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2119
구병시식25
동봉
[향화로 청함/노랫조]
비증으로 보인자취 크나크신 보살이요
방편으로 나툰모습 다시없는 귀왕이라
높고귀한 자리만을 고집하지 않으시니
갈대꽃과 밝은달이 함께하되 집착않네
그러므로 저희이제 일심정성 기울이고
이한생명 다바쳐서 귀명정례 하나이다
이한생명 다바쳐서 귀명정례 하나이다
이한생명 다바쳐서 귀명정례 하나이다
香花請/歌詠
비증시적대보살悲增示跡大菩薩
권현유형시귀왕權現有形是鬼王
존귀위중유부주尊貴位中留不住
노화명월자망망蘆花明月自茫茫
고아일심귀명정례故我一心歸命頂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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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화청香花請'을 두고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 고민했다
꽃 화花 자는 으레 이름씨名詞가 맞지만
이 앞에 놓인 향기 향香 자를 놓고는
'향기'나 '향'으로 풀어야 하는가
꽃을 수식하는 그림씨形容詞
'향기로운'으로 풀어야 하나 고민했다
한글, 로마자, 아라비아 문자처럼
소리글은 해석이 단조롭지만
뜻글자인 한자는 다르다
'향과 함께 꽃을 부처님 전에 올리고
불보살님을 비롯하여 선신들과
책주귀신을 청함이 맞는지
향긋한/향기로운 꽃을 올리고
청한다고 푸는 것이 맞을지' 하고
치악산 구룡사에서 염불을 배울 때
향화청과 함께 아래 놓인 가영을 두고
가르치는 스님이 내게 닥달했다
"이 행자, '향화청'은 읽으면서
'가영'은 왜 안 읽는 거야?
향화청에 붙여 가영도 읽으라고....."
행자로서는 고집할 수가 없었다
스님 말씀이 곧 법이니까
'가영歌詠'이란 '노랫조'의 뜻이다
국어책을 읽듯 읽는 게 아니라
노래하듯 일으라는 것이다
게다가 의식문인 <불자수지>에는
향화청/가영 뒤에 괄호( ) 없이
'3번'으로 되어 있어 스님은
'향화청 가영 세번'으로 읽으라 했고
아닌 줄 알면서 나는 그 말씀에 따랐다
"비증보살悲增菩薩이 누구신가?
다름 아닌 관세음보살이시다."
앞서 쓴 글에서 이렇게 표현했다가
불교를 잘못 풀이하고 있다며
어느 유명한 학자 스님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아야 했다
구병시식 '유치 청사' 문맥으로 보아
비증이 관세음일 수밖에 없기에
그와 같이 주장했던 것인데
과연 내가 잘못 알고 있었을까
2015년 7월 7일 발행된
불교신문 제3119호 기사로서
홍다영 기자가 취재하고 쓴 글인데
허락 없이 가져와 '참고자료'로 올린다
물론 이런 기사 자료가 아니더라도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따르면
관세음보살은 중생 교화를 위하여
천룡팔부중天龍八部衆은 물론
사성四聖, 육범六凡으로도
몸을 나툰다고 한다
사성이 불, 보살, 성문, 연각이라면
육범은 하늘神, 사람, 축생과
아수라, 아귀, 지옥鬼이다
네四 부류 성자聖는 깨친 자로서
드러난 모습은 으레 사람이다
사성은 안팎이 다 사람이다
하지만 육범에서 '사람'은
사람이 맞기는 맞으나
깨닫지 못했기에 '범凡'일 뿐
겉모습은 사성과 똑같은 사람이다
축생에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집家에서 기르는畜 것이고
둘째는 들野에서 살아生가는 부류다
아수라와 아귀는 귀신에 속한다
그렇다면 딱 둘이 문제다
곧 하늘天과 지옥地獄이다
하늘과 지옥은 공간 개념이다
인격적 의존명사인 '님'을 붙이면
그때는 하늘이 곧 '하느님'이 되면서
비로소 신神의 범주에 들어간다
의존대명사 '님'을 붙일 때
이름씨의 끝 자 'ㄹ' 받침이 탈락된다
딸은 '딸님'이 아닌 '따님'이 되고
아들은 '아들님'에서 '아드님'이 된다
의존명사가 님이 붙지 않으면
하늘은 존재가 아닌 공간 개념이다
'사지四知'라는 고사에 따르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라 하여
의존명사 없이 존재 개념이 가능하다
얼핏 보면 '지옥'도 신은 아니다
신이 아니라면 존재가 아닌
공간 개념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하나 육범 범주에 집어넣으려면
으레 존재가 되어야 하고
존재가 되고 신이 된다 하더라도
'지옥님'처럼 의존명사를 쓰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지옥은 험악險惡한 까닭이다
뱀이나 쥐, 모기, 파리 따위에게
의존명사 '님'을 붙이는 일은 없다
갈대꽃과 밝은 달을 생각하면
민족대표 33인의 한 분인
진종 백용성 대조사가 떠오른다
내게는 스승의 스승이신 '노스님'이다
어느날 우리 스님 고암대종사께서
내게 <용성어록>을 건네셨다
"자네 꼭 한번 읽어 보시게"
딱 한마디 그 말씀이 전부셨다
나는 행자로서의 소임을 다하면서
사흘에 걸쳐 어록을 탐독하였다
용성어록에는 오도송이 나온다
오도송의 원문은 이러하다
금오천추월金烏千秋月
낙동만리파洛東萬里波
어주하처거漁舟何處去
의구숙노화依舊宿蘆花
금오산에는 천년의 달빛 어리고
낙동강에는 만리의 물결 일렁이네
고기잡이 배여! 어디메로 갔는가
묵은 갈대꽃만 바람에 흔들릴 뿐
백용성 대조사 23세(1886) 때며
세 번째 깨달음을 얻고서다
조사의 오도송悟道頌은
1993년 6월 23일
서울 불광출판부에서 낸
동산 찬집/동봉 풀이
용성 큰스님 어록
평상심이 도라 이르지 말라
제1장 스승을 찾아서
23쪽에 실려 있다
조사의 이 오도송 중에서
끝 줄 '의구숙노화依舊宿蘆花'를
어떻게 풀이하느냐가 관건이다
나의 위 오도송 우리말 풀이는
사미계를 받기 전 23살 행자 때다
스승이신 고암 큰스님께서
내게 은근히 말씀하셨다
"자네 풀이가 선사의 뜻과 같네
오도송 끝 줄을 놓고 풀이가 각각인데
선사께서 내게 몸소 보이신 말씀과
자네 풀이가 일치하네"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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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1
굶주림 형벌 받는 아귀가 보살의 화신?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4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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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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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2020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