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겨울/ 이 상부
1982년 서울 봉천동 산동네 월셋방은 언제부터 아파트가 숲을 만들어 주웠습니다 인공 벽이 바람길을 막고 아토피로 밤잠을 못 이루던 아이들은 옛날을 애타게 찾습니다 지금… 1982년 겨울눈이 펑펑 내리던 밤 가난마저 타는 목을 적실 때 재래시장에서 막 잡은 돼지고기는 비계가 전부였던 보신용 찌게로 변해 그날 내 아버지가 우리가족에게 베푸는 마지막 만찬이었습니다 12월 동장군이 시퍼런 칼을 차고 동상으로 곪아터진 흉부를 도려낼 때 비명 한마디 못 지르던 단칸방 그해 겨울은 유독 추웠습니다 울음소리마저 잠잠히 고여드는 밤 아버진 말없이 누워만 계셨습니다 내 누이가 장의사를 찾아간 이유이기도했습니다 문창호지 틈새바람을 막아준 미닫이문 지난 흔적만이 지금껏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마 가난이란 이름이 올 겨울 도심을 또 춥게만 할 것 같습니다.
2017년 10. 17일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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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간이주는곳 원문보기 글쓴이: 사람과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