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수 ＜논쟁으로 든든히 세워지는 개혁교회＞

[사계四季]

폴레믹스(논쟁)를 통해 든든히 세워지는 개혁교회

고재수 교수

    화란 개혁교회에는 신앙과 교회생활을 다루는 잡지가 많다. 그 중에 {개혁}이라는 잡지가 있다. 전국적인 주간지로서 주마다 20 쪽 이상으로 발행된다. 또한 지역에서 발행되는 교회 잡지도 셋 있다. 거기에는 지역 교회 소식과 노회 소식, 그리고 교회 생활에 대한 글들이 실린다. 또 한국의 주보와 비슷한 간행물도 있는데, 그 수는 200 개 이상이며, 달마다 한두 번씩 정기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거기에서 주로 취급되는 것은 예배, 모임, 교우 소식 등이지만 목사가 교회 생활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다루는 것도 적지 않다. 그 외에 화란 개혁교회에서는 개혁 일간지도 발행하고 있는데, 그 신문은 국내와 국제 뉴스뿐만 아니라 교회 안팎 많은 문제도 다루고 있다.

    이 같은 여러 종류 잡지 및 신문에서 ‘폴레믹스’란 용어를 가진 난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어떤 사람의 견해를 인용하고 그것을 반박하는 성격을 가진 글이다. ‘폴레믹스’란 말은 ‘전쟁’을 의미하는 헬라어의 ‘폴레오스’라는 어휘에서 유래됐다. 폴레믹스 같은 글에서 필자는 그대로 자기 견해를 설명하지 않고 다른 사람 글이나 편지를 인용하고 비평함으로써 문제를 다룬다. 화란 개혁교회는 다른 교단 사람뿐만 아니라 교단 내 사람과도 폴레믹스를 자주 한다.

    최근 다른 교단 잡지에 폴레믹스를 반대하는 글이 실렸는데 앞서 언급한 주간지 {개혁}에서 그것을 곧장 반박하고 나섰다. 폴레믹스에 대한 폴레믹스인 셈이다. 다음에서 폴레믹스에 대한 이 폴레믹스를 좀 소개하고자 한다.

    폴레믹스 역사

    칼빈이나 다른 개혁자들이 폴레믹스 글을 많이 썼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폴레믹스를 반대하는 소리도 항상 있어 왔다. 예를 들어 화란에서 처음에 분리된 두 개혁교회가 1892년에 하나가 된 후에 폴레믹스는 잡지에서 단골손님이 돼 버렸다. 그 교회들이 자기 역사적 배경뿐만 아니라 자기 습관과 전통도 그대로 가진 채 연합했기 때문에 그들은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명백한 의견 차이 때문에 같은 교회 내에서 잡지를 통해 견해를 밝히고 서로 비평하는 것이 흔한 일이 돼 버렸다.

    그때 한 노회에서 “같은 교회 사람들 견해가 다양하지만, 그 차이가 공적으로 토론되는 것이 좋은 일인가? 이런 폴레믹스가 금지되면 화평을 위해 유익하지 않을까?”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를 연구하는 위원회를 두자.”고 총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1896년 총회는 그 요청을 거부했다. 그 주된 까닭은 두 가지였다. 첫째, 논쟁의 차이가 개혁신앙 고백 범주 안에 있다는 까닭이었다. 둘째, 이런 문제의 토론은 더 정확한 지식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까닭이었다. 그래서 1896년 총회는 폴레믹스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물론, 어떤 사람이 고백서에 나타난 교리를 반대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교회는 고백을 지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총회는 토론 역시 그것이 고백의 한계 안에 있는 한 그 결과를 긍정으로 생각했다. 사람들이 진실하게 서로의 견해를 비평함으로써 교회와 신앙 생활을 이해하고 성장하는데 퍽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고 총회는 확신했다. 때문에 총회는 개혁교회 안에서 논쟁의 자유를 계속 허락했다.

    폴레믹스를 쓴 20세기 유명한 개혁자 중 한 사람은 스킬더(K.Schilder)이다. 그는 20 년 이상 {개혁}에 논쟁문을 썼고, 그럼으로써 많은 문제에 대한 해결의 길을 보여줬었다. 한 번은 다른 교파 목사가 개혁교회를 비평했을 때 스킬더는 그에게 자기 견해를 글로 발표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스킬더는 그 글을 {개혁}에 완전히 수록하고 토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모든 독자들 관심은 ‘누가 옳은가?’ 하는 문제에 집중됐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폴레믹스를 반대하는 자가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교인들이 폴레믹스를 읽지 않도록 신학자들이 라틴어로 논쟁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폴레믹스에 대한 비판

    지난해 말에 폴레믹스를 반대하는 글을 한 사람이 발표했다. 그 글에서 지은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나 이단적인 견해에 대한 논쟁을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명백한 거짓말, 이단적 견해들이 논박돼야 함을 분명히 말하면서 다른 문제도 있다고 했다. 즉, 교회 안에서 토론되고 견해가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는 그러한 문제에 대해 폴레믹스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그런 경우 상대방 의견을 인용하고 공적으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 까닭으로 그는 세 가지를 들었다.

    이러한 문제는 종종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다. 교회에 잡지가 많을 때 충분한 원고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 견해를 인용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은 그것에 관한 폴레믹스 역시 중요하지 않다.

    교회 밖의 사람이 받을 인상을 고려할 때 폴레믹스를 반대하는 둘째 까닭이 성립된다. 불신자는 교인들이 서로 반박하는 글을 볼 때 조롱할 것이다. 그들 눈에는 토론된 문제가 아주 조그만 것인데, 교인들이 세상의 중요한 문제를 무시하면서 작은 것만을 토론하는 것처럼 비칠 것이다. 그런 인상은 교회의 이름을 위해서 좋지 않다.

    폴레믹스를 반대하는 셋째 논증은 그러한 폴레믹스가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한 번 견해를 취한 후에는 폴레믹스를 통해 그것을 바꾸지는 않는다. 폴레믹스를 통해 반대를 받은 자는 일반적으로 자기 견해를 이전보다 더욱 굳게 붙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이 그가 폴레믹스를 반대하는 까닭이었다.

    폴레믹스가 필요한 까닭

    화란 개혁교회 안에서는 신자든 불신자든 사람들 견해를 공적으로 비평하는 글을 흔히 쓴다. 따라서 교회에서 폴레믹스에 대한 비평을 토론하는 것이 마땅하다. 출발점은 창세기 3장 15절 하나님 말씀이다.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이 세상에는 평화가 없고 적개심이 있다. 하나님을 향한 적개심은 늘 하나님의 백성을 대적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 대적은 글의 모양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하나님의 백성과 하나님의 백성이 믿는 것을 대적하는 글이 있으니 그 믿음을 옹호하는 글도 있어야 한다. 그때 폴레믹스는 꼭 필요하게 된다. 그 적개심은 구약시대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고 신약시대에도 계속된다. 에베소서 6장 10절~20절 배경이 바로 그것이다. 신자는 믿음의 싸움을 싸운다. 이때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싸움을 위해 무기를 주시는데 “진리의 허리띠, 의의 흉배, 평안의 복음의 신, 믿음의 방패, 구원의 투구 및 성령의 검”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싸움은 명백하게 교회 밖 사람들과 해야 할 성질의 것이다. 폴레믹스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래도 의문이 제기된다. ‘교회 안에서도 과연 폴레믹스가 필요한가? 신자는 같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가?’ 참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두고 신자조차도 잘못 생각할 수 있다. 또 신자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후자부터 먼저 생각해보자. 사람은 글을 쓸 때 본의 아니게 중요한 것을 빠뜨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가 제시한 내용은 일면적이고 그 글의 내용은 충분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신자는 잘못 생각할 수도 있다. 신자는 현세에서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성령님은 신자 안에 거하시고 성화에 이르도록 역사하시지만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는 그 일이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신자가 글을 잘못 쓸 때, 다른 신자는 그것에 대해 반대하는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성경에는 신자들이 서로를 훈계해야 한다는 명령이 있다. ‘오직 오늘이라 일컫는 동안에 날마다 피차 권면해…….’(히 3:13), 또 신자는 그런 것을 통해 새 것을 배울 때마다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시 141:5) 사도 바울은 서신서에서 신자들에게도 훈계를 했는데 어떤 의미로는 신약교회 폴레믹스가 시작된 셈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이처럼 좋은 폴레믹스는 교인들을 돕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폴레믹스 반대에 대한 대답

    폴레믹스에 대한 반대는 부분적으로 옳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교회에서는 논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쓸거리를 찾기 위해 폴레믹스를 한다면 그것은 좋은 까닭이 못 된다. 그렇게 되면 중요하지 않은 주제를 논의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 분명해진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에 대한 폴레믹스도 항상 가능하다.

‘교회 밖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이 폴레믹스를 반대하는 다른 까닭이었다. 교회를 반대하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나 그것을 위한 까닭을 찾고자 한다.

    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그들이 교회를 비판할 때 ‘왜 신자는 못하느냐?’는 것이다. 교회 안 폴레믹스가 날카롭고 사랑이 없는 경우 교회 밖 사람들이 이를 비판한다면 그것은 옳은 것이다. 성경은 우리가 “거역하는 자를 온유함으로 징계해야 한다.”(딤후 1:25)고 말한다. 그러므로 폴레믹스 동기와 태도는 아주 중요하다. 신자들이 서로를 박대함으로써 불신자들을 교회에 오지 못하도록 막는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 불신자들은 교회 안에서 무엇이 중요하며 어떤 문제에 대한 폴레믹스가 마땅한지 알지 못한다.

    폴레믹스는 소용없는 것이 아닌가? 사람이 한 번 어떤 것을 쓴 후 올바른 비평이 나와도 자기 견해를 고수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은이가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또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라도 폴레믹스가 소용없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이 지은이 그릇된 글을 읽으면서 혼동을 느끼고 오해를 할 그때 폴레믹스는 의심을 제거하고 진리를 재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폴레믹스를 통해 사상이 발전될 수도 있다. 신자는 어떤 주제를 그전보다 깊이 연구해야 하고 자기 확신을 더 잘 옹호해야 한다. 또 폴레믹스가 거듭될수록 신자들은 어떤 문제의 중요성을 더 잘 깨닫고 성경의 의미를 더 정확하게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오늘날 찬송 <성삼위 일체 우리 주로다.>를 많이 부르는데 거기에 나오는 삼위일체란 표현도 고대교회의 많은 폴레믹스가 낳은 결과이다.

    맺는말

    화란 개혁교회에서 이상과 같이 폴레믹스가 인정되고 있다. 오늘까지도 잡지에서 폴레믹스가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2월에 캄펜 신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는 오만(H. M. Ohmann) 교수는 오늘날 이스라엘 백성에 대해 다른 교파 목사와 폴레믹스를 했다. 또 그 신학교 다른 교수도 글을 썼는데 교회 안에서 여러 면에서 비평을 받아서 그 글을 철회하고 말았다.

{월간 고신: 1988년 4월호} 42쪽~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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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후에 ‘고재수 {그리스도와 교회와 문화} (서울: 성약출판사, 2003)’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