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통(惠通) 스님 출가 이야기
삼국유사《三國遺事》 권 5에는 혜통 스님 출가 이야기가 실려 있다. 혜통 스님이 출가하기 전 스님의 집은 서라벌 남산의 서쪽 은천(銀釧) 골짜기 어귀에 있었다. 하루는 동쪽 시냇가에서 놀다가 수달 한 마리를 잡아 고기는 해먹고 뼈는 집 뒤 동산에 버렸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동산에 버린 그 뼈가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핏방울이 떨어진 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수달 뼈는 그전에 살던 구멍으로 되돌아가 낳은 지 얼마 안 된 다섯 마리의 새끼를 안고 있었다. 몸뚱이에서 해체되어 이미 생명이 끊어진 앙상한 뼈가 다섯 마리 새끼를 안고 있다니! 어린 새끼들을 두고 죽게 된 한(恨)이 얼마나 모질게 맺혔으면 죽은 뼈마디가 핏방울을 뚝뚝 흘리며 제 집으로 돌아가 새끼를 안고 있었을까.
스님은 이 광경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짐승의 지극한 모성애(母性愛)를 보고 크게 깨달은바 있어 그 길로 세상(世上)을 등지고 출가하여 이름을 혜통(惠通)이라 고쳤다.
이 세상(世上)에서 가장 고귀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생명(生命)이다. 생명의 무게를 달 수 있는 저울은 아무데도 없다. 목숨은 단 하나뿐인 존재의 뿌리다.
어떤 사람이 죽을 때 그 사람 혼자서만 죽는 것은 아니다. 그의 가족(家族)이며 친척(親戚)과 친구 그와 관련된 물건까지도 빛을 잃는다. 그러니 한 사람의 목숨을 앗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원한(怨恨)을 사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人間)에게 힘과 지혜가 주어진 것은 약한 자(者)를 짓밟고 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이해(理解)하고 도와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생명에 대한 외경(畏敬을 평생의 신조로 살았던 아프리카의 성자(聖者)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 의식(意識)의 가장 절실한 사실은 나는 살려고 하는 생명에 둘러싸인 살려고 하는 생명(生命)이다.』 그러기 때문에 인간의 진정한 윤리란` 모든 생물에 대해서 끝없이 확산된 책임이라는 것이다.
사랑의 실천이란 자기와 타인이 서로 대립하고 있을 경우 자기를 양보하고 타인에게 합일(合一)하려는 노력이다. 그것은 「닫혀진 나」로부터 「열려진 나」로의 비약일 수 있다. 삶은 대결이 아니라 포용이기 때문!
불타 석가모니는 법구경《法句經》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생명(生命)은 폭력을 두려워한다. 모든 생명(生命)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런 도리를 자기 몸에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죽게 하지 말라』
출처 : 법정 스님(산방한담 : 죽이지 마라)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