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전신(轉身)
위산(潙山)이 어느날 방장에 누웠는데 앙상(仰山)이 들어오거늘
선사가 몸을 뒤쳐
안쪽을 향해 누웠다. 이에 앙산이 말하였다.
“저는 화상의 제자입니다 .인사를 차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자 선사가 일어나는 시늉을 하거늘,앙산이 나가 버리니 선사가 불렀다.
“적자(寂子)야!”44)
앙산이 고개를 돌리거늘 ,선사가 불렀다.
“내 꿈 이야기를 들어라.”
이에 앙산이 듣는 시늉을 하니 ,선사가 말하였다.
“해몽을 해 다오.”
앙산이 물 한동이 , 수건 하나를 갖다 주니,선사는 세수를 끝냈다.
향엄이 나중에
들어오거늘 ,선사가 말하였다.
“내가 방금 적자와 한바탕 신통을 부렸는데 여간치 않더군.”
향엄이 말하였다.
“저도 아래쪽에서 다 알고 있었습니다.”
선사가 말하였다.
“ 그대 일러 보라.”
향엄이 차 한 잔을 끓여 오거늘, 선사가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두 람의 신통이 추자(鶖子)45)나 목련(目蓮)보다 뛰어낫구나!”
법진일(法眞一)이 송했다.
물을 떠나 차를 달여 기회를 안 놓치고
꿈을 따라 해몽하니 시기를 잘 아네
이래야 비로소 선타객(仙陀客)46)이라 하리니
추자의 신통이 어찌 그에게 미치랴?
숭승공(崇勝珙)이 송했다.
한 동이 물과 한 잔의 차여
세수한 뒤에는 그 맛이 더욱 좋다.
제방(諸方)에서 해몽한 수효는 많으나
두 스님의 해몽만큼 정확한 이 있으랴?
선객[禪流]들이 알지 못하니,시비를 그만두고
영조(靈照)와 단하(丹霞)에게 물어보아라.
백운병(白雲昺)이 송했다.
늘그막에 무심히 잠만 자더니
까닭 없이 꿈 얘기로 해몽을 하라네.
차 달이고 물을 떠와 무엇을 했는가?
화악(華岳)의 세 봉우리,하늘을 가리키네48)
대홍은(大洪恩)이 염했다.
“세 분의 잠꾸러기 스님들이 꿈속에서 꿈 이야기를 하니,같이 이야기할 여지가 있으랴. 그러나 그 사이에 얻은 이와 잃은 이가 잇고 ,옳은 이와 그른 이가 있는데,누군가가 가려내면 지혜와 신통이 목련(目蓮)과 추자(鶖子)보다 나을 뿐 아니라,해공(解空)49)제일 까지도 겸했다 하리라.”
법진일(法眞一)이 염하였다.
“저 두 분의 동작을 보라. 벌레가 나무를 먹는 것 같은가,아니면 쪼고 쫌이 동시에 있었는가? 무엇을 추자의 신통이라 하리요? 설사 문수(文殊)가 몸소 오더라도 겁을 주지
못 하리라.말해 보라. 이 두 사람은 어떤 안목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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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앙산의 이름이 혜적(惠寂)이므로,밑 자 하나만을 따서 적자라 한 것이다.
45)사리불의 뜻 번역이니,부처님의 제자 중 지혜가 많기로 이름난 사람이다.
46)속마음을 알아 주는 사람이란 뜻이다.
47)이 두 사람이 남의 눈에 잘 뜨이게 살았으므로 그에게 가서 물으라 했다.
48)산봉우리가 하늘을 가리키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듯이,불법은 평상한 곳에 있다.
49)모든 것이 공하다는 원리를 아는 지혜이니,이 지혜를 얻은 이로서는 수보리 존자를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