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푸른 나무』 제13호의 편집을 마무리하며
편집위원회는 회지 『늘 푸른 나무』 제13호를 준비하면서, 12호에서 설정한 편집방향을 계승하여, 『늘 푸른 나무』가 모든 명예교수들에게 지적인 놀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편집위원회는 다양한 전공분야의 많은 교수들을 이 놀이터에 초대해, 회지 『늘 푸른 나무』를 격조 있는 《종합교양지》로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늘 푸른 나무』 제13호는, 여러 명예교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많은 장르의 수준 높은 글로 채울 수 있었으며, 명실상부한 격조 있는 《종합교양지》가 되었습니다.
회지 발간을 준비하면서, 저는 좀 엉뚱하게도, 우리 명예교수들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그것을 ‘그리움’까지는 아니고 ‘반가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년에서 수십 년을 영남대학교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지낸 것은 대단한 인연이지만, 교수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리움 수준의 유대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연인들 사이에서나 존재하는 관계이겠죠. 우리의 인생살이에 반가움도 참 소중한 에너지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분명 행복일 것입니다. 저는 퇴직 후 명예교수들과 이런저런 일로 교류하면서, ‘아! 이제는 ’만남‘이 ’일‘이 아니고 ’반가움‘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퇴직하여 직장을 잃었지만(?) 반가운 동료를 얻게 된 것입니다.
명예교수회, 그리고 회지 『늘 푸른 나무』는 많은 다양한 의의가 있겠지만, 저는 반가움을 생산하는 일이 가장 소중한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재직 중일 때는 만남의 가능성이 상존했습니다. 퇴직 후에는 그러한 가능성이 점차 옅어집니다. ‘의도적인 만남을 시도할 수 있는 관계’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퇴직 후의 삶에서는 영남대학교라는 공통의 구심점이 일이 아니고 추억입니다. 명예교수들은 일로 만나지 않고 추억으로 만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반가움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명예교수회를 통해, 여생에 한 번도 만날 가능성이 희박한 사람들이 만남을 이루고 반가움을 만들고 있습니다. 『늘 푸른 나무』를 통해서는 반가움을 종이에 새겨 보냅니다. 흔히들 ‘인생 별 것 없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을 ‘주변의 인연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솥밥을 먹으며 지낸 대단한 인연의 소중함을 이제 반가움을 통해 확인하고 있으며, 그것은 노년의 삶에서 스스로 소중한 활력소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늘 푸른 나무』에 가능한 한 많은 명예교수들의 글을 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 13호에도 12호와 마찬가지로 의례적인 글 외에 순수 창작성 글이 마흔 편이 실립니다. 삼백 예순여 명의 회원들 중에서 마흔 명이면 상당한 비율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회원교수들이 서로 반가움을 새겨 전하고 반가움을 얻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가집니다.
좋은 글을 써 주신 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우리 명예교수회 임원진들과의 교류도 소중한 추억이 되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편집위원 여러분들의 헌신적 도움에서 비롯된 새로운 우정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옛 스승의 부탁이라 힘든 마지막 교정을 기꺼이 맡아 준 경운대학교 이철우 교수와 경남대학교 박준범 교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2024. 2.
여러 편집위원들을 대신하여 편집위원장 박종갑이 삼가 씁니다.
첫댓글 일년동안 원고를 요청하고 교정 및 편집을 마무리 하시느라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 13호는 또 어떤 모습일까? '반가움'이 쌓이니 '그리움'으로 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