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부터 7일까지 부산 삼광사와 송정 약사선원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한국교수불자연합회(회장 심익섭)에서 주최한 불기2560(2016)년도 한국교수불자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대한 다수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핵심은 없고 변죽만 울리는 논문이 대부분이었다.
필자는 어떤 학자의 논문에 논평을 하게 되었다. 논평에 앞서,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국불교의 무엇을 세계화할 것인가?” 그리고 이어서 “어떤 사람은 한국불교의 전통인 ‘간화선’을 세계화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현재의 간화선은 ‘참나(眞我)’를 찾는 것으로 변질되어 버렸는데, 어떻게 이것을 세계화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응철 교수는 <한국불교의 세계화 사례: 주요 종단의 활동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접근방법을 제시했다. 이를테면 국제구호 실천, 불교문화 교류, 국제포교 활동, 교육 및 의료기관 설립과 운영, 역경사업 추진 등이다. 그는 ‘한국불교를 어떻게 세계에 알리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불교계의 세계화가 활발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사상에 근거한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공유하게 할 수 있는 수행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불교문화에 토대를 두고 있을 때 한국불교의 세계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한국불교를 ‘어떻게’ 세계에 알리느냐 하는 문제보다도 한국불교의 ‘무엇을’ 세계에 알릴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더 중요하다. 먼저 한국불교의 ‘무엇을’ 세계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그것을 ‘어떻게’ 세계화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이른바 한국불교의 ‘무엇을’ ‘어떻게’ 세계화할 것인가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국제구호 실천이나 불교문화 교류는 한국불교에 대한 호의를 갖게 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붓다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불교도로 개종시키는 것은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불교문화 교류를 언급하면서 세계 각국의 시민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한국의 불교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템플스테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각 스님은 템플스테이가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와 같은 일회성 행사에 참석했다고 해서 모태신앙을 가진 서양인들이 불교로 개종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김응철 교수도 지적한 바와 같이, 숭산 행원(崇山行願, 1927-2004) 스님도 미국에서 활동하던 초기에는 한국불교의 전통 간화선 수행법으로 지도했으나, 미국 문화에 젖어 있는 젊은이들에게 잘 수용되지 않음을 알게 되어 ‘관음선(觀音禪)’이라는 새로운 접근방법을 모색하여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허정 스님은 「현각 스님을 지지하는 이유」라는 글에서 “부처님 법에 근거한 교리와 수행법이 선종어록에 근거한 교리와 수행법이 예민하게 대립하고 있는데도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어 치열하게 토론되지 못하고 개인 간의 싸움이 되도록 방치하고 있다.”(≪불교닷컴≫ 2016년 8월 3일자)고 말했다. 이것은 간화선 수행법의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간화선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수행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간화선을 지도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간화선의 핵심은 화두에 대한 의심이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중국 선불교에 대한 조예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무자(無字)’ 화두를 참구하라고 한다고 해서 의심이 일어나겠는가?
김용표 교수는 <대한불교조계종의 국제화 전략: 문제점과 방향>이라는 논문에서 “한국 간화선의 세계화는 한국불자의 간화선 생활화와 대중화가 전제되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수행자만이 접근할 수 있는 최상승 조사선을 어떻게 대중화하여 세계인들에게 전파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것은 간화선 세계화의 어려움을 지적한 것이다.
간화선은 중국 선불교에서 유래된 수행법이다. 그런데 선불교의 본산지인 중국에서는 이미 폐기한 수행법이다. 이러한 간화선을 세계인에게 알린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부처님이 직접 제시한 사념처(四念處)와 같은 수행법이 널리 보급되어 있다. 이처럼 가장 빠른 수행법이 있는데, 굳이 우회할 필요가 있는가? 잘못된 전통은 하루빨리 청산하는 것이 최선이다.
불교의 신행은 세 가지 요소, 즉 교리와 의례와 수행체계가 일치해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교리와 의례와 수행체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신앙적으로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수행의 진척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상에서 살펴본 간화선 외에, 한국불교의 장점을 세계인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만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필자는 한국의 불교도들에게 묻고 싶다.
산 자를 위한 불교가 아닌 죽은 자를 위한 불교로 변질해 버린, 사십구재(四十九齋)나 매년 우란분절에 천도재(薦度齋)를 지내는 전통을 세계화할 것인가?
승려들의 도박문화를 세계화할 것인가? 각종 국고보조금을 횡령하여 승려들이 줄줄이 교도소에 수감되는 관행을 세계화할 것인가? 사방승가의 소유물인 사찰의 토지를 매각 처분해 버리는 승려들의 악행을 세계화할 것인가?
종단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다고 사미승을 개 패듯이 폭행하는 승려들의 폭력문화를 세계화할 것인가? 종단에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한다고 ‘해종언론’으로 낙인찍어 언론을 탄압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권승들의 만행을 세계화할 것인가? 한국불교의 무엇을 세계화할 것인가?
불교닷컴 2016.08.09 / 원불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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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 스님은 스리랑카팔리불교대학교 불교사회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철학석사(M.Phil.)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학교(경주캠퍼스) 겸임교수 및 팔리문헌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된 관심 분야는 불교사회사상이다. 현실을 떠난 가르침은 현대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