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학생들을 위해 교육감에게 드리는 제언
2020.10.22
구신서∥전남도교육청 정책기획 자문관
코로나19로 우리 남한 사회의 최대 행사라 할 수 있는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2주 연기돼 오는 12월 3일 치러진다. 불과 40여일도 채 안 남았다. 100일 전부터 입시생을 둔 부모의 소망을 담은 모든 종교단체의 기도가 진행되고 종교가 없으면 조상님의 은덕이라도 받기 위한 바람의 의식이 시작됐을 것이다.
수능이 치러지는 당일 날은 재난 대비 수준의 정부 각 부처와 민·군 항공기를 비롯한 기업과 민간의 대응이 이뤄진다. 그런 수능이 연기된 사례는 이번이 네 번째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애초 11월 17일에서 23일로 또 2010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문에 11월 11일에서 18일로, 2018년에도 포항지역 지진피해에 따라 일주일 연기된 바 있다.
정부 수립 이후, 아니 민주화 이후에도 거의 수십 번 입시제도가 변경됐고 그때마다 큰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정권이 바뀌고 그 때마다 입시제도가 변경됐지만 아직까지 평가의 공정성이 확보되고, 고교교육이 정상화 되고, 사교육이 줄거나 억제됐다는 등의 목표가 이뤄진 적이 없다.
필자도 1984년 교육운동 시작 때부터 수십 년 동안 다양한 활동과 방식으로 입시위주교육의 철폐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다. 오랜 경험으로 보면 입시는 교육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신분상승을 통한 권력과 부의 획득을 위한 중요한 과정의 일환으로 명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력가, 의사, 법조인, 대학교수 등 돈이나 고학력 전문직 등을 가진 사람들은 현재의 교육과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는 자녀의 일류대학 입학만큼 투자 가치가 있고 대물림의 효과가 확실한 것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나머지 국민들 또한 그 카르텔을 알고 있지만 너무 늦게 대응했거나 돈이 부족하거나, 정보에 뒤 떨어져 있어 불안한 마음이 크지만 대열에서 이탈되지 않도록 자녀를 그 선상에 세워두려 애쓰고 있다.
자녀를 관리하는 시간의 정도, 부모의 경제력, 입시제도에 대한 정보력이 승패를 좌우하는 이 싸움에는 어떤 입시제도도 논의는 분분했으나 결론은 소위 ‘금수저’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지거나 변형돼 왔다.
의대와 SKY대 신입생 부모의 74%가 고소득층
올해 기준 소득 9구간의 월 소득 인정액은 월 949만8348원 이상, 10구간은 월 1424만7522원 이상이다. 2020국회 교육상임위 국감자료 중 지난 4년간의 대학 신입생 소득분위 변화를 분석한 내용을 들여다 보면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공정과 정의, 모두가 행복한 사회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핵심적 내용만 보자면 SKY 의대 신입생 74%, 서울대 신입생 중 63%의 부모가 고소득층이라는 내용이다. 당연하게도 SKY 대학 중에서도 서울대 신입생의 소득분위 9·10구간 비율이 62.9%로 가장 높았고 이어 연세대는 52.2%가 고려대는 신입생의 51.3%이었다. 문제는 SKY 대학 신입생 중 고소득층 비율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SKY 대학의 고소득층 비율은 41.1%에 그쳤지만 2018년 51.4%, 2019년 53.3%, 2020년 55.1%로 올랐다. 서울대 의대는 2017년 45.8%였던 고소득층 비율이 올해 84.5%까지 올랐다. 의대생 부모가 3년 사이 고소득층 비율이 무려 38.7%나 폭증한 것이다. 서울대 의대생 10명 중 8~9명은 월 950만원, 혹은 1500만원 이상의 부모를 가진 학생이라는 뜻이다.
현행 입시정책은 한마디로 불평등 심화, 개천에서 용 나오기 어렵게 만드는 계층과 신분의 고착화, 대물림 사회로의 진화다. 소득 1~8분위의 95% 부모와 학생들에게 출발부터 불평등한 반교육 차별정책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 뜻 왜곡한 문재인 정부의 대학 입시정책
촛불정권인 문재인 정권마저 2022학년도 대입부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린다는 입시정책을 발표했다. 또 하나의 상위계층을 위한 정책에 다름 아니다. 모든 대학을 평준화하거나 사교육을 불법화하고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의 교육의 질을 평준화하지 않는 한 입시싸움에서 평등성과 공정성 확보는 도달하기 어렵다.
대입제도 중 가족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전형은 순서대로 논술전형, 수능중심의 정시전형, 내신과 학교활동중심의 학교종합전형 순이라는 연구결과를 김창환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 연구팀이 최근 ‘한국사회학’에 게재했다. 상위권대학으로 분류한 대학은 소위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한 서울소재 11개대학과 KAIST, 전국의 모든 의대다.
연구결과 내신위주 전형보다 수능위주 정시전형이나 논술위주 수시전형에서 가족배경의 영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능과 내신 모두 하위계층이 상위계층보다 불리하지만, 내신위주 전형에서 그 불리함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수능위주 전형은 상위계층, 특목고-자사고, 서울소재 고교, 특히 강남 소재 고교 출신 입시생이 상대적으로 더 선호하는 제도”라며 “상위계층 입시생이 수능을 통해 엘리트 대학에 입학할 확률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정시 확대는 상위계층이 수능위주 입시에서 누리는 이중의 유리함을 더 강화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내신보다 가족배경 효과가 큰 수능위주 전형의 비중인 정시전형을 40%이상으로 늘린 문재인 정부는 결과적으로 교육 공정성을 약화시킨 정책을 채택했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입시정책이 변했고 그때마다 포장은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소수의 상층에게 유리하게 작동됐다. 현 정부마저 상위계층에게 유리한 형태로 국민에게 제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남 학생 위해 전남교육감에게 드리는 제언
대학은 완성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을 갖춘 학생의 능력을 찾아내 교육으로 완성시키는 곳이어야 한다. 입시전형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은 전국에서 고르게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선발방식이다. 그런데 이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해 지역균형선발전형의 본래 취지를 흐트러뜨리고 있다.
내신,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 합격선상에 있으면서도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합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나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2016학년도부터 2020학년도까지 5년간 서울지역의 미충족자 비율은 전체 지원자 2,132명의 33.8%인 721명이었다. 부산, 대구, 세종 등 광역시 출신 지역 미충족자도 전체 지원자 3,340명의 41.5%인 1,387명이었다.
반면, 도지역 출신 지원자들은 전체 지원자 6,593명 중 전체의 49.3%인 3,249명으로 나타나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 지역 학생들은 50%의 학생이 최저학력기준 때문에 불합격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시 일반전형은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균형선발제도 이 기준을 폐지해야 전국의 학생들에게 고르게 기회를 보장하게 된다.
전남에는 과학고, 종합고를 포함해 90개의 일반계고가 있다. 그 중 52개교(58%)가 한 학년에 6학급 이상이고 대부분이 도서지역에 있는 9개교(10%)는 한 학년에 1학급이다. 대부분의 일반계고는 목포, 여수, 순천 등의 도시지역과 군지역의 읍지역에 소재하고 있다. 전남의 학생들의 경우 수능에 영향을 덜 받는 내신 중심의 수시전형으로 약90%의 학생이 진학한다.
수시 중심의 교육과정을 중심적으로 운영하면서도 소수학생의 정시와 최저학력기준을 위한 진학지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입시제도하에서는 전남의 각 고등학교에서 나름대로 학생들의 진학을 위해 노력을 한들 그 노력만큼 성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학교나 도교육청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전남교육수장인 교육감은 전남도민과 학생을 대신해 다음 두 가지를 위해 노력해주기를 요청한다.
첫째,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가는 현 단계에서는 대학입시정책에 대한 전반적 수정이 어려워 보이나 전남을 비롯한 도 단위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지역균형선발에서의 최저학력기준만이라도 폐지해야 한다.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 폐지안을 채택하고 정부에 요청해서 조속히 추진되도록 노력해주기를 요청한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고 변화된 산업구조,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숙련체계, 보상체계 수립을 전제로 하는 노동·복지·교육 연계 정책을 수립해 고졸·전문대졸자의 채용을 우대하고 이들을 인간대접 해주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하고 촉구해주기 바란다.
입시에 예속되지 않아도 삶을 충분히 행복하게 영위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 미래세대를 성장시키는 일에 노력해주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