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테마파크 ‘레고랜드 코리아’ 공사가 진행 중인 강원도 춘천시 중도의 유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해 12월 재야 사학자와 국회의원, 한민족사연구회 등 20여개 역사-민족, 시민단체 등으로 결성된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보존 및 개발저지 범국민대회운동본부’는 지난 달 1월 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중도 고조선 유적지 레고랜드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운동본부 측은 이미 1970년-1980년대 중도에 매장문화재가 광범위하게 산재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이후 문화재청이나 지자체 등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번에 레고랜드로 개발허가가 난 것은 위법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을 하며 춘천지방법원에 레고랜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에 맞서 ‘춘천 중도개발 반대 저지를 위한 범시민 단체 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보존 및 개발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최근에 법원에 제출한 레고랜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춘천지역 주민자치연합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이통장연합회, 노인회 등 32개 단체가 참여해 구성한 시민단체가 중단 없는 개발을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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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오랫동안 이중 삼중의 규제를 받아 오다 레고랜드 유치로 말미암아 도시 발전 기반을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운동본부가 사업 저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중도 유적 보존 방안을 전제로 레고랜드 개발‘을 승인한 것 이라며 ‘우리는 사업 추진을 위해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개발 저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비용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정 공방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5대 현장대기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지난 해 11월 28일 첫 삽을 떴다.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 사업은 5천 830억 원을 투자해 강원도 춘천시 중도 129만 1천㎡의 부지에 동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레고랜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7년 테마파크 개장하고 2018년 호텔, 콘도, 워터파크, 스파, 아울렛 등 나머지 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중도 레고랜드 개발 조감도 |
레고랜드 기공식,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2014.11.28) |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에 앞서 2013년 10월부터 작년 7월까지 전체 부지의 10분의 1도 채 되지도 않은 1차 문화재 발굴조사 지역(12만 2025㎡)에서 청동기시대의 집자리 917기와 고인돌 101기, 저장 구덩이(竪穴) 355기, 바닥 높은(高床式) 집터 9기 등 모두 1400여基 등 신석기시대 유적부터 청동기시대 유적, 철기시대 유적 그리고 삼국시대 유적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고대사를 한 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유적들이 무더기로 출토됐다.
유적이 다수 발견 되자 문화재위원회는 사업을 추진하되 유적을 이전 보존하도록 하는 조건부 승인을 했다.
지난 해 말 문화재청 발표에 의하면 레고랜드 부지 內 발굴 유적 중에 환호와 주거지는 복토, 보존하고, 유적의 성격을 살리는 활용방안을 레고랜드 설계에 반영토록 하고 묘역식 지석묘 3개군 36기는 이전 복원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특징 있는 지석묘 12기와 주거지 노지(爐地) 2기를 선정하여 전시관에 이전 하고 그 외 지석묘들은 복토 보존한다는 것이다.
또한 발굴한 유적들은 3D 스캔, 영상다큐로 제작 유구, 유물 전시관에서 활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중도 발굴 유적은 레고랜드 사업으로 훼손이 되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복토, 보전하여 유지하고 고인돌, 환호, 집터 중 대표적인 유구와 유물은 국민들의 체험교육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
남쪽 하늘에서 본 중도 발굴 현장(2014.8) |
중도유적 레고랜드 부지 內 고조선시대 중심구역 유구 항공사진(2014.8) |
중도유적 內 고조선시대 환호(흰색 선)와 중심구역 유구 항공사진(2014.8) |
중도는 춘천의 북한강과 소양강의 합수머리에 1967년 의암댐 준공으로 북한강 물이 막히면서 생긴 하중도(河中島) 중 한 섬이다..
춘천 중도의 청동기시대 국내 최대의 유적지가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로 조성될 위기에 놓였다.
“중도 유적은 고고학상으로 청동기시대(14세기-12세기)로 편년되나 역사적 편년으로 고조선(古朝鮮)시대이다. 중도 유적은 우리가 잊고 있는 고조선의 또 하나의 실체일 수 있다.”-이형구 선문대학 석좌교수
중도유적 內 고조선시대 대형 건물지(2014.8) |
중도유적의 고조선시대 건물지 출토 토기와 석기(우측 하단: 갈판과 마봉) |
중도의 중앙에서 약간 북쪽에 위치한 주거지 밀집지역은 집자리가 정면을 모두 동남향으로 향하도록 배치돼 있고 그 질서정연한 배치가 마치 기획도시 같은 느낌을 준다.
주거지 밀집지역의 중심구역에 둘레가 404m(내부 면적 1만㎡)나 되는 네모난 형태의 방형 환호(環壕)가 중도유적에서 발굴됐다. 북한강 유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마치 성곽의 해자(垓字)처럼 긴 도랑을 파서 경계를 이루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짐승이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해자시설처럼 보인다.
이는 마치 궁성(宮城)유적과 같은 인상을 준다.
방형 환호를 두른 중심구역 안에서 발굴된 40호 방형주거지에서는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인 이른바 ‘비파형청동단검’이 출토되었고, 37호 대형 장방형 주거지에서는 청동도끼(동부, 銅斧)와 청동단검자루끝장식(검파두식, 劍把頭飾)이 출토되었다. 아마 수장 급의 인물의 주거지이거나 집무실 혹은 대단위 취락의 공공건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행정구역 이외에 주거구역에서 마제석기 미완성 반제품이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석기를 제작하는 작업장으로 추측되는 공방(工房)터도 발굴했다.
중도유적은 주거 공간 남쪽으로 무덤구역과 경작구역을 갖춘 대도시이다.
중도유적에서 917기의 집터가 발굴되었는데, 1세대 당 6,7명이 살았었다고 보면, 중도일대에 6,000~7,000명의 주민이 거주한 대단위 취락이었을 것이다.
중도유적 적석식 지석묘群(2014.8) |
중도유적 석관묘(2014.8) |
중도유적의 고조선시대 건물지 출토 토기와 농경구(좌측)와 수확구(중앙) |
춘천지역의 선사시대 유적 유물은 종류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 특성도 서북계통, 동북계통, 서해안계통의 특징들이 혼합된 양상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최소한 춘천지역은 신석기시대부터 강줄기를 따라 문화의 유입과 전파가 활발했으며, 청동기시대에는 강가를 중심으로 움집을 짓고 동북 지방적 요소가 강한 다양한 토기와 석기를 사용했다.
고인돌무덤의 양식은 탁자식과 개석식이 함께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어느 지역보다도 문화의 교류가 활발했던 곳으로 생각된다.
이후 철기시대에 이르면서 중도式 무문토기인 ‘呂’자형(‘凸’자형)토기를 사용하는 집단이 주를 이루고 살아왔다.
춘천지역의 신석기 문화는 서해안式 빗살무늬토기 문화와 동해안에서 북한강 유역을 타고 내려온 문화가 혼합되는 지역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지석묘群에서는 구연부(口緣部)에 문양이 새겨진 즐문토기편이 수습되었다.
이는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의 이행기(移行期)를 밝힐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지석묘가 강을 중심으로 밀집 분포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소양강변에서 떨어진 지역에도 지석묘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석묘人들이 강 연안지역에서 생활하였지만 가까운 산자락에도 지석묘를 조성하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춘천시 서면 신매리와 중도 일대는 청동기시대의 지석묘群과 농경인의 취락지가 집중 분포되어 있다.
그 중심지가 오늘날의 중도유적 일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도유적 레고랜드 시설 예정부지의 적석식 지석묘群 |
중도유적 고조선시대 환호 內 대형 건물지와 출토 청동기(2014.8) 상단 오른쪽 : 37호 주거지 출토유물인 청동도끼 하단 가운데 : 40호 주거지 출토유물인 비파형 청동단검 |
중도유적은 1980년부터 84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 의해 5차례나 발굴하여 발굴보고서도 5권이나 냈다.
이때 발굴에서 경질무문토기, 타날문토기, 무문토기 등과 철촉 등이 출토되었다.
중도지역의 토기를 이른바 ‘중도식토기(中島式土器)’라고 할 정도로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중도식토기는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에서 출토되고 있는 이른바 ‘풍납동식토기’와 같은 계통의 토기양식으로, 초기 한성백제시대와 이어지는 중요한 문화유형으로 지명을 따서 문화 명칭까지 부여받은 중요한 유적이다.
문화재청 발표대로 현재로서는 보존할 부분은 보존하면서 일부지역에 대한 유적박물관과 야외 유구 전시공간을 만들고, 그 외 공간은 사업자 측(레고랜드)이 추진하는 시설이 들어 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문대학 이형구 교수는 “중도유적은 섬 전체가 신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수천동안의 역사유적이 고스란히 보전되고 있는 지역이다.
어느 한 부분은 보존하고 어느 한 부분은 유물만 수습해서 보고서로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잊혀진 고대사는 살아있는 유적 없이는 절대로 그 역사를 복원할 수 없다. 하루 빨리 원상을 보전하고 국가사적으로 지정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부터 2000년 전 무렵에 우리 조상들이 계획된 도시에서 궁전 같은 구획된 중심공간을 갖추고 조직적으로 거주했을 도시형 유적이다. 정말로 세계적인 유적이다. 온전히 보전하여야 한다. “고 강변을 한다.
중도 유적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이미 잘 알려졌었다. 일찍이 국가기관에서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보존책을 한 번도 내놓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 관광사업 시행 결정이 난 후에야 문화유적을 확인한다고 서둘러 ‘긴급발굴’하면서 문화재를 파괴하는 꼴이 됐다.
무엇보다도 그 유적의 중요성은 고고학 학자들로 구성된 발굴자들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 지금 그들은 아무 말이 없다. 발굴만 하고는 나 몰라라 한다. 뿐만 아니라 중도 유적을 지켜봐 온 역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 역시 아무 말이 없다.
잊어버린 고대사도 복원하고, 고고학현장 박물관을 만든다든가, 발굴된 고대도시 유적을 잘 재현해서 전국의 어린이들이 역사 현장을 참관하는 역사교육장으로 만드는 것이 서양식 ‘플라스틱제 기구’로 노는 놀이장소로 만드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기원전 4,500-3000년 중국 요령성 우하량(牛河梁) 홍산(紅山)문화 유적 항공사진(이형구, ‘한국고대문화의 비밀’) |
중국 요령성 우하량(牛河梁) 적석총 유적에 씌운 돔(2013.7) |
중국 요령성 우하량(牛河梁) 유적 돔 내부(2013.7) |
아파트 공사 중 발견된 기원전 12세기-650년대 유물이 출토된 중국 사천성 청도 금사(金沙)유적지에 씌운 돔 (2007.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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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요령성 우하량 홍산문화의 적석총과 적석 제단 유적을 1500억 원이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서 1년여 만에 대형 유리 돔(Dome)을 씌워 보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1000억 원의 외자를 들여와 고조선시대의 중요 유적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문화유산 보존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도 지석묘(Dolmen)들이 많지만 좀처럼 유적들을 덮거나 헐어서 옮기는 파괴행위는 하지 않는다.
춘천시 신북읍 소양강변 천전리의 북방식 지석묘와 적석식 지석묘 등 춘천지역에는 화순·고창·강화지역의 지석묘에 이어 가장 많은 지석묘들이 산재해 있다.
적석식묘의 구조면에 있어서 중국 요령성 우하량 홍산문화 적석총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여 그 시원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잘 보존하여 ‘세계문화유산’인 화순·고창·강화의 지석묘에 이은 추가 등재를 신청해야 할 것이다.
춘천지역의 적석총은 시베리아의 카라스크-타가르 식(式) 적석총에서 유래됐다고 하는 기존의 주장(『한국고고학개설』)을 뒤 바꿀 수 있는 귀중한 고고학적 자료이다.
이와 같은 적석식(積石式) 매장유구(埋葬遺構)는 이미 발해연안 북부 우하량 유역의 우하량 홍산문화에서 익히 보아 온 발해연안에 분포하고 있는 묘제(墓制)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청동기시대 문화의 원류를 규명할 수 있는 정말로 귀중한 유적이다.
앞으로 춘천의 중도유적은 국가 사적(史蹟)으로 지정하고 춘천지역의 고조선시대의 역사 문화를 보존하고 연구 교육할 수 있는 ‘강원도립박물관 또는 춘천시립박물관’이나 ‘고조선박물관’을 설립해야 할 것이다.
중도유적인 적석식 지석묘 이전 공사 시작(뉴스타파, 2014.12.16) |
중도유적인 적석식 지석묘 유구를 마대에 담아 잡석이라 써서 이전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2015. 1.4) |
춘천 중도 고조선유적지 학술회의에서 중도유적의 중요성과 보호대책을 역설하는 이형구 선문대 석좌교수(2015.1.7) |
춘천시가 꼭 레고랜드를 유치해야만 한다면 유적과 유물이 비교적 적게 나오는 상중도(上中島, 27만평)나 시내의 구(舊) 미군기지인 'Camp Page'(67만㎡, 2016년 춘천시에 완전 귀속)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레고랜드 개발을 예정지역 안에 있는 집단 거주 지역(聚落)과 해자시설이 있는 중심구역의 유적은 절대 보존하여 우리나라 고조선사(古朝鮮史)를 복원해야 한다.
문화재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허가일부 지역에 유적박물관과 야외 유구 전시 공간을 만들고 그 외 공간에 ‘레고랜드’ 태마파크 시설을 세울 수도 있다.
한 해 20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9,8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레고랜드 사업보다 100-200년을 내다보면서 중도를 거대한 선사유적공원으로 만든다면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조상의 덕을 보는 관광 한국으로 태어나길 기대한다.
첫댓글 "잡석"이란 말과 "돔"이란 말이 두 나라의 인식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