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감각 즉,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과 미각 등은 대부분 뇌에 의해 인지되며 그 정보가 저장된다. 뿐만 아니라 사고와 운동에 관한 명령체계, 그리고 인간의 마음과 관련한 무의식 가운데서의 정보처리 등 인간의 생명현상 대부분을 관장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뇌는 감각된 정보를 단순히 저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정리하여 저장함으로서 효율을 극대화 시키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복잡한 정보의 입력과 연산과정, 그리고 일련의 저장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편차와 오류를 일으키게 마련인데, 그것을 가리켜 흔히 ‘착각’(delusion)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시각적인 정보입력에서의 착각을 가리켜 ‘착시’라고 하는데, 착시 또한 시각적 입력 자체의 오류라기보다는 시각정보에 대한 연산과 처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뇌의 오류에 의해 대부분 발생한다. 심지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색깔들 역시도, 반사된 빛의 파장에 대한 뇌의 연산처리과정에서 비로소 생성되는 일종의 ‘허상’이라고 한다.
그처럼 인간의 뇌가 지니는 착각의 성향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예가 바로 ‘별자리’(constellation) 찾기가 아닐까? 2차원처럼 펼쳐진 하늘이라는 공간 가운데 있는 하나의 점에 불과한 것 같은 별들을 서로 연결하여 이름붙인 별자리 개념이야말로, 인간의 뇌가 이해할 수 있는 질서와 체계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나타내 준다. 인간의 뇌가 객관적인 정보를 저장하는 단말기(terminal)가 아니라 지능을 지닌 복잡하고 능동적인 컴퓨터(A‧I)와 같은 특성을 지닌다는 사실 말이다.
사실 그러한 인간의 특성, 외부의 정보를 나름의 질서와 패턴으로 정리하여 이해하거나 저장하려고 하는 특성은 고스란히 신학적 체계나 가치관에 있어서도 반영된다. 특별히 중세시대와 봉건적인 세계관 가운데서 그리 중시되지 않았던 ‘개인’이 중요하게 부각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신학적 체계를 쌓는 가치관이나 세계관의 중심이 거의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더욱 인간의 뇌가 지니고 있는 인지적인 특성이 성경을 이해하거나 신학의 체계를 정립함에 있어서도 깊이 관여하게 마련인 것이다.
사실 현대신학에서는 학문의 객관성에 대한 근거가 불명확하며, 오히려 주관적인 창의성이나 대중성이 그러한 객관성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세다. 그러므로 객관성에 요구되는 표준보다는 대중성과 인기(popularity)에 영합하는 기준이 있을 뿐이며, 그러한 기준은 확고하게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다양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오늘날의 시대에는 전혀 새로운 별자리들이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는데, 다만 대중적인 관심이 별자리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없을 뿐이다.
이처럼 천구에 뜬 별들조차도 마음대로 개념화시키고 한데 묶어 별자리라 칭하는 인간에게, 여호와께서는 “네가 묘성(산개 성단)을 매어 묶을 수 있으며 삼성의 띠를 풀 수 있겠느냐, 너는 별자리들을 각각 제 때에 이끌어 낼 수 있으며 북두성을 다른 별들에게로 이끌어 갈 수 잇겠느냐, 네가 하늘의 궤도를 아느냐 하늘로 하여금 그 법칙을 땅에 베풀게 하겠느냐.”(욥 38:31-33)고 말씀하신다. 그러한 천체에 대한 세계관들을 전제하거나 인증하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세계관 자체가 인간에게 있느냐고 말씀하신 것이다.
결국 인간은 모든 것들에 있어서 하나님께 받는 자로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인간의 뇌가 스스로의 착각 가운데 개념과 질서를 규정할지라도, 사실 모든 것들은 하나님 안에서만 이끌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