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강미옥
시는 리라소리 나는 곳으로 간다 - 강희근
새벽보다 먼저 일어나 시를 쓴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시간에
시는 벌써 바다로 가고 바다로 간 사람 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
하루 내내 남창에는 햇빛이 들고 거기서도 책은
쌓이고 책 속에
사상이 살기 전 그리움이 살았고 하루치
그리움만이 시가 된다
시의 신발은 닳지 않고 부지런하다 창을 열어 주기도 하고
마루를 닦아 주기도 하고
창밖에서 오는 책들을 정리해 주기도 한다
소식은 많지만 창은 그때그때 환기가 끝나고
소리 없이 닫히는 것,
창이 열리지 않는 동안 어둠이 커튼에 가 달리고
커튼은 가장 부드러운 어둠의 집이다
일찍이 시는 부드러운 족속, 리라로 노래하며 리라처럼
설레었다 밤과 낮이 있지만 하나의 창을 썼다
시를 쓴다 시는 리라소리 나는 곳으로 간다
첫댓글 강희근 시인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국림 경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년
같은 대학 인문대학장을 거쳐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협의회 부회장 엮임
시집 19권, 평론집, 연구저서 13권 등 다수
강희근 시집 '시는 리라소리 나는 곳으로 간다'
표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