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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자 시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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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스크랩 □인생 사계절
최용우 추천 0 조회 33 14.11.04 08:48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서 (사진:최용우)

 

□인생 사계절

저에게도 봄은 있었습니다. 힘이 철철 넘쳐 신문 배달하여 번 돈으로 매주 3600장씩 전도지를 찍어 벽산백화점 앞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노방전도를 하였습니다. 선교단체를 만들어 일을 꾸미고 행사를 하고 그렇게 열심히 하면 기독교가 조금이라도 변할 줄 알았습니다. 희망의 꿈을 꾸고 사랑하고 노래하며 실로 저의 봄은 눈물겹고 아름다웠습니다.
저에게도 여름은 있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치고 받고 싸우고 오해하고 화해하면서 이 세상에서의 희망을 접고 저는 달팽이처럼 내면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무지의 구름을 뚫고 올라가 깊은 묵상 속에서 주님과 하나가 되고 그러면서 세상은 없어졌습니다. 실로 저의 여름은 지루하고 따분하고 눈에 보이는 것 없는 지난한 시기였습니다.
저에게 지금은 가을입니다. 가을이되 이제 막 시작된 초가을입니다. 오늘까지 인도하신 주님의 은혜에 그저 감사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집니다. 나의 생각은 좀 더 깊어지고, 나의 눈은 다른 사람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입은 침묵할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에는 내 키만큼 책을 써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냥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을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느새 내 안에는 열매로 맺힌 글 주머니들이 대충 생각해도 내 키만큼은 거뜬히 쓸 만큼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책 한 권씩 만들어내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이제는 글만 있으면 책을 펴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저는 이제부터 내 안에 열린 열매들 중에 맛있게 잘 익은 열매들부터 하나씩 따서 책을 만들 것입니다.
저에게 곧 겨울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겨울은 절망의 계절이 아니라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마무리의 계절이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거둔 열매들을 욕심 없이 다 내놓고 조용히 기도하면서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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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같은이야기5073] 2014.11.4.  지난호신청1995.8.12 창간발행 최용우

 자작글입니다. 저는 저작권 안 따지니 맘대로 가져다가 활용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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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4.11.04 08:48

    첫댓글 사모님 항상 평안하시죠?
    요즘은 시를 쓰는게 좀 뜸하십니다. 시인님^^

  • 15.01.12 12:14

    네, 전도사님 평안하시지요?
    저 요즘 생강 밭으로 잠깐씩 일 다닙니다. ㅎㅎ
    집에서 노는 것이 눈치가 보이는 시골 생활입니다.
    모르는 곳이면 괜찮을텐데 고향이다 보니 그런 애로사항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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