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2일(금) - 9일차
▷ 페레 마을 텐트장 ~ 프라즈도퍼 ~ 샹페 호수 ~ 목장 야영
- 08:10 아침식사 후 출발
- 13:20 프라즈도퍼(1,151m)
- 14:30 샹페 호수
- 17:30 목장 야영
이날은 각개전투를 한 날이다
아침부터 시작된 술이 샹페호수 식당에 이르러서는 앉은 자리에서 와인을 3병이나 마셨다
난 4일째부터 와인이 안맞아 일부러 맥주랑 양주를 주로 마셨는데, 이날은 앉은자리에서 잠들어 버릴 정도로 많이 마셔 버렸다
샹페호수를 지나는데 갑자기 뽀때성이 호숫가에 텐트를 쳐도 되겠더라는 말이 생각나 뚜버기에게 권유해 보니 참 나~
내도 취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둘 다 똑 같았다
듣다듣다 건우가 못참고 폭발해 버린다
맨정신이였으면 셋 다 넘어갈 일을 그 놈의 술이 원수로다
내 애초계획은 상페마을 텐트장을 이용하지 않고, 한시간쯤 진행하면 있는 유투브에서 보아둔 장작도 피우던 자리였다
하다가 보니 그들은 텐트장으로 들어가 있고 나는 정신 차린다고 언덕에 앉아 있다가, 에라 분위기도 안 좋은데 그냥 진행해 버렸다
텐트치고 꼬꾸라졌는데 잠 깨어 보니 새벽 3시가 가깝더라
아침 출발전에 오늘은 어디까지 진행하여 텐트 칠 예정이다
뭐 이런 오리엔테이션은 최소 되어 있어야지
아침부터 와인과 양주로 해장한다꼬 건 뒷전이다
일단 아침은 느긋히 먹고 출발이다
여기 이 근처를 통틀어 라플리라고 하는 모양이다
이 근방에 텐트 칠만한 곳도 많다
알탕도 저런곳에서 하면 되니 시장만 단단히 봐와서 그것도 고려해 볼만한 사항이다
저 마을은 전형적인 스위스풍이다
나중에 진행하다 보면 다리를 건너 저 마을을 지나게 되어 있다
해장도 한잔하고 출발한 지라
남아있는 술을 알기에 아까부터 그럴듯한 술자리를 찾고 있었던 게다
우리가 숱하게 술을 마시며 살아 왔기로, 사실 술은 해장술과 낮술이 맛은 있다
어느 순간 개가 되어서 문제이긴 하다만,
아마 10시쯤 된 모양이다
내 이번에 몽블랑을 한바퀴 걸어 돌면서 느낀점이 있다면,
일본이 1868년에 메이지 유신을 한다
그때 일본은 그들이 살아왔던 생활방식을 아주 크게 바꾸었다
적절한 예가 될련지 모르지만 19세기 말 일본에 어떤 사회현상이 있었냐 하면, 일본 문자 자체를 없애자는 바람이 소위 지식인 사이에 일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국제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하여, 예를들어 일본어로 '안녕하세요'가 '오하요우~'다
이걸 일본어로 'おはよう~'라 쓰는데, 일본어 문자는 복잡하게 한자도 쓰야하니(정말 일본어 한자는 복잡하다. 일본어 공부할 때 마지막 벽이 한자 읽기다) 아예 로마자로 'ohhayouo~' 표기하고 일본 문자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이건 픽션이 아니라 실화다
일인들은 그들의 민족혼까지(있기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포기하고 서구화(유럽화) 되고자 하였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그들의 가정집을 많이 봤을 것이다
특징중에 하나가 집집마다 화단이 있고 베란다에는 화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때 일본 막부 집권자들은 서구문명을 배워오게 하기 위하여 젊거나 지식있는 일인들을 유럽에 유학을 많이 보냈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들이 배워온 건 지식이나 기술 뿐만이 아니라 풍물도 포함 되었지 싶다
하여 내가 이번에 유달시리 느낀게 유럽의 주택 풍경이 일본과 참 흡사하다는 점이었다
참담한 이야기 하나 더 덧붙이자면, 그때 그 유학생들이 배워온 지식과 기술의 여파가 중일전쟁, 러일전쟁 승리에 이어 일제 강점기까지 어어졌다는 점이다
두번 다시 그러한 일을 당하지 않고자 한다면, 한가하게 개고기 먹는거나 반대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음......
오랫만에 산행기 쓰다가 갑자기 애국심 생겼네^^
엊그제 방송에 서민갑부라는 프로에 보니, 출연자가 대한민국에 장작패는 기계는 자기밖에 안가지고 있다고 큰소리 치더라만,
그쪽 동네에는 장작패는 기계가 일상화 되어 있는 모양이다
생수를 이렇게 공짜로 주는 곳이 곳곳에 있더만
한가한 한 때
젊은 부부가 관수작업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길레 나는 무슨 샐러리용 채소에 물주는 줄 알았다
확실한지 모르겠지만 뚜버기 판단에 의하면 그냥 가축용 사료에 물주고 있단다
그게 맞다면 샤일로우에 넣어 겨울을 지낼 사료들이겠다
정말 일인들이 이 정경을 보고 그대로 제 나라에 따라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제나라 문자도 없에 버리자는 자들이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사료 모우는 농기계 풍경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는 풍경이다
스위스 국기를 모르는 상태라면 다녀와서 그 나라에는 곳곳에 병원이 있더라고 우길만한 장면이다
저쪽 하얀차는 엠블런스란다^^
왜 팠는지 왜 찍었는지 영문을 모르겠는 굴이다
프라즈도퍼(1,151m) 라는 산으로,
그냥 이웃 마을로 가는 동네 뒷산쯤 되는 산이다
마을에 이런것을 취미로 삼는 사람이 살고 있는 모양이다
고개 산만디에 이런 샘터가 있으면 요긴하긴 하겠더라
내려 오다가 보니 영문을 알 수 없는 곳이 있다
지면으로 굴도 파여져 철파이프로 막혀져 있는 곳도 있고, 긴 쇠 사다리가 있어 타고 올라 보았는데 아무것도 없더라
짐작으로는 와인을 보관하는 어떤 용도의 토굴이지 않나 생각될 뿐이다
첫날부터 샤모니에서 만난 아짐인데 미국에서 자란 아들과 함께 트레킹을 왔다
가끔씩 이 모자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그들 내려가는 마지막 날까지 만난 인연이었다
남편이 어데 외국 주재원인지 타향땅에 산지가 20여년쯤 되는 모양이더라
식당 이정표 치고 현장감이 있다
샹페 호수다
우리 사진 찍는다고 주춤하는 사이 뚜버기 먼저와 주문을 한 모양이다
짧은 영어로 '피자 포 피플~' 그리고 와인을 시켰단다
내가 볼때 그 여주인이 이해력이 부족해 '피자 포~'만 알아들었는 갑다
먹다가 보니 피자가 네판이나 나와 버리더라
장사하는 사람이 조금만 눈치가 있었으면 네사람이 네판이면 과하다 싶어 물어나 볼 것인데....
여하튼 안주(?)가 너무 많아 와인도 세병이나 마시게 되었다
이때에도 술 먹기전에 오늘의 야영지에 대해서라도 오리엔테이션을 먼저 했어야 할 일이다
여기서 수영도 하고 야영도 하더라는 말이 생각나 텐트치자고 했다가 다 개된 순간이었다
어찌 됐거나 결과적으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술이 조금만 덜 취했었어도 샹페 호수서 수영하는 장면 하나 남기는 것이었는데~
자식들이 말만 대장이지 대장이 샹페호수 텐트장에서 자자는 말도 안했는데 이미 들어가 자리잡아 버렸다
혼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애초 생각해 놓은 야영지로 발길을 옮겼다
시방 생각해도 그 자리를 어떻게 찾아 갔는지 모를 일이다
어느 순간 눈앞에 터억 나타나뿌데
유투브에서 보니 젊은이들이 불도 피우고 재미나게 놀던데 아쉽다
정신만 맑았으면 알탕도 하고 불도 좀 피우고 그랬을 건데, 죽은듯이 자다가 일어나보니 새벽 시간이더라
◎ 6월 23일(토) - 10일차
▷ 목장 야영지 ~ 보빈느 ~ 포르끌리 고개 ~ 트리앙 레푸티 텐트장
- 06:20 출발
- 09:10 보빈느 레스토랑
- 11:30 포르끌리 고개
- 15:20 트리앙 레퓨티 텐트장
후발팀이 5시쯤 출발하면 6시쯤 도착하려니 싶어 짐을 챙겨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20분쯤 더 기다려도 오지 않기에 추워서 더 못 서 있겠다
그곳이 이정표가 좀 헷갈리게 되어 있기로, 땅에다 나뭇가지를 꺽어 크게 화살표로 진행방향을 표시해 두고 앞서 출발했다
보빈느 능선에 이르니 의외로 식당이 하나 있다
허기져 죽겠는 참에 잘 되었다 싶어 빵 두 접시에 맥주 3병을 마시는 동안에도 그들은 안온다
더 할짓도 없고하여 포르클리 고개까지 진행했다
마침 오다가 만난 일본 학생이 있어 그 학생 점심먹는 곁에서 캔맥 큰걸로 3개나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그 학생은 먼저 가고, 3시간쯤 기다리니 도착한다
보니 또 시작한다
트리앙 텐트장은 30분만 가면 되니 길을 가르쳐 주고 먼저 출발이다
좀 헷갈리는 길을 대충 감으로 잡아 진행하다
나중에 지도를 자세히 보니 내가 잤던곳에서 다른길로도 TMB 진행길은 있었다
하지만 보빈느 능선이 고도도 높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 하다
10여분쯤 진행하니 레스토랑이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쯤인가 싶더라
당나귀야
노새야
저 산이 보빈느산(1,987m)인 모양이다
이때쯤 전날 저녁도 먹지 않아 허기가 무척 심했다
천상 길은 저 산을 넘어야 이어질 모양이로구나 짐작된다만 약간 우회한다
허기가 너무 심해 체력이 고갈된다
배낭을 뒤져보니 그 전번주 거제지맥 산악 울트라 100km 참가 당시 받아 놓은 단백질 덩어리가 있다
주저앉아 그나마 허겁지겁 먹고서 물한모금 마시니 기운이 조금 난다
홀로 산을 걷는데 소방울 소리가 제법 공포스럽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자식들이 내 가는길 막아 비껴주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약간 긴장이 되기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철조망으로 등산로와는 격리되어 있다
보아하니 알프스 목장들은 일부러 그 풀을 베어서 관리하지는 않는 듯 하다
소들이 아예 입을 안대는 몇몇 풀들이 있던데 이 박새를 닮은 풀도 그 한 종류다
내가 걱정할 건 아니지만 이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목장에는 온통 소들이 못먹는 풀들로 무성하지나 않을까
이미 사진의 이런곳에서는 그 징조가 있다
스위스 북부의 산릉들이다
귀에 익은 융프라우, 아이거 등의 산들도 저곳에 있다
그러니깐 저쪽 능선도 4,000m급이다
이 길이 정겨워 한참이나 앉아서 쉬고 있으려니 지나는 서양인 청년도 덩달아 머물며 고산식물들을 촬영한다
이 길은 오토바이도 지나다니고 그러는 걸 보면 산악 자전거도 심심찮게 오는 모양이다
보빈느 능선에 예상치도 않게 레스토랑이 있다
마침 배가 고프던 참이라 손가락으로 포크를 만들어 먹는 시늉을 하며 ok? 하니 들어 오란다
주방으로 들어가니 무슨 주문음식이 있는지 한참이나 요리 준비로 부산하다
만들어 놓은 요리를 손가락으로 찍어가며 주문하고 맥주를 시키니 가져다 준다
간혹 산행기에 그쪽 나라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해 일부러 영어를 못알아 듣는체 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내 생각에 그들은 진짜로 못알아 듣거나 영어를 할 줄 몰라서 그랬을 게다
예상치도 않은 곳에서 호사를 누렸다
저 산들의 이름이 쓰여진 안내판이 붙어 있더라만 무슨 말인지 알아야 말이지
다만 융프라우나 아이거 정도는 겨우 읽어 내겠더라
이쯤에서 내 배낭에 달린 딸내미와 백두대간 표지기 아는 한국인들도 만나고, 일본 대학생도 한명 만났다
그 학생은 파리 모 대학에 교환 학생으로 와 있는지라 영어나 프랑스어에도 능통하기로 이것저것 궁금한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여긴 나름 이 구간의 명소인 모양으로 여기저기서 휴식하고 있는 트레커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나도 좀 쉴까 싶었지만 데크에 앉아있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우렁찬지 속히 지나야 할 판이었다
포르끌리 고개에 이르니 11시가 조금 지났다
레스토랑도 있고 조그마한 슈퍼도 있다
슈퍼에서는 쌀도 팔고 비빔밥 따위 비상식도 판다
아까 보빈느 능선에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온 바라 음식은 땅기지 않고 맥주 캔 큰것을 3개쯤 사서 나오니 아까 그 일본 학생이 홀로 점심을 먹고 있다
내가 들고 있는 맥주를 보더니 눈이 동그래져 산행 안할것이냐 묻기로 나는 30분만 가면 오늘 산행 종료라 하니 고개를 끄떡인다
이 학생은 쿠슈지방의 어느 대학 의대생이었는데, 쿠슈 지방의 산들과 자기보다 많이 알고 있는 일본 알프스에 대하여 오랫동안 이야기 나누었다
메일을 받아 적으며 한국에 한번 놀러가도 되냐고 묻기로 메일 보내라 했는데 아직 안오구마
프로끌리 고개에 당도하고 3시간쯤 지나니 후발팀도 도착한다
식당 테이블에 앉아 또 시작하기로 나는 더 먹고 싶거나 마시고 싶은 것도 없어 길을 설명해 주고 먼저 트리앙 마을 레푸티 텐트장으로 진행했다
고개에서 텐트장으로 향하는 길이 헤메일 량이면 헷갈리는 곳이 몇군데 있더만, 역시나 후발팀은 제법 멀게 뺑 돌아 왔단다
트리앙 마을에서 운영하는지 시청에서 운영하는지 여하튼 텐트장 비용은 받는다
집을 지어놓고 물건들을 좀 말려놓고 마을 정찰에 나섰다
이 마을에도 슈퍼가 있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가보니 슈퍼라기 보다는 맥주나 간단히 마실 수 잇는 포장마차 비슷했다
텐트장에 붙어 있는 산장 겸 식당이다
텐트장 이용객들도 샤워장을 이용할 수 있다
세계 각지의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곳이라 젊은 세대라면 한 때 어울리기 좋은 곳이다
나중에 저녁밥을 이 집에서 사 먹었는데 제법 먹을만하다
마을을 정탐하다가 포장마차 비슷한 슈퍼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앉아 졸다가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았다
술집 겸 식당으로 여겨지는 자그마한 가게하나 있을 뿐이지 별다른 시설은 없는 자그마한 시골마을이다
텐트장 바로 옆이 목장이다
나는 별스레 신경 쓰이지 않더라만 뚜버기는 꽤나 시끄러웠나 보다
이 날은 전날을 교훈삼아 내일의 일정에 대하여 확실하게 오리엔테이션 해 두었다
이후 그 마을의 젊은이들이 떼로 몰려 왔다
누구네 생일이라며 바베큐며 맥주며 와인 마시기가 한창이다
나도 그들 틈에 끼여 맥주도 두어병 얻어 먹고 밥 늦도록 같이 놀았다
불 정말 자기들 마음대로 아무곳에나 피우더만
이 친구들이 아마 새벽 두시가 넘도록 떠들며 놀았을거야
나중에 외국인 트레커 누군가가 좀 조용히 해주라 당부하니 그때서야 조용해지더라네
그렇거나 말거나 나는 아주 깊게 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