도한 선친의 유업을 이어받은 나는, 대만다업개량장장 오진택의 논문집과 오각농 등인이 펴낸 중국다경을 참고하여 우리차의 과학화와 현대화에 힘써왔고, 우리 찻잎으로 육대 다류의 차를 모두 만들게 되었다.
선친은 초의 다신전 조다편의 과鍋가 육우 다경의 부釜와 다르다는 것에 착안하여 여러차례의 개량을 거쳐서 스테인레스스틸로 만든 찻잎덖음솥을 개발하였다. 2000년 선친의 별세 후에 나는 대만제 차엽초청기(茶葉炒菁機. 전동식 원통형 찻잎 덖음 솥)과 절강산 유념기(揉捻機. 비빔기계)를 이용하여 차를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그동안 2003년 대한민국 명차상을 비롯하여 국내외 명차상을 20 여회 수상하였다.
요즈음 봄차 만들기가 한창이다. 우리 세 식구가 일평균 50kg의 찻잎을 차로 만드는데, 만약에 초청기와 유념기가 없다면 골병 들 일이다.
차 만들기에 있어서, 덖어 익히기 만큼이나 덖어 말리기도 중요하다. 덖어말리기의 시작 온도는 160도씨를 기준으로 삼고, 찻잎의 양과 여물기, 만드는 차의 종류 등에 따라 조절한다.
차가 말라가면 온도를 점점 낮추어 준다. 쇳소리가 나고 흰털이 자욱하면 100도씨 정도에서 꺼낸다.
온돌방에 후숙시키면서 남은 수분을 줄이고 향미를 북돋운다. 저장성도 좋아진다.
꼬불꼬불한 것은 찻잎을 솥벽에 부딪혀서 그러한데, 잎줄기의 물기가 없어지고 담기도 수월해진다.
막 만든 차를 맛본다. 형색을 위주로 살피고 향미의 두터움과 종류 등으로 그 발전성을 짐작한다.
맑고 밝은 금황의 찻물빛. 경(輕)발효 청차(靑茶, 우롱차)의 빛깔이다.
바닥의 가루와 표면의 흰털은 마무리덖기로 없애고나서 담는다.<200504春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