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인간이 만든 가장 큰 업보 될 수도..."
[후기] 2018 세계생명헌장 서울안 워크샵
2018.11.30
이향림 기자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92509
지난 17일 강원도 평창 오대산 자락에 자리한 월정사에서 탈핵운동을 기반으로 한 워크숍이 있었다. 워크숍을 진행한 이원영 교수(수원대 도시부동산학과)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해 폭발한 핵발전소 사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일본은 워낙 지진이 자주 일어나서 일반 가정집에서 조차 내진 설계를 신경 쓰는 나라가 아니었던가.
우리나라는 어떨까? 전 세계에서 국토면적 당 원전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더군다나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km 이내 인구는 17만 명 정도이나 한국 고리원전은 382만 명, 원성 원전은 130만 명. 만약 우리나라에도 큰 지진이 일어난다면? 아찔했다. 그는 원전의 허상을 알리고자 2014년부터 생명ㆍ탈핵실크로드 순례길을 시작하였다.
이 교수를 포함한 순례단은 서울을 시작으로 인도의 다람살라, 바티칸까지 도보로 가서 각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지구생명헌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지구생명헌장'이란?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폭발한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원전이 안전하다는 것은 환상이었고, 전 세계 450개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미래 세대에게도 치명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지구생명헌장(2018)'은 UN의 세계자연헌장(1982)과 리우환경회의를 거친 지구헌장(2000)의 정신을 계승하여, 인류가 지향해야할 지구생명의 원칙이다.
이 워크숍은 각 종교지도자들에게 전달할 헌장의 최종안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그를 포함한 순례단은 도보로 서울을 시작으로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를 거쳐 바티칸까지 가서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지구생명헌장'을 전달하며 탈핵의 당위성을 전하고 탈핵 국제기구 설립에 동참할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 워크샵 전에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해준 판소리
(왼쪽 방향)이원영, 윤용택, 이응철, 전재경, 황은주, 오충석, 정민걸, 박병상, 이상훈, 이향림
ⓒ 이승은 간사
워크숍에 참석한 법률전문가 전재경 연구위원은 "생태, 탈핵에 너무 집중돼 있다. 전쟁과 평화 폭력, 아동권 유린, 사형과 낙태에 대한 키워드도 하나씩은 들어가야 '지구생명헌장'에 적합하지 않을까"며 의견을 전했다.
또한 "현 헌법만 봐서는 국민중심주의라서 모든 생명의 존엄성은커녕 외국인도 사람대접을 못 받는다"며 이번에 최종안을 만들면서 "생명의 자유와 권리를 헌법에 넣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는 실천적인 방안도 제시하였다.
▲ 이원영 교수와 정념 스님
ⓒ 수피아
다음날 우리는 새벽 6시에 기상하여 조찬을 하고 월정사 주지스님과 차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스님과 이 교수의 담화 내용이다.
정념 스님 : 원전, 인간이 만든 업보 중에 가장 큰 업보가 될 수 있다. 생명헌장을 만들어서 지구촌의 큰 업보를 풀수 있기를 바란다. 무기 강대국 미국이라도 평화라는 문화가 확산될 때 녹여낼 수 있다. 대한 뒤에 입춘이 오듯이 이제는 큰 싸이클의 변화가 핵 이후 봄과 같은 흐름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원영 : 우선 내년 2월에 다람살라에 도착하여 달라이 라마를 만나 헌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후 교황과 함께 한국으로 초청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 기나긴 강제징용 소송에서 승소한 최봉태 변호사를 대구에서 만났다. 월정사 단기출가를 했더니 좋은 기운을 받아서 잘 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저희도 오늘 이렇게 좋은 기운을 받고 가니 잘될 수 있지 않을까(웃음)
정념 스님 : 불교도 나락으로 들어가고 있는데(웃음). 자기 변화가 부족하고…옛날 문화만 가지고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그래서 명상마을을 통해서 새로운 공동체. 수평적 관계를 이루게끔 하는 것이 현대문명에 기여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현대 사회는 다 분절화 되어있다. 공감이 더 필요하고, 공동체에 대한 세계관은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워크샵이 끝난 후 이원영 교수에게 순례단의 실질적 주최가 누구인지 물었다. 그는 "주최는 지구이고 저는 대리인이다"라고 말했다. 우문현답이 따로 없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도보 순례를 처음 시작할 때 절에서 절로 숙박을 해가며 주지스님들에게 탈핵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이전에 먼저 도보순례를 하며 그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 있었다.
2013년 삼척원전 건설 반대운동에 뛰어들며 성당과 성당을 다니며 탈핵 깃발을 만들어 도보 탈핵희망도보순례를 했던 삼척대 성원기 교수. 이 교수도 그의 활동에 감명을 받아 2014년부터 절에서 절로 도보순례를 다녔다. 현재 삼척 원전 건설은 백지화된 상태이지만 아직 한국에 있는 많은 원전을 중단해야 하기에 성원기 교수는 내년 1월부터 한라에서 백두까지 탈핵희망도보순례를 할 예정이다.
이들의 활동이 더 많은 시민들이 탈핵에 관심을 가지고, 종교계 또한 힘을 모아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더 나아가 외국의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