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10년 봄
장소 : 조계사 마당
이원영교수(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저는 운하반대교수모임의 집행위원이다.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집행위원중에 열심히 하는 편이다. 저는 도시 계획, 국토 계획을 다루는 입장에서 하천 문제 뿐 아니라 국토 공간의 보존적인 이용과 관리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을 해왔다.
생각컨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사람이 등장한 것은 우리 안에 이명박스러움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명박스러움을 어떻게 없애고, 그 빈자리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어렵고 철학적인 문제다.이게 생활 속에 녹아있지 않으면 안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이명박스러움의 정체는 뭘까? 역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물욕이 체화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과거1900년대와 100년 후의 지금을 견주어 봤을 때 차원이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 생겨났다.
무한경쟁을 통해 무한욕심을 충족시키려는 세상이 됐다. 생존과 생활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과도한 욕망수준이 필요이상으로 달성되는 그런 세상이다. 예를 들어, 동양 정신이 추구해왔던 겸양이나 예, 인, 의 같은 것들이 옅어지고 물신 사상이 나타나게 됐다. 그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부분이 바로 토지, 부동산 부분이다.
저는 도시및부동산개발학과의 교수다. 지금 경제는 모든 가치가 누가 얼마나 땅과 집을 소유했느냐와 결부된다. 부동산의 정체가 뭘까? 미디어를 보면 젊은 금융인 한 사람이 은행을 거덜내는 토픽이 있다. 선물 시장에 은행 공금을 투자해서 날린 바람에 은행이 망한 거다. 선물 시장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가지고 거래하는 시장이다. 앞으로 생겨날 수익에 대한 기대 가치를 가지고 거래하는 것이다. 미래 가치의 현재화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게 도박이라 볼 수 있다. 그게 현실로 나타난 것이 부동산이다. 부동산은 땅이란 게 눈에 보이는데, 거기서 거래되는 것은 미래의 지대를 기대하고 땅값이 폭등한다. 급속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질 때 땅값이 엄청 오른다. 그것은 미래 가치가 현재화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제 왜곡이라는 문제가 생긴다. 현재 가치에 투자해야 경제가 선순환이 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불로소득이 생긴다. 서구 경제학자들이 이걸 일찍이 간파해서 경종을 울린 바 있다. 땅은 한 번 사용되면 다른 용도로 전환되지 않고, 재사용이 불가능한 특징이 있는 자원이다. 물이나 공기와 마찬가지인데, 상품거래의 대상으로 삼다보니까 이상한 결과가 초래되는 거다. 시장경제가 왜곡되고, 부동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가 파탄나게 됐다.
미국과 유럽에는 100년전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토지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을 연구해서, 유럽 쪽은 상당히 개선이 된 상태다. 토지 공공 임대정책을 국가 정책에 반영시켰다. 그래서 토지 거래의 문제를 안정화시켰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땅덩이가 넓어서 그런 부분은 소홀했다.
일찍이 한국은 옛날의 경우 임금님이 토지를 모두 소유한다는 것이다. 이 외 공신전이라는 게 있었고, 개간해서 만든 땅 말고는 모든 것이 임금땅이었다. 이 상태에서 동양척식회사가 등장해서 이런 땅을 다 사유화하고, 해방 이후에는 친일파에게 넘겨버렸다. 임자없는 땅들의 상당수가 친일파에게 넘어 갔다. 싱가포르와 북구 유럽은 산업 중심이 아님에도 우리보다 잘 산다. 토지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돈을 벌면 경제에 재투자되는 쪽으로 가야하는데, 그런 시스템을 잘 구축했다. 그래서 땅이나 집사는 게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부가가치가 계속 창출되는 거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노통 때도 그걸 실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주택공사에도 독일, 스웨덴, 싱가포르의 시스템을 연구했다. 택지를 개발하면 사람에게 매각을 하지 말고 임대를 해서 운영하는 시스템을 연구했다. 그런데 그 중간보고서가 홍준표에게 새 나가서 반값 아파트로 선전이 된 거다. 이후 이상하게 꼬여서 일이 잘 안 됐다. 현재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 시스템이 이걸 반 정도 반영한 거다.
토지문제 정착이 중요한 또하나의 이유는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국유화 체제인데, 통일되면 땅 찾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남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심각한 문제다. 독일이 이 문제 때문에 소송이 많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남한에 땅 있다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틀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하면 가능하다.
또 중요한 것이 교육문제다. 정치인, 교육 관련 관료, 교사 등이 말하는 걸 보면 말은 교육정책인데 알맹이는 학벌 정책이다. 진정한 교육 정책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을 길러내는 거다. 교육감 선거 때 한나라당 후보가 붙여놓은 포스터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무능 교사 10퍼센트 퇴출이라고 적혀 있더라. 누가 그런식으로 재단할 수 있나? 지금 그런 식으로 말하는 이들은 교육을 논할 자격이 없다. 교육은 말그대로 백년을 내다보고 짜는 것이다. 정권 바뀌어도 교육정책이 변하지 않도록 제대로 짜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길러내어야 하나? 확실한 해답은 없지만 대략적인 방향은 있다. 전 지구인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게 진짜 교육인 것 같다. 또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고로 천지인이라고 했다. 하늘은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고, 땅은 지구, 그리고 사람이 있다. 사람이 땅과 더불어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것이 동양 정신이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 교육이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걸 실천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시장 경제에서 벗어나서 남과 더불어 살며 지구와 공생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 지금 현재 시점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하는 것을 나름대로 고민해 봤다. 놀라지 마시라. 전 국민의 농부화가 그 해답이다. 한 평 내지 반 평이라도 좋으니 농사를 지어야 한다. 농사를 안 하고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생명을 길러봐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자각'을 통해야만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 농사 지은지 7년쯤 된다. 학교에 노는 땅이 있어 동료 교수들과 짓는데 농사 지으면서 많이 배운다. 도 닦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농사를 잘 짓는 건 아니다.
그동안 4대강 사업을 반대해 오면서 느낀 바를 이것저것 말씀드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