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일.
그 해의 일출을 우리는 함께 맞이했다.
내가 좋아하는 동해안을 함께 다니며 마음의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는 작은 부모님이 나를 궁금해하신다며 인사를 드리자고 했다.
'아, 벌써 인사를 드려도 되는 건가...'
망설여졌지만 그냥 가는 것이 도리는 아닌 것 같아
그가 사는 마을로 들어섰다.
작은 부모님 뵙기 전에 부모님을 먼저 뵈러갔다.
두 분을 모신 묘소 앞에 서니 사뭇 진지해졌다.
마음속으로 '이 사람 제가 좋아해도 되죠? 제가 잘 할게요'
어느새 이렇게 다짐을 하고 있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작은 부모님.
이런저런 질문 끝에, 나이가 있는데 결혼을 해야 되지 않느냐며 올해 하라고 하신다.
둘 다 당황해서 아직 결혼 생각은 안 해봤다고 하니, 지금부터 생각해보라신다.
또 모아놓은 돈도 없다고 하니, 돈 걱정은 하지 말라 신다.
둘이 좋으면 문제 될 게 뭐 있냐고, 빨리 마음을 정하는 게 좋겠다고 하신다.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지만, 너무나 무게 있게 느껴졌다.
인사드리고 나오는 길.
우리의 결혼식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그전까지 내가 상상했던 결혼식은 눈물젖은 슬픈 결혼식이었는데
이 남자와의 결혼식을 떠올리니 너무나 행복할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우리, 결혼할까?"
그날부터 나는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만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결혼이라니...'
남편은 걱정부터 앞섰다.
이제 스물아홉.
가진 것도 없고,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데.
결혼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민이 깊어지면서 그 간 발길을 끊었던 교회가 떠올랐다.
'목사님과 상의해야겠다'
그동안 계속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찾아오셨던 목사님과 사모님.
매몰차게 거절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그래도 이 중대한 일을 꼭 상의하고 싶었다.
몇 달 만에 만난 목사님은 대뜸,
"하나님이 보내주신 자매다. 이삭이 모친 상사 후에 리브가를 인해 위로를 얻은 것처럼,
하나님이 정형제를 위로할 리브가를 주신 거다,
아무 걱정 말고 결혼해라, 하나님이 다 해결해주신다"
라고 하셨다.
마침, 교회 수양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남편은 결혼 전에 먼저 하나님 앞에 다시 서야 된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은 나 역시,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휴가를 내고 함께 수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외할머니 대부터 모태신앙이었던 나는, 어렸을 때는 당연하게 다녔던 교회와
성인이 되면서부터 이런 저런 핑계거리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남편은 교회에 다닌 지 불과 3~4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30여 년을 다닌 나보다
신앙심도 깊고, 성경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었다.
엄마는 늘 '네 신랑감은 신앙 있는 사람이면 돼!'라고 하셨었고
그것만큼은 엄마의 사윗감으로 딱 맞겠다고 생각했다.
첫아이를 낳고부터 엄마가 우리와 함께 살면서부터 지금까지 깨닫는 것인데,
남편의 리브가는 내가 아니라, 우리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