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7일(수) - 14일차
▷ 락블랑 산장 위 야영터 ~ Aiguillete des Houches ~ 레우쉬 마을 ~ 보좌 고개
- 07:50 아침식사 후 출발
- 08:30 Aiguillete des Houches(2,285m) 삼거리
- 11:50 레우쉬 마을
- 13:00 레우쉬 마을 식당 점심
- 15:00 보좌고개 케이블카 탑승
- 15:40 보좌 고개, 산악열차 역 야영
오늘은 출발점 레우쉬를 만나러 가는 날이다
TMB는 지도나 이정표에 100% 의지할 것도 아니더라
그만큼 종주길이 많다는 것이다
이 궁리 저 궁리 하며 다시 레우쉬에서 TMB 길을 만나 드디어 우리의 출발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마 마지막 몇키로쯤은 중간을 가로질러 온 셈이더라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마침 대형슈퍼가 지척에 있어, 배낭 한가득 술이며 음식 따위를 넣어 케이블카를 타고 보좌고개로 다시 올랐다
우리의 전용 벤취에서 긴 오후시간을 보내다 역이랄 것도 없는 좁은 공간에 집 지었다
뚜버기는 짐 챙겨 가다가 중간 적당한 곳에서 아침을 먹자 한다
보니 장비가 너무 축축하다
가다가 먹으나 장비 대충 말려 밥 먹고 출발하나 후자가 편하겠다
TMB에는 이런 도랑들이 지천이다
물도 아주 깨끗하고 맛나다
진행 중 자기가 마실 아주 소량의 물만 준비해 가면 된다
이 길은 지도상으로 이미 TMB 길이 아니라 다른곳으로 뺑 도는 우회길이다
굳이 TMB 길이 이것이다 하고 말할 수 없는게 이런식으로 돌아 가거나 혹은 질러가는 길들이 많다
자신들의 일정에 길을 맞추면 되는 것이다
저쪽 산릉은 또 새롭다
이미 본전 뽑을대로 뽑았으니 아쉬워 되돌아 보지 마세
독도도 안되고 대충 감으로 나아간다
애초 알고가는 길이 었다면 참 정다울 길이었다
대충 헤아려 보니 요앞 목초지로 보이는 고원이 우리가 시작한 보좌 고개같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저 고개를 향하여 대충 나아가면 크게 낭패할 일은 없겠더라
이곳에서 유심히 독도를 해 보니 대충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곳을 알겠다
그냥 손으로 금을 그어 다시 TMB 길로 붙으면 되겠다
그렇지만 그건 결과론적 이야기고 아직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모르겠는 경우는 좀 헷갈린다
비교적 높은 곳으로 올라 이 궁리 저 궁리 해 본다
우리가 지나는 이 길은 한국인들은 물론이려니와 외국인들도 왕래하는 사람들이 없더라
지도따라 대충 움직이면 된다
길을 놓치면 다음길에서 또 TMB로 붙으면 될 일이다
뚜버기가 제일 위에꺼 보고, "야~ 세수하지 말라는 말이냐?" 그러길레 진담으로 하는 소린가 농담으로 하는 소린가 잠시 헷갈렸다
그래서 재미삼아 우리끼리 결론을 내렸다
두번째는 보신탕 먹지마라
세번째는 도난이 우려되니 텐트 쳐 놓고 댕기지 마라
네번째는 페러 하는데 위험하니 드론 날리지 마라 ㅋㅋ..
우리는 내려 오다가 그냥 대충 중간에서 보좌 고개 방면으로 쳐 내려왔다
지금 생각하니 이렇게 아스팔트 도로보다는 그냥 지도에서 안내하는 대로 뺑 돌았으면 시간도 별 차이없이 되도록 숲길을 오래 걷다가, 저 앞쪽 도로를 만나 이쪽으로 진행해 왔을 것이다
우리 내려오니 한 무리의 외국인 트레커들이 진행해 오고 있었다
이 산을 가로질러 내려온 택이리라
뭐 크게 생각하면 그거나 이거나 이미 종주 다 끝난 입장에서는 별 의미도 없다
다시 1번 버스의 회차지점인 레우쉬 케이블카 방면으로 향하여 걸어 올랐다
이날이 수요일이고 우리는 토요일 아침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니 샤모니에 있어봐야 술만 마실 터, 어야피 마실바에 좀 더 시원한 곳에다 집 짓자는 생각이었다
케이블카 두어 정거장 남은 곳으로 추정되는 마을이 제법 크다
일단 점심을 먹기로 한다
시간은 아주 풍족하므로 서두를 일이라곤 전혀 없었다
식당 주인에게 슈퍼마켓을 물으니 아주 친절하게 약도까지 그려주며 자세히 알려 준다
그런 마을에 어울리지 않게 제법 규모가 있는 대형슈퍼였다
아마도 TMB 트레커들의 베이스 캠프쯤 되는 마을인 모양이다
샤모니 중심가에 있는 U SUPER 보다 규모가 큰 듯 하더라
아따 많이도 샀다(식량 및 부식은 빠진 사진이다)
난 딱 10kg쯤 배낭에 넣었지 싶다
저 생수는 마실라고 산게 아니라 물을 비우고 그 안에 양주 따를라고 일부러 산 것이다
이번에 이런식으로 몇번인가 시장을 보았지만 그 가격은 5만원 쯤이고, 개인별로 사는 술이 3~5만원 쯤이다
어차피 공짜로 올라 가는 거 그 짐을 지고 걸어갈 필요가 있나
정거장에 기다리니 예의 1번 버스가 온다
그런데 그 참~
어떤 경우는 공짜이고, 어떤 경우는 돈을 내야 하는 모양이라
이 버스는 우리보고 돈을 내라는데, 말을 못 알아들어 눈만 껌뻑거리다 50유로 짜리를 내니 잔돈이 없는 모양 그냥 가라는 분위기다
그 마을 사람들도 보아하니 교통카드를 내밀려다가 무료 버스인 것을 알아채고 도로 넣는 경우도 있고 하는걸 보면 버스 타는데 무슨 규칙이 있는 모양이다
여하튼 프랑스 지역엔 대부분이 무료이고, 돈 내라는 분위기면 미리 100유로 짜리 한장 준비해 두었다가 건데면 손사래를 치며 그냥 가라고 할게다
케이블카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던데 13유로 던가?
케이블카 천지로 비어서 올라 가더만, 배낭 멘 사람들 넷을 한칸에 밀어 넣고 같이 가라기에 가다가 보니 많이 덥데
그 안내양 아마도 귀가 간지러웠을 거라
다시 보좌고개로 오르다
케이블카 내려 한이십분 걸어 내려오면 우리가 첫날 걸어 올라온 곳을 만난다
그런데 그 길 걸어 내려 오노라면, 나중에 올라기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자동으로 저 길로 걸어내려 가지더만
우리 전용의자 잡았다
당초 계획으로는 이곳에서 저번에 놓친 트리콧 고개로 하여 미아지 산장, 투룩 산장 코스로 걸어가 이틀밤 야영하고 되돌아올 심산이었다
이 자리에 앉으니 다들 자연스레 스톱되더만
오늘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옆에 역사 바닦에 집짓자 되었다
제법 늦은 시각까지 산악 열차가 지나고 그러더만
어디까지 가는지 잘 모르겠고 구간에 따라 5유로에서 몇십 유로까지 가격이 제각각이더만
애초 우리의 계획 중 하나는 TMB를 좀 빨리 마치고, 여의하면 산악 열차를 이용 몽블랑 정상에도 한번 가보자도 있었다
보름 넘는 동안의 산행이라면 옷을 많이 가져 갈 수도 없는 노릇 중간 중간 세탁도 해야 된다
이렇게 하니 대충 해결되더만
다만, 저 세탁망이 까만색이라면 더 좋겠다
2,3일만에 한번씩 시장을 볼 수 있으니 부식은 풍부한 편이다
집에서 생된장을 충분히 가져가 때마다 된장국을 끓여 먹으니 나라에서 먹으나 맛은 별 차이가 없더만
하아 요놈의 스테이크~
내가 왜 계속 같이 따라 먹고 있었지
당시 몽블랑 정상 공략은 열차가 못간다는 거 같더라
여기서부터 걸어가야 된다던가
오르는 중에 산장이 두곳 있는데 그 한곳이 대형공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침 저녁으로 헬기로 인부들 실어 나른다 분주하더라
이 시간이 21시다
22시나 되어야 어둑해진다
좀 신기하더만
날은 또 칼같이 05시면 밝아진다
◎ 6월 28일(목) - 15일차
▷ 보좌 고개 ~ 벨뷔 언덕 ~ 몽블랑 기슭 야영
- 06:00 아침식사 후 출발
- 07:00 벨뷔 언덕 아침식사
- 08:10 트리콧 고개 방면 물 보급 이동
- 10:10 배낭 회수 몽블랑 기슭 휴식
- 12:40 히말리야 출렁다리
- 15:00 텐트 설치
우리가 보좌고개로 애초 다시 올라온 것은 첫날 빼먹은 미아주 산장, 투룩 산장 코스를 마무리 하자는 취지였다
특히나 투룩 산장이 조망이 좋다하니 그곳에다 하루 집 짓자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애당초 실현 가능성 없는 일이었다
그냥 미아주 산장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적당한 곳이 있으면 집 짓자 되었다
바람 쎈 벨뷔 언덕에서 빵으로 아침을 떼우고 내가 조금 늦게 출발 했는데 얼마 가지도 않고 어느 벤취에 다들 짐 내리고 서 있다
그냥 그 근방 공터에 집 짓잔다
물은 있어야 하니 호박씨 두고 셋이서 출렁다리 방면으로 물뜨러 갔다
30여분 가니 계곡이 흐른다
그냥 물만 뜨고 오려다가 저쪽에 초원이 있는 듯 하여 한번 가 보았다
캬~
사람들 오가는 그곳보다는 이곳이 훨 좋겠다 하며 풀밭에 물통을 두고 짐지러 갔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은 것은 그 자리가 너무들 마음에 들었었음이리라
열차 직원 출근전에 자리를 비우자
일단 당초 목표한 트리콧 고개 방면으로 진행 중 벨뷔 언덕에서 빵으로 아침을 떼운다
바람 참 심하게 부는 아침이더만
남은 술이 많아서 다들 저리 즐거운 게지
아침을 마치고 난 짐 챙긴다 좀 꿈드고 있는데 그들 먼저 출발했다
100m 쯤 걸어 내려가니 벤취에 배낭을 풀어 놓고 다들 기다리고 있다
그냥 그 근방에서 하루 유하잔다
그렇다면 물은 있어야지
호박이 배낭 지키고 있으라 하고 셋이서 고개 방면으로 물뜨러 간다
몽블랑이 흘러 내리는 저 안부쯤에 물이 있을 듯 하다
샤모니 마을로 뻗어 내리는 풍경이 과시 좋더만
군데군데 그림같은 목조 주택들이 한두동 서 있다
이건 일본 알프스에 있는 하쿠산이찌게하고 영판이구만
하나도 다르지 않아
이것도 아사히다케 습지에 많이 피어 있던 흰일월비비추랑 영판이네
계곡에서 물을 긷다가 고개들어 저쪽을 보니 자리가 있을 것 같다
물통을 두고 셋이서 일부러 가 보았다
아주 그럴싸한 자리가 있다
물통을 풀숲에 숨겨두고 배낭 가지러 되돌아 갔다
이런 분들이 등산로를 정비 하던데 자원봉사자 일까
아니면 인근 목장의 목동일까
꽃밭속에 일단 타프를 치고서 한 때를 즐긴다
그러다가 히말리야 출렁다리라 하는 곳까지 일부러 댕겨 오기도 한다
저 곳이 당초 우리가 갔어야할 트리콧 고개 방면이다
투룩 산장의 조망은 과시 환상이라는데 다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다
정식으로 집을 지어놓고 본격적으로 놀아 보자
계곡으로 가 시원하게 알탕도 한판씩 하고 왔다
참 아름다운 곳에 집 지었다
산중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주 좋은곳에서 보내는구나
늦은 오후가 되니 소들이 다가온다
우리를 목동으로 아는 모양이다
밤새도록 우리 곁에 머물더라
이곳에도 불 피운 흔적이 있다
우리는 그 흔적에 그저 불만 붙였을 뿐이다
뚜버기는 어릴적 자기집에 소를 7마리 키웠다고 소의 습성에 대하여 잘 안다
만날 천날 자기는 가난하게 자랐다더만, 우리는 집에 소 한마리 없이 컸다니 다 남의 소를 대신 키워주었다나 뭐라나
호박씨는 자러 들어가고 우리는 남은 여흥을 즐기다
그리하여 산에서의 마지막 밤도 지나간 모양이다
샤모니 시내에 있어서는 술만 마시겠지
그것보다 더워 안되겠다
마침 우리가 하산한 지점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니 대형 슈퍼마켓이 있다
먹거리와 술을 최소 10kg씩은 졌으리라
우리 시작한 날 운행하지 않았던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시작점 보좌고개로 올랐다
첫날은 그냥 기차역에서 자고 둘째날은 산으로 찾아 들었다
너무나 멋진 곳이었다
특히나 소들과 같이 한 밤이라 더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