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7월 14일 일요일(토요무박) 백두대간 37 회차 소황병산
자유인 산악회
백두대간 37회차 : 진고개~노인봉~소황병산~매봉~곤신봉~선자령~대관령
산행거리 : 약 27 km 산행시간 : 약 10 시간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371711/1595210
거리 27.8 km
소요 시간 10h 34m 54s
이동 시간 9h 39m 3s
휴식 시간 55m 51s
평균 속도 2.9 km/h
최고점 1,363 m
총 획득고도 758 m
난이도 보통
백두대간 (白頭大幹) 37 – 소황병산
사친(思親) – 어머니를 그리며
신 사임당申師任堂
慈親鶴髮在臨瀛(자친학발재임영)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心向長安獨去情(심향장안독거정)
외로이 서울로 가는 이 마음
回首北村時一望(회수북촌시일망)
이따금 머리 들어 북촌을 보니
白雲飛下暮山靑(백운비하모산청)
흰 구름 떠 있는 곳 저녁 산만 푸르네
** 신사임당이 강릉에 어머니를 홀로 두고 대관령을 넘어가며 지은 시
날씨 : 흐리고 안개 비
소황병산에서 일출
길을 잘 못 들다 : 왜 백두대간길이 물을 건너나
삼양기업 : 1972년 산림청으로부터 땅을 임차하여 개간사업 목장으로 변경
야생화 지천으로 피어 있다.
진고개
산을 다녀오면, 특히 이번처럼 큰 산을 다녀오면 힘들게 걸었다는 기억만 남고 남은 장면들은 마치 칠판에 지우게로 지운 것처럼 모두 하얗게 기억에서 사라지고 만다. 이번 진고개에서 노인봉을 거쳐 소황병산 그리고 안개 낀 삼양목장길을 따라 걷다가 매봉 숲길에서 잠시 헤매고 나서 곤신봉과 선자령을 거쳐 대관령으로 내려간 길은 어둠과 안개 때문인지 머릿속에 남아 있는 풍경이 없다. 다만, 길 따라 걸으면서 만난 다양한 야생화들이 점점이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준다.
2016년 가을 진고개에서 노인봉을 거쳐 소금강으로 단풍길을 따라 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러 산악회 회원들이 뒤섞여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거친 숨을 토해내던 일, 노인봉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불타는 듯 아름다운 소금강 단풍을 보면서 계곡길을 걷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그 때 노인봉에서 바라보던 황병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과 그 너머의 풍경이 궁금했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저 길은 다닐 수 없는 길이라고 말했었다. 난 황병산에 있는 군부대 때문에 그 길이 통제된 것으로 이해하고 잊어버렸었는데 오늘 우리는 그 길을 걷게 되었다.
진고개 (960 m)는 한자로 니현(泥峴)으로 표기가 되어 이 곳은 비가 자주 내려 땅이 젖어 있는 데서 유래한다는 말도 있고 달리 평창과 강릉을 잇는 이 고개가 유난히 길어서 ‘긴 고개’가 구개음화하여 ‘진고개’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오대산에 포함되어 있으면서 백두대간의 노인봉과 동대산을 이어주는 고개로 우리나라 동서를 이어주는 주요 교통로이다.
우리가 어둠속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비몽사몽 헤매는 동안 예정보다 조금 이른 새벽 2시 20분 진고개 주차장에 도착했다. 장맛비가 예보되어 있지만 습도는 그리 높지 않은 듯하다. 새벽 공기가 차갑지 않다. 이미 하지가 지나고 장마철이 되었으니 밤기온도 조금 올라 갔나보다. 하늘에는 구름이 끼었는지 별은 보이지 않는다. 총대장님이 23기를 따라 덕유산으로 가시는지라 이동근 대장과 김용호 대장의 인솔하에 진행하게 되었다. 비탐구간이 포함되어 있는 관계로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진고개 주차장에서 이대장이 혹시라도 있을 단속을 살펴보는 동안 회원들은 버스에서 산행채비를 갖춘다.
노인봉(老人峰 1,338 m)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랜턴 빛에 의지하여 걷는다. 노인봉(老人峰 1,338 m)까지 4.1 km는 짧은 오르막 뒤에 평탄한 길이 연결된다. 쉬엄쉬엄 가는데도 걸음이 빨라 한 시간 반 만에 노인봉에 도착했다. 다른 산행기를 보면 노인봉에서 해돋이를 보았다는 글도 있어 조금 기대도 했었지만 새벽 3시 50분 밖에 안되었으니 해가 뜨려면 아직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맑은 날이면 용평리조트와 강릉시내까지 보인다는데 랜턴 불빛이 아니면 주변 사물도 식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다만, 군부대 시설이 있는 황병산 (黃柄山 1,407 m) 정상은 조명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다. 우리는 모처럼 선두팀과 함께 노인봉 정상석을 둘러싸고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보통 산행에서는 선두팀과 너무 차이가 나서 늘 그들이 떠나고 난 뒤에야 산의 정상에 도착하는 바람에 단체사진을 함께 찍을 기회가 없다.
대간길은 노인봉에서 소금강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노인봉 무인대피소에서 오른쪽으로 갈라진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숲길이라서 미역줄나무 같은 덩굴과 잔 나뭇가지가 다리와 허리를 휘감는다. 이슬이 내렸는지 잎에 묻어 있는 물기가 몸을 적신다. 무인 카메라를 피해 안전장소까지 모두 무사히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 마치 군인들이 작전을 하듯 줄지어 어두운 숲길로 미끌어져 들어간다.
자료사진 : 2017년 가을 노인봉에서 바라본 황병산 방향 산줄기
소황병산(小黃柄山 약 1,330 m)에서 해돋이를 보다
선두팀이 앞서 나가고 뒤를 따라가는 별동대는 노인봉에서 만났던 타산악회 (좋은사람들) 선두팀에게 추월당했다. 그들은 마치 전쟁하듯 산행한다. 조용한 숲속을 걸어가는데 뒤에서 여러 명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서너 명이 바짝 뒤따라와 있다. 길을 비켜주고 또 한참 걸어가다 보니 또 대 여섯 명이 우리를 추월한다. 소황병산으로 가는 숲길의 끄트머리를 오르는데 날이 서서이 밝아 오고 마침내 랜턴 불빛이 필요없게 되었다.
우리가 들은 바도 그렇고 또 바라는 바는 노인봉을 거쳐 소황병산(小黃柄山 약 1,330 m)에만 오르면 내리막길을 룰루랄라 초원을 걷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숲을 빠져나오자 마자 드넓은 초원을 만났다. 마치 긴 터널을 빠져나와 탁 트인 길을 달리는 것처럼 우리는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을 만끽했다. 힘들게 올라온 수고에 대한 보상을 받는 그런 기분이었다.
<박새 >
<강활>
<애기수영>
<참조팝>
초원 입구에는 국립공원공단에서 관리하는 초소가 하나 서 있었다. 이 초소 때문에 근무시간에는 이 곳을 지나지 못하고 이처럼 무박산행으로 진행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산불방지기간인 봄 가을철을 제외한 기간에는 감시가 엄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시간이 너무 일러서 그런건지 초소는 비어 있고 우리보다 앞서 올라간 다른 산악회 회원들이 초소 주변에 앉아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5시 20분 이미 일출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라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구름이 낀 탓에 아직 어스름 빛이 감도는 초원의 동쪽 하늘로 눈길이 쏠린다. 이미 멋진 초원의 풍광에 매료되어 있었음에도 새벽의 어둠을 헤치며 올라오는 붉은 해를 보고 싶은 기대감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에 부흥하듯 검은 구름 사이로 새빨간 햇빛이 조금 내비치더니 급기야 구름 위로 동그란 보름달 같은 태양이 완전한 모습을 내비친다. 아름답다. 푸른 초원과 그 위에 솟아오르는 해는 정말 멋진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 보였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새벽 어둠속에 빛나던 황병산이 높이 솟아 있고 그 앞에 구릉처럼 뭉툭한 소황병산이 보인다. 백두대간은 소황병산을 포함하고 있으나 황병산은 대간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소황병산에 들르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 국립공원탐방 안내초소에서 숲과 초원을 경계짓는 길을 따라 발길을 서두른다.
결국 소황병산으로 가는 무리는 세 명으로 줄어들었다. 우리 자유인 22기 맏형님인 박 영묵 님과 대간길을 탐구하듯 샅샅이 살피며 영상 작업까지 하는 박 상범 님과 나 이렇게 세 명은 멀리 보이는 소황병산 정상목을 향해 풀밭을 헤치며 걸어 갔다. 무릎까지 자라는 풀밭에 농기계가 이동할 수 있는 임도가 산의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풀밭에 섞여 <강활>이 하얀 꽃을 피우고 있고 <참조팝나무> 꽃도 많이 보인다. 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한 무리의 산꾼들이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 것인지 이른 아침을 먹고 있다. 우리는 이 야영꾼들을 선자령에 이르기 전에 다시 만난다.
야영꾼들 - 이들은 전날 구룡령에서 출발하여 이 곳에서 1박하고 대관령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거칠것 없는 초원에서는 주변 산군(山群)이 끝없이 펼쳐진다.
구름 위로 떠오른 해돋이라도 좋다. 무박산행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소황병산 (1,330 m ) - 정상표지목에 높이가 잘못 기재되어 있다.
대관령 삼양목장의 개발에 관한 뜻을 새겨놓았다.
홀로 선 돌이 아침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빛난다.
소황병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광은 한 마디로 이국적이다. 이국적이란 말은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는 볼수 없는 장면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딜 가나 산이 있고 그 산에는 나무가 빽빽히 자라고 있다. 산 아래에는 밭이 있고 그 아래 평평한 곳에는 논이 있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인데 이 소황병산 아래 펼쳐진 풍경은 끝없이 넓은 푸른 구릉이다. 사진에서 보는 알프스 산 아래 평화롭게 전개되는 목장의 그림 같은 풍광이 이 곳에 있었다. 멀리 근래에 세워진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도 이채롭다.
이 소황병산은 삼양목장 초지(草地)의 끄트머리에 해당한다. 아마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인지 정상 아래에는 대관령 방향으로 커다란 돌에 목장을 세우게 된 뜻을 새겨 놓았다. 1972년 우리나라에 아직도 먹거리가 부족하여 특히 단백질 공급이 원활하지 않던 시절에 삼양기업의 창업주가 큰 뜻을 품고 모든 사람들의 부정적인 의견에 굴하지 않은 채 3년간 공을 들여 개간사업을 펼쳐 마침내 1,600 핵타르에 3,000 마리의 젓소를 사육하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새겨 놓았다. 1970년대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들여와 라면 생산을 시작한 삼양식품의 기원이 된 곳이 바로 이 대관령 목장인 것이다.
알바
한 번 구름위로 올라온 해는 거침없이 솟는다. 그늘없는 초원에 햇볕이 비치니 발걸음이 조급해진다. 아무 생각없이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발길을 큰 형님이 돌려 세웠다. 다른 사람들이 내려간 길과 많이 어긋났다는 것이다. 핸드폰을 열어 지도를 보니 정상적인 대간길에서 벗어나 있다. 다시 초원을 가로질러 사람들이 지나간 길로 되돌아 가야 한다.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이슬에 흠뻑 젖은 풀밭을 헤치고 한참을 걸어서야 정상적인 루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길은 다시 숲으로 이어진다. 서서이 내리막으로 이어지던 길 앞에 작은 시내가 나타났다. 물이 졸졸 흐른다. 언뜻 머릿속에 이상한 느낌이 찾아온다. 산은 물을 건너지 않으며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백두대간의 기본 개념인 산자분수령(山自分水領)이 머리에 떠오른다. 뭔가 잘 못 되었다. 길가에는 입산금지 푯말이 세워져 있고 산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냇물 오른쪽을 따라서 내려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른쪽 산 능선쪽으로 이어진다. 길도 무척 뚜렷하여 별 의심없이 오르는데 큰 형님이 이상하다며 다시 한 번 살펴보자 하신다. 핸드폰의 앱을 살펴보니 실제로 우리가 가야 할 등산로는 이전에 갈라진 곳에서 직진하는 것으로 나와 있었다. 다시 되돌아가 수정된 코스로 한 참 가다 보니 다시 초원이 나오고 산길은 초원과 숲 사이로 이어지고 있었다.
계곡물을 건너서는 안되는데.... 길 안내 표시라도 해 놓았더라면 좋았을걸..
산행 구간 내내 이렇게 금지된 길을 걸었다.
초원은 야생화 화원이다
햇빛에 가려 숲에서는 자라지 못하는 야생화가 이 초원과 숲 사이 길 가에는 많이 피어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물레나물>이다. 큰 바람개비처럼 생긴 꽃잎이 마치 목화솜으로 실을 잣는 물레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아무데서나 자라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원 위에는 이 바람개비 물레나물이 많이 피어 있었다.
이 물레나물보다 작지만 모양이 많이 닮은 <고추나물>도 눈에 띈다. 이는 꽃이 아니라 열매가 고추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밖에도 그 동안 필 듯 말 듯하던 <자주여로>가 활짝 피어 있고 <큰까치수염>도 피어나고 있다. <마타리>와 <호장근>꽃도 한창 피어 있고 그 동안 줄곧 피어 있던 <미역줄나무>꽃은 열매로 탈바꿈중이다. <엉겅퀴>와 <초롱꽃>, <강활>과 <꿀풀>꽃도 제 철을 만난 듯 여기 저기 많이 피어 있다. 꽃은 햇볕과 물과 바람만 있으면 이렇게 자유롭게 피었다가 지고 열매를 맺는다.
<기린초>
<물레나물>
<자주여로>
<까치수염>
<엉겅퀴>
<초롱꽃>
<강활>
<꿀풀>
<호장근>
<달맞이꽃>
<마타리>
<팥배나무>
<분홍바늘꽃>
산 언덕 위로 특이한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다가 가서 안을 살펴보니 하나에는 신갈나무가 그리고 다른 하나에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생각컨데 이는 바람을 막아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방풍막이다. 다만, 실제로 그 안에 무슨 나무를 심은 건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소나무와 신갈나무는 사실 별도로 심지 않아도 어디에서나 자연적으로 자라나는 것인데다 별도로 이런 보호막없이 비바람 맞으면서도 잘 자라는 나무인지라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구조물을 설치하면서 이런 나무를 심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키 어렵다.
삼양기업
나무보호를 위한 방풍시설
그 안에 시삼양기업
매봉 ( 1,173 m)
7시 30분이 넘었는데 선두 팀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또 어디에서 아침을 먹을 건지 알 수도 없다. 전화를 해도 카톡을 보내도 답이 없다. 짐작컨데 우리보다 상당히 앞서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매봉에 오르는 길목에서 우리는 여장을 풀었다. 안개가 몰려와 조망도 점점 흐려지는데 선두팀과 연락도 안되니 우선 아침을 먹으면서 에너지를 보충할 참이다. 임도로 사용되는 듯 편평하게 다듬어진 길 위에 자리를 폈다.
나무숲과 목장 초지가 혼재되어 있는 산길을 거쳐 매봉에 오른다. 작은 관목이 우거진 숲에 길이 여러갈래로 벋어 있다. 대관령에서 온다는 사람들도 우리처럼 선자령에서 오는 사람들도 매봉으로 이어진 길을 찾아 헤맨다. 별도의 이정표는 없고 사람들이 지나다닌 길만 이리 저리 이어져 있다. 실제로 매봉은 가까이에 있었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정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다. 검은 개 한 마리가 산객들이 흘렸거나 나눠주는 음식으로 연명하고 있는지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순해보이지만 덩치가 큰데다 친근한 척 하지만 또 경계하는 눈초리가 가까이하기엔 좀 꺼림칙하다. 가까이 불러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두려운 듯 떨어졌다가도 어느 새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우리는 서로 불편함을 느끼는 듯하다. 누군가 집에서 기르던 것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 매봉에 버려진 것인지 목에는 헝겊으로 된 목줄이 달려 있다.
<미역줄나무>꽃이 지고 열매가 익어간다.
<고추나물>
<꿩의비름> 이제 곧 꽃이 피겠다.
<노루오줌>
<딱총나무> 열매가 익어간다.
<나도수정초>
매봉에서 산님에게 부탁하여 단체사진을 남겼다.
안개 낀 초원
매봉을 내려와 숲 밖으로 나오니 또 다시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 기대했던 조망이 열리지 않아 아쉽다. 초원과 숲 사이로 길이 이어지고 곧 이어 평탄한 임도가 나타난다. 왠만한 차들도 왕래할 수 있을 만큼 넓고 평탄하다.
안개로 인해 풍력발전기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돈키호테가 풍차를 보고 거인으로 착각하여 창을 들고 달려 들던 장면이 생각난다.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천천히 돌아가는데 가까이 가서야 비로소 날개의 움직임이 흐릿하게나마 보인다. 안개만 없다면 기다란 창을 들고 끝없이 줄지어 있는 거인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없다는 데 아쉬움이 크다.
이 총무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동해전망대에서 아침을 먹고 있다며 빨리 오라 한다. 우리가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들이 떠나고 안개만 자욱하게 남아 있었다. 날이 좋으면 강릉시내가 훤해 내려다 보이고 그 너머로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을텐데 지금 우리 눈 앞에는 짙은 안개뿐이다.
전망대 주변 풀섶에는 <기린초>와 <분홍바늘꽃>이 큰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마치 일부러 심어서 가꾸어 놓은 듯 분홍바늘꽃이 무성하다. 이 꽃은 북한지역에 많이 자라고 백두산까지 퍼져 있는데 남쪽에는 오대산이 남방한계선인 것 같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듯 꽃봉오리가 위로 올라갈수록 조록조록 달려 있어 앞으로 두어 주 정도 더 피어날 것 같다.
<돌배나무>
안개속에 나타난 거인.... 긴 창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듯하다.
<각시취>
<뱀무>
<꽃창포>
동해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 방향. 보이는 건 모두 안개 뿐이다.
동해전망대 주변에 <분홍바늘꽃>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바람의 언덕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양박(兩朴)님들
대간길과 겹치는 목장은 사유지(私有地)이다
바람의 언덕을 지나갈 때 앞에 버스가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려 안개낀 풍경을 감상하는데 삼양 기업 유니폼을 입은 젊은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와 엄한 어조로 말을 붙인다. “어디에서 오시는 겁니까?” 그는 우리가 사유지를 침범하여 법을 위반했다고 운을 떼더니 우리 앞에 지나간 사람들과 같은 팀이냐고 묻는다. 그 팀 사람들은 입장료를 내고 지나갔다고 하기에 “우리는 백두대간을 뛰는 사람들입니다” 하고 설명을 하자 자기는 백두대간은 모르지만 이 목장에 들어서면 안된다며 입장료를 내라는 투로 말한다. 집요하게 말을 끌고 당기기에 우리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쳤다.
삼양기업에서 운영하는 투어버스는 바람의 언덕까지 운행하는 듯 하다.
곳곳에 세워진 경고문에 따르면 이 목장은 삼양기업에서 산림청으로부터 장기 임대하여 목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유지이므로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한다. 만일 허락없이 들어오면 사유지 무단침입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고문 문구 내용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미국 서부영화를 보면 목장은 나무울타리로 둘러 싸여 있고 누군가 허락없이 그 안으로 들어오면 총으로 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음이 혼란스럽다. 우리는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본의 아니게 국립공원에서 지정한 비법정 탐방로를 통과하는 것도 모지라 이렇게 사유지로 지정해 놓고 무단침입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협박을 받기까지 한다. 모바일 앱에 나와 있는 산길은 상당부분 이 목장의 임도와 겹치는 것을 알 수 있다.
- 사진 수량 제한이 있어 2 부로 이어서 게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