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새가 운다 새가 새 울음을 물고 새를 부른다 지하철 내부는 새 울음소리 가득하다 새들의 먹이는 톡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톡을 주는 사람들 의자에도 통로에도 이 칸도 저 칸도 톡을 먹은 새들의 배설물이 수북하다 톡끼리 착각하여 더러는 모방에 걸려든다 조건 반사에 낀 손을 확인하며 계면쩍게 웃는다 눈으로 슬쩍 톡을 훔쳐 먹는다 응시하던 시선 빼지 못해 잘라버린다 온통 톡을 먹은 새에 중독된 사람들의 외면外面이다 새들은 늘 변종을 꿈꾼다 지문의 기호들을 모두 탐독하여 GPS도 없이 정확하게 날아간다 강남으로 명동으로 때론 지구 밖으로 사람의 생각을 읽고, 아바타를 들고 이 집 저 집 벨을 누른다 톡을 먹고 사는 저 새들의 지능이 점점 우월해진다 새들이 날아가는 속도만큼 지구는 돌아가고 오늘도 순환선은 한강을 건너가고 있다
✒류명순 시인 - 경기 안성 출생 ㆍ한국방송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졸업 ㆍ2002년 자서전 <잃어버린 20년>으로 작품 활동 시작 ㆍ2012년 계간《시작》등단 ㆍ동서커피문학상. 방송대학문학상 수상 ㆍ시집『새들도 변종을 꿈꾼다』시작시인선,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