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은 염속산봉에서 왼쪽으로 길게 이어진 능선의 끝에 솟아 있었다.
벌써 자신을 보여줄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금오산은 그렇게 갑자기 멋진 자태로 서 있었다.
산줄기는 염속산봉에서 꿈틀거리듯 금오산을 향해 북쪽으로 향하였고
끝자락에 금오산이 신기루 처럼 서있었다.
설레임으로 가슴이 뛰었다.
보이지 않던 희망이 저 멀리 우뚝 솟아 있었으므로...
산길은 굴곡이 심했으므로 길가의 드릅을 따면서 천천히 걸었다.
어느새 까실까실한 드릅은 가난한 내맘을 매우듯 배낭가득채워졌다.
다시 배낭을 매고 실바람 일렁이는 호젓한 능선을 가벼운 맘으로 이어갔다.
어떤 곳에서는,
산속 여기저기서 뛰어 놀던 덩치큰 고라니와 대치하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토실토실한 라니는 꼼짝 않고 나를 바라 보았지만 경계심은 없는것 같았다.
그냥 움직임 없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서로를 바라 볼 뿐이었다.
순간 정적이 어색하게 느껴졌기에 귀여운 강아지 부르듯 '쯧쯧쯔-' 하고 혓소리를 내어 주었다
그러면 라니는 순진한 강아지 처럼 귀를 쫑긋하면서 더욱 표정이 부드러워 졌고
다시 춤추듯 숲 속을 휘적이다 동작을 멈추고 다시 날 바라보았다.
순간 친구가 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라니를 본 이후로 산행은 소풍길이 된것 처럼 많이 즐거워졌다.
능선상에는 커다란 적송이 많았고 바닥의 쌓인 솔잎은 융단처럼 부드러웠다
발걸음에 힘이 붙어 내림길에서는 바람을 일으키며 내려갔고
겨울산 처럼 낙엽이 많은곳도 거침없이 헤쳐나갔다.
더불어 미끈하게 뻗은 적송들은 오래도록 고고한 자태로 손님을 맞아 주었다.
숲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연두빛 염속산은 봄기운을 머금어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멀리 삼도봉에서 황악산으로 이어진 대간줄기는 시원하게 보였다.
능선 한가운데 삼각형으로 뾰족한것이 삼도봉인가?
'너는 참 인상적이구나!' 하고 속으로 외쳤다.
500-600m 높이의 산줄기 너머로 우뚝 솟은 금오산은 나에게는 그리운 전율이었다.
그 품에 안기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떨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