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와 108번뇌에 대하여▒
절이나 길가에서 스님이나 불교신자들이 염주를 목에 걸거나
손으로 돌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염주란 글자그대로 <생각하는 구슬>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께 절을 하거나 염불을 할 때,
명상에 잠겨 번뇌를 하나씩 없앨 때 사용합니다.
본래 염주는 불교의 진리를 함축하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합일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좀더 부연하면 부처님은 진리를 깨달아 부처님이 되셨는데
그 진리가 바로 연기법입니다.
연기법(緣起法)은 '말미암아 일어난다'는 것으로 세상의 모든
사물과 생명체는 서로 상호 연관되어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수많은 인연들의 도움이 없다면 어떤 생명도 자기 존엄성을
지키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을 보통 인연이라고도 하고
불교에서는 연기법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불교의
동체대비(同體大悲) 사상과 자비정신이 생겨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염주도 여러개의 낱알이 한줄에 꿰어져 만들어져
비록 알이 하나씩 따로 떨어져 있으나 다른 것들과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 인간들도 따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서로 인연으로 얽혀 상대가 없이는 존재 할 수 없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염주는 부처님 당시에 처음 생겼는데 [불설목환자경(佛說木 子經)]에
의하면 난다국의 파유리대왕이 부처님께 사신을 보내
여쭈어 보게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우리나라에는 사방에 도둑이 날뛰고 질병까지
번져 백성의 생활이 곤란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대왕께서는 밤낮으로 불안하시어 오로지
부처님께서 자비를 베푸시고 불쌍히 여기셔서 이 괴로움과 환난을
벗어나는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시기 바라고 계실 뿐입니다. "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약 번뇌와 업고를 없애려면 나무로 된 염주를 준비하여라.
알을 여덟개로 하여 하나의 염주를 만들어 항상 지니고 다니며
지성으로 불.법.승 삼보의 이름을 부르면서 나무 염주를
하나씩 움직여라.
몸과 마음의 산란함이 없이 20만번을 채우면 자연적으로
고통이 없어지고 마침내 더없이 높은 열반을 향하리라."고 하신데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량수주 공덕경(校量數珠功德經)]에 보면 문수보살이
말씀하시기를 "염주의 재료로는 다른 어떤 구슬보다도 보리수
열매를 쓰는 것이 가장 좋다.
이 염주로 염불을 하면 그 공덕은 헤아릴 수 없고 몸에
지니기만 하여도 복덕이 따른다."고 하였습니다.
★염주의 종류
염주의 종류를 알 수에 의해 구분해 보면 알이 108개로 된 염주가
보통인데 이는 108번뇌를 끊는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그 절반인 54개로 된 것이 있는데 이는 보살이 수행을 통해
얻게되는 수행의 지위(계위;階位)인 4선근(善根), 10신(信), 10주住),
10행(行), 10회향(廻向), 10지(地)의 54가지 단계를 나타냅니다.
또 그 절반인 27개로 된 것은 불교에서 숭앙하는 성자의
27단계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1,000주, 3,000주, 1,080주로 되어 있는 것도 있고
손목에 걸고다니는 합장주(또는 단주;短珠)도 있습니다.
염주는 나무 열매로 만든 것과 나무를 깍아 만든 것, 호안석,
옥과 같은 보석류로 만든 것,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 있는데
특히 보리수 열매로 만든 염주 가운데 지리산의 천은사 보리수 열매로
만든 염주가 가장 유명합니다.
-염주는 어느때 쓰나
불교신도들은 염주를 돌리며 기도,
염불을 하거나 고요히 명상에 잠기기도 하고,
108배를 하기도 합니다.
기도중에 부처님과 보살의 이름을 부르면서 한알씩 염주를
굴리기도 하고, 조용히 명상에 들어가 마음의 번뇌를 하나씩
지우기 위해 염주를 굴리기도 합니다.
수많은 번뇌로 인해 생겨난 잘못을 참회하기 위해
염주를 한알씩 세면서 108배를 하기도 합니다.
또한 108염주를 5번 돌리며 540배를 하기도 하고 10번 돌리며
1,080배를 하기도 합니다. 또 3,000배,
10,000배의 절을 하기도 합니다.
열반하신 성철스님은 자신을 찾아오는 신도들에게 3000배를 하도록
하셨는데 이것은 부처님전에서 자신의 번뇌와 죄악을 참회하고 맑게
정화된 마음으로 스님의 진리의 말씀을 듣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108번뇌를 비롯한 번뇌를 끊고자하는 것과 번뇌로 인해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는 의식이기도 하고 부처님과 성인들에 대한
예배공경의 의미가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 한방의학에는 손으로 염주를 굴리면 위장병에
좋다고도 하고 매일 108배를 하면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108번뇌란
번뇌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집착과 탐욕, 분노,
자만심, 쾌락추구, 어리석음 등으로 인해 깨끗한
마음을 더럽히는 것을 말합니다.
연기법에 대한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생명체는
모두가 서로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생들은 자기만의
힘과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만과 이기주의에 젖게 됩니다.
이로 인해 진리를 올바로 알지 못하게 되고 결국 온갖 근심과 걱정,
고뇌의 덩어리를 안고 살게 됩니다.
탐욕과 번뇌 망상은 마치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과 같아서 중생을
고통의 수렁에 몰아 넣게 됩니다.
우리가 이런 번뇌로부터 떠나는 것은 마치 몸을 괴롭히는 병마에서
벗어나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얻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다만 마음의 병이란 눈앞의 즐거움, 괴로움에 연연하여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번뇌는 결(結)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번뇌로 인해 여러가지 악업이
발생하므로 그로인해 얽혀지는 업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와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모든 것을 번뇌라고 부르는데 모두
84,000번뇌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수많은 번뇌 가운데 대표적인 것 108가지를 108번뇌라 부릅니다.
108번뇌는 우리의 여섯가지 감각기관(눈, 귀, 코, 혀, 몸, 생각)으로
각각 그 감각대상을 만날 때 좋다, 나쁘다,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18가지의 번뇌가 생기고 이것을 다시 즐겁다(樂),
괴롭다(苦), 즐거움도 괴로움도 아닌(捨) 세가지의 작용으로
번뇌를 내게되니 모두 36가지가 됩니다.
이것을 과거, 현재, 미래의 셋으로 계산하면 모두 108번뇌가 됩니다.
다른 설명으로는 온갖 세계의 지식의 오류로 인해 생기는 잘못된
소견을 없앤 성자의 지위에서 끊어지는 88가지의
번뇌(見惑 88使)와
사물의 진상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여 생기는 10가지
번뇌(修惑 10惑)에 거대한 근본번뇌에 수반하여 일어나는 10가지
번뇌인 10전(十纏;無참,無愧,嫉,간,悔,眠,掉擧, 沈,忿,覆)을
더하여 108번뇌라고 하기도 합니다.
*백팔이란 숫자는 번뇌의 숫자입니다.
번뇌가 108이라 함은 다음과 같은 근거에서 나왔습니다.
(舌)·신(身)·의(意)의 여섯 기관으로 듭니다.
이들 육관(六官)이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
법(法)의 여섯 가지 외적 대상을 인식합니다.
이때 좋다(好) 나쁘다(惡)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捨)의
세 가지 선택이 나옵니다.
이상의 6감과 6대상을 합치면 12가 나오고, 12를 3으로 곱하면
36이 나옵니다.
위의 36이 이루어진 것이 시간적으로 과거인지 현재인지 미래에
있을 것인지로 계산하면 36곱하기 3으로 108이 산출됩니다.
까닭에 108은 생명체의 모든 인식기관, 외계의 모든 객관적 물질,
그리고 시간 개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08을 좋게 보는 사람은 백팔 극락을 누릴 것이고, 1
08을 나쁘게 보는 사람은 백팔 번뇌 속에 살게 될 것입니다.
54염주는 대승불교의 수도 과정과 성취 정도를 54로 구분지은
대승보살 수도 54위에서 근거한 것입니다.
27주는 소승의 수도 계위를 나타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