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說 話 |
『전등록(傳燈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수주(秀州) 화정(華亭) 선자덕성(船子德誠) 선사는 절조(節操)가 고매(高邁)
하고 도량이 뛰어났다. 약산에게 마음법을 인가 받은 뒤 항상 도오와 운암과
더불어 도반을 맺고 있었다.
약산을 떠나기에 이르러 두 동지에게 말하였다.
'공(公) 등은 각기 한 지방에서 약산의 종지를 드날리겠지만 나는 기본 성품이
성글고 촌스러워서 오직 산수(山水)를 좋아하여 즐기는 심정으로 세월을 보낼
뿐 다른 재주는 없소. 뒷날 내가 있는 곳을 알고 영리한 놈 하나를 만나거든 하
나 지시해 보내 주시오. 행여 다듬을 만한 놈이 있으면, 평생에 다듬은 것을 전
해 주어 선사(先師)의 은혜에 보답할까 하오.'
마침내 헤어져서 수주의 화정에 이르러 조그마한 배를 띄우고 인연 따라 세월
을 보내면서 사방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제접하니, 아무도 그의 고매함을 아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선자 화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어느 날 강가에다 배를 대놓고 한가하게 쉬고 있는데, 어떤 관인(官人)이 묻기
를 '날마다 하는 일이 무엇인고?' 하니, 선사가 삿대〔橈〕를 세워 들고 '알겠는
가?' 하였다. 관인은 '알지 못하겠소' 하니, 선사가 '맑은 파도를 뒤졌지만 잉어
〔錦鱗〕를 만나는 일은 드물다' 고 말하고는 송하기를
'30년 동안 낚시터에 앉아 있었는데 / 낚시 끝에는 가끔 작은 짐승〔黃能〕75)
〔음은 뢰(賴)이고 작은 짐승이라는 뜻이다.〕만 걸린다 / 잉어는 만나지 못하여 헛수
고만 하느니 / 낚싯줄을 거두어 오던 길로 돌아가리 / 천 자〔尺〕의 낚싯줄
곧장 드리우니 / ……(생략)……/ 30년 동안 바다에 드나들었으나 / 물이 맑아
고기가 드러나니 낚시를 안 무네 / 낚싯대를 부수어 버리고 다시 대〔竹〕를
심어 가꾸니 / 헛수고 헤아리지 않고 모든 일 쉬노라' 라고 하였다."
이는 장지(張志) 화상의 어부사(漁父詞) 10수 중 하나이다.
"천 자의 낚싯줄" 이라 함은 잉어는 깊고 깊은 물 속에 있으므로 천 자의 낚싯
줄이라도 곧장 드리워야 한다. 그러므로 누렇고 불그레한 잉어를 잡으려면 모
름지기 천 자의 낚싯줄이라야 하니, 이는 무위의 큰 교화〔無爲大化〕이다.
"한 물결 움직이자 만 물결 움직인다〔一波才動萬波隨〕" 함은 낚시질로 인하
여 파도가 일어났는가? 바람 때문에 일어난 것이니, 마치 "한 생각 생기자 마자
문득 5음(陰)과 3계(界)가 갖추어지고 생사의 파도가 출렁거려 멈추지 않는다"
고 한 것과 같다.
"밤은 깊고 물은 차서〔夜靜水寒〕……" 함은 한 중생도 제도할래야 제도할 중
생이 없다는 뜻이다.
설두(雪竇)의 염에 "물이 차서……고 말하지 말라〔莫謂水寒〕……" 함은 반드
시 신훈(新熏)을 의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수(慈受)의 소참(小參)에 "삿갓〔雨笠〕과……다함이 없다〔肯休〕" 고 한것
은 설두의 뜻이요, "지금 이후로는〔自今已後〕……" 이라 한 것은 화정 선사의
뜻이니, 이는 금시와 본분이 자재한 것이다.
74) 약산유엄(藥山推嚴)의 제자인 덕장(德藏) 선사이다.
75) '黃能'은 '황내'로 발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