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속의 사막-신안군 우이도 풍성사구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4박5일 간 전남 신안군 관내 우이도-도초도-비금도 섬여행을 다녀왔다. 오늘부터 시리즈로 이들 섬 여행기를 싣기로 한다.
먼저 우이도로 가보자. 우이도는 목포에서 배를 타고 3시간 반 정도 가는 아름다운 섬이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매일 12시 10분에 출발한다.
목포에서 우이도까지 거리는 64km. 도초도에서 17km이며,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남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리이다. 팔금도-안좌도를 지나고 도초도-비금도 해협을 지나가는 먼 뱃길. 숨겨진 천혜의 비경(秘景)이다.
우이도는 면적 10.7㎢, 인구 약 200명, 해안선길이 21㎞, 최고점은 상산봉 359m이다. 소구섬 또는 우개도라고도 한다. 섬의 서쪽 양단에 돌출한 2개의 반도가 소의 귀 모양과 비슷하여 우이(牛耳)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27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우이군도의 주도(主島)이다. 부속도서로는 동소우이도(東小牛耳島), 서소우이도(西小牛耳島), 화도(花島), 항도(項島), 승도(僧島), 송도(松島), 가도(駕島), 어락도(漁洛島) 등이 있다.
원래는 진도군 흑산면 나주목(羅州牧)에 딸린 섬이었으나 1896년 지도군 흑산면에 편입되었다가 1914년 무안군 흑산면에 편입되었다. 1962년 11월 도초면에 편입되고 1969년 신안군에 이속되었다. 섬 전체가 산악지대로서 해안가 평지에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서쪽 해안에는 해식애가 발달하였고 북쪽 해안에는 길게 사빈(砂濱)이 형성되었다.
우이도에 갈려면 진리선착장이나 돈목선착장에서 내린다.
진리선착장이 규모면에서는 크지만 우이도 관광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돈목선착장으로 간다. 돈목선착장은 호수 모양의 둥근 항구로서 해안선이 아름답고 넓으며, 특히 돈목해수욕장 끝에 '풍성사구(風成砂丘)'라고 하는 모래언덕이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돈목선착장 바로 뒤 돈목마을에서 돈목해수욕장을 지나 성촌마을 쪽으로 가면 소위 '섬 속의 사막'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사구(沙丘, 모래언덕)가 있다.
돈목해수욕장은 길이가 약 1,5km로 우이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이다. 밀물 때는 바닷물이 가득하여 모래사장을 통해서는 풍성사구로 건너갈 수 없고 우측 산 비탈을 넘어가야 하지만, 썰물 때는 해수욕장이 마치 유리를 깔아놓은 듯 광활하고 평평한 모래사장으로 바뀐다. 이곳 모래는 특히 밀가루처럼 가늘고 부드러우면서 달라붙지 않고, 물에 젖으면 시멘트처럼 단단해져 맨발로 걸어도 발이 전혀 빠지지않는다. 바닷물이 나갔을 때 맨발로 넓은 모래사장을 걸어본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에 온몸이 자연 속으로 녹아드는 것 같다. 짜릿하다고 할까 아니면 황홀하다고 표현해야 하나.
'사구'는 보통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바다 북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모래를 밀어올려 만들어지는 언덕이다. 우이도 주민의 말에 의하면 성촌마을에서 북쪽 성촌해변으로 넘어가는 언덕길(풍성사구 좌측 길)이 지난 50년간 약 10m 정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곳 풍성사구는 높이가 한 때 80m 정도였다고 하는데 그동안 사람들이 오르내리면서 모래가 밀려내려 현재는 50여m로 낮아졌다고 한다. 경사면 길이는 100m로 국내 최대규모이다.
우이도 풍성사구에는 다음과 같은 애절한 전설이 전해져내려오고 있다.
"성촌마을 처녀와 돈목마을 총각이 매일 밤 이곳 모래언덕에서 사랑을 속삭였다. 하루는 약속시간에 총각이 나타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총각이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성촌 처녀는 그리움과 아픈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 후 총각을 바람이 되고, 처녀는 모래가 되어 매일 밤 모래언덕에서 만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모래언덕의 형태가 여자의 하체처럼 생겼으며, 이곳에서 산신령에게 정성껏 기도를 올리면 처녀총각이 백년해로한다는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성촌마을에서 북쪽으로 언덕을 넘으면 성촌해변이다. 성촌해변 역시 1km나 되는 넓고 긴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이 해변에는 늘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탓에 파도에 밀려오는 쓰레기가 널려 있다. 우이도 풍성사구는 이곳 성촌해변 쪽에서 밀어올리는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모래언덕이다. 런데 근년에는 북쪽 해안 쪽에 숲이 우거지면서 바람을 막아 사구가 점점 축소되거나 허물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구 정상에는 모래가 뭉쳐 만들어진 젖꼭지모양의 모래봉우리도 보인다. 모래언덕의 출렁임이 환상적이다. 사구능선의 선.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치 젊은 여인의 누드곡선을 보는 것 같다.
풍성사구는 현재 훼손을 막기 위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필자의 경우 필자가 근무하는 '월간 오늘의 한국' 잡지사 취재목적으로 특별허가를 받아 사구를 훼손하지않도록 조심스럽게 올랐다. 사구의 물결이 부드럽기 그지없다. 물결처럼 잔잔하게 출렁이는 모래언덕. 바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우이도 풍성사구는 2006년 10월 25일 개봉된 김대승 감동의 영화 '가을로'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유지태(최현우), 김지수(서민주), 엄지원(윤세진) 출연의 이영화는 1995년 6월 29일에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배경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10년 전, 그날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마침내 고대하던 검사가 된 최현우,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여인 서민주를 낯선 아파트로 초대한다. 장미꽃 한 다발과 함께 한 수줍은 고백. '사랑해...나랑...결혼해 줄래?'
1995년 6월 29일 결혼준비를 위해 함께 쇼핑을 하기로 약속한 현우와 민주. 현우가 일하는 곳에 찾아온 민주에게 현우는 일이 남았다며, 혼자 가기 싫다고 기다리겠다던 그녀의 등을 떠밀어 억지로 백화점을 보낸다. '민주야 금방 갈께!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 일을 끝낸 현우가 급한 걸음으로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백화점 앞에 도착한 순간, 민주가 지금 현우를 기다리고 있는, 그 백화점이 처절한 굉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10년 후 지금. 누구보다 소중했던 민주를 잃어버린 지울 수 없는 아픔. 그리고 여론과 압력에 밀려 휴직처분을 받고 상실감에 젖어있던 현우에게 한권의 다이어리가 전달된다. '민주와 현우의 신혼여행'이란 글이 쓰여져 있는 다이어리. 민주가 죽기 전 현우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현우는 민주가 준비한 마지막 선물인 다이어리의 지도를 따라 '가을로' 여행을 떠난다.
민주가 현우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 길을 따라 걷는 현우의 여행길에 가는 곳 마다 마주치는 세진이 있다. 자꾸 마주치는 우연으로 동행을 하게 된 그들은 서로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현우가 민주가 사랑하는 그 '현우'라는 것을...그리고 민주와 같은 같은 곳에 매몰되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그렇게 현우와 민주의 '가을로'의 동행이 시작된다."
영화속 민주가 하는 대사는 마치 우리에게 속삭이듯 전해준다. 한편의 수필처럼... ."지금 우리의 마음은 사막처럼 황량하다. 하지만 이 여행이 끝날 때는 마음 속에 나무 숲이 가득할 것이다” . "산에 오르고, 바다 보고, 해돋이도 보고… .그러다 보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거야. 그게 여행이 주는 힘이니까”
사구 오르는 언덕 여기저기에 순비기꽃들이 보인다.
사구 주변에는 순비기나무, 통보리사초, 갯메꽃 등이 자란다. 바닷가에 사는 식물들은 강한 바람과 짜지않은 곳의 물을 빨아들이기 위해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리고 있고, 수분을 잃지않도록 두껍고 단단한 잎을 가지고 있다.(글,사진/임윤식)
* 글과 사진을 함께 보려면 http://blog.naver.com/lgysy 를 클릭하여 '국내여행기'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