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 12수
내가 근무하는 곳에 160여개의 중소기업이 있다.
개개회사마다 아이템이 다르고 회사를 이끄는 경영자의 경영방식과
철학이 다르다. 그런만큼 기업의 희로애락은 천차만별이다.
경제가 어려워졌나보다.
경제가 어럽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2011년 4월 이후부터 우리 빌딩의 전입, 전출이 20~30% 더 늘었다.
흥해서 나가는 기업보다 망하거나 줄이기 위한 기업들로 더 분주해진 듯 하다.
어느 회사는 하루 아침에 사장과 사원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전화, 책상과 케비넷 등을 그대로 놓아둔 채 오리무중인 곳도 보았다.
하루아침에 경매로 주인이 바뀌는 것도 목격했다.
사원은 사원대로 사장은 사장대로 이래저래 잠 못드는 요즈음이다.
그래도 봄은 오고 있다.
저 삭막한 시멘트와 아스팔트 사이로 봄 비가 내리면(봄비는 소리없이 내린다, 여름비와는 다른 것 같다) 아직도 가슴이 뛴다.
자본주의나 그 잘난 각종 이데올로기들의 인간세상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
정원에 솟아오르는 파릇한 새싹들은 언제나 청초하다. 치솟는 수십 수백억 주상복합, 빌딩도시와는 상관 없다.
그들은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더의 일화처럼 그저 '부적합한 산물'일 뿐이다. 양지를 가리는 추물들일 뿐이다.
2012년 3월 현재, 가정을 가진 무거운 짐진자들 - 이들은 웃으며 복도를 오간다. 더러는 반갑게 인사한다.
실지로 즐거워서 웃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눈에 이들의 웃음은 웃는 것이라기 보다 속으로는 울고 있는 위장의 모습들로 보인다.
그들이 걷는 1층 복도에 봄 시 12편을 걸었다. 점심 때, 혹은 일하면서라도 잠시 봄의 정서를 느껴보면 어떨까. 잠시라도 위안이 될까.
봄이라는 이 우주의 감성이 힘든 현실에 위로가 된다면, 잠시 잊을 수 있다면, 혹여 마취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마음이라도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봄 시.hwp
첫댓글 아....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내요
봄인가 싶은데 여지없이 다시 겨울의 끝자락에서 눈발도 날리고...
쉽게 오지못하는지 아님 놓아주지를 않는지...무에 그리 미련이 많은지...
언젠가는 올것을 재촉하며 기다리지 않으련다 어차피 올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