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 김교신 선생을 회고하며…류달영
“철저히 성경정신으로 사신 분”
내가 선생을 처음 만난 건 양정고보를 입학하면서지. 김교신 선생은 박물과 선생님이었는데 식물, 동물, 광물, 박물, 지리 등을 배웠어. 당시 모든 학교에서는 교과과정을 전부 일본사람들이 지시한 것으로 가르쳐야 했어. 조선지리, 조선역사는 없었지. 일본 지리, 일본 부도 등으로 배우고 그 중에 조선반도가 조금 들어 있었어. 그러나 김교신 선생님은 일본지리는 3∼4시간 가르치고 나머지는 전부 조선지리를 가르치는데 열심을 내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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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독교를 아주 싫어했어. 아, 그런데 양정학교 담임이 기독교 신자라는 거야. 어째서 이런 선생을 만났나 큰일이구나 했지. 그러나 선생님은 틀리더군. 선생님을 모시면서 애국정신에 감화를 받았지. 선생님의 잡지(성서조선)를 교정하며 성경을 접하게 됐고, 가까워졌어. 기독교를 이해하고 양정졸업하고 기독교 신자됐지. 다른 학교갔다면 난 절대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을 거야. 그분은 철두철미하게 민족 사랑, 나라 사랑을 하셨지. 그 선생님의 교육운동은 곧 독립운동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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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밑에서 공부하면서 내가 공부하는 목적도 `독립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는 자각을 갖게 됐지. 선생님을 모시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 역사와 국토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어. 선생님은 인류문화가 온대지역과 반도지역서 발달한다고 하셨어. 조선이 바로 그런 조건에 있어 동양 최고의 문화를 꽃피울 나라라고 하셨어. 금속철자, 충무공 등 휼륭한 사람들과 문화를 많이 갖고 있고 또 세계 최고의 문자를 갖고 있다고. 그분에게서 배운 것이 바로 이런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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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한국사람이 영원히 잘 살려면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야 된다고 늘 말씀하셨지. 그래서 `성서를 조선에'를 늘 강조하셨어. 내가 졸업무렵 의학전공을 하느냐 아니면 한국인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사는데 잘 살 수 있도록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의 길을 가느냐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 그때 선생님께 고민을 말했더니 `뭐 고민하냐, 소신대로 하지'라고 말씀하셨어. `농학을 해서 우리 농민들 돕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농학을 하라고 하셔서 수원고농(서울대 농과대 전신)을 가게 됐지. 고농 다니면서 농촌 계몽운동에 앞장섰던 최용신 선생을 만났고 그녀가 가장 어려울때 모금해서 전해주기도 했지. 김교신 선생님이 최용신 선생에 대해 글을 쓰라고 해서 그때 글을 쓴 거야. 편지를 전기로 쓴 것은 아마 세계 처음이었을 거야. 선생님 명령이 아니었으면 쓸 생각 못했지. 그 책 나오고 전부 압수당했어. 불온문서라고. 끌려가기도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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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말기에 선생님이 일본질소주식회사가 있는 함흥으로 오라고 그러더군. 선생님은 당시 5천명의 한국노동자들의 계장으로 계시면서 그들을 돌보셨지. 그곳에 가셔서 유치원을 만들고 아동병원도 만들고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 애쓰셨어. 한번은 노무자들 중 깡패 대장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팔힘이 센 사람 30명을 뽑으라고 하시더군. 깡패놈을 혼내주려 하셨나봐. 그러나 힘세다는 30명과 대결해서 그 깡패가 모두 이겨버렸어. 그 깡패가 `우승했으니 상금을 주셔야죠'라고 말하니 선생님이 `다 이겨야 우승이지, 나도 있잖아'하시는 거야. 그놈이 껄껄 웃어. 그래서 시작했는에 세번을 했는데 모두 다 선생님이 이기셨어. 그후로부터는 꼬박 꼬박 선생님께 순종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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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백살까지 사실 줄 알았어. 선생님도 그렇게 이야기 하셨고. 그런데 45세로 돌아가셨어. 그분이 돌아가셨을때 질소회사 과장이 일본사람인데 하는 말이 “이 사람은 내가 부리던 사람이나 마음으로는 늘 존경하는 스승이었다”며 눈물흘리며 이야기하더군. 해방되고 5천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다른 일본 사람 다 잡아 가둘때 그 일본 과장은 보호해 주었지. 선생님이 돌아가셨을때 나는 급성맹장염으로 수술을 해서 선생님 옆에 있지 못했어. 안타까워. 지금 내 딸이 김교신 선생의 며느리야. 사위도 일찍 죽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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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교회 소속을 안하셨어. 인간주의를 배제하고 철저히 순수한 성경중심으로 사셨어. 성경만 공부해서 성경정신으로 살아가는 `자유신앙'인이지. 선생님이 그리워….성천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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