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음마다 스릴이 넘친다
오륙도 스카이워크
우리나라 제1항구인 부산은 유명 해수욕장이 즐비하게 늘어선, 시원한 바다가 펼쳐지는 곳이다. 부산 바다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역동적인 힘을 갖고 있다.
해운대 앞바다에 우뚝 솟아오른 오륙도도 그렇다. 기암절벽과 갯바위가 발달하여 웅장하면서도 단단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오륙도. 바로 스카이워크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흥이다.
글 심이선 자유기고가 / 사진 박정우 사진작가
동쪽에서 보면 여섯 개, 서쪽에서 보면 다섯 개의 섬
뜨거운 햇살 아래 푸른 바다가 은색으로 반짝거리고 하얀 파도가 거품을 물고 철썩대는 풍경은 바다의 매력 중 하나다. 여기에 바다 가운데 점점이 떠 있는 섬은 바다 풍광을 더욱 심도 있게 보여준다. 여섯 개의 섬이 줄지어 있는 오륙도는 더욱 그렇다.
왠지 신비한 이야기가 많이 숨겨져 있을 듯한 오륙도는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배가 가장 먼저 만나는 섬이요 부산을 상징하는 섬이다. 동해와 남해의 경계가 구분되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오륙도의 옛 지명은 ‘승두말’인데 말안장처럼 생겼다고 해서 ‘승두마’로 불리다가 ‘승두말’로 변했다고 한다. 주민들과 해녀들은 ‘잘록개’라고도 부른다.
오륙도 주변으로 붉은 노을이 지는 모습은 매우 장관이다. 예전에 석양이 질 때 고기를 가득 잡은 배들은 바다에서 돌아오며 만선의 표시로 배에 삼색 깃발을 달고서는 오륙도를 돌아서 왔다고 한다. 그 모습을 ‘오륙귀범’이라고 했는데 배 주위에 수많은 갈매기가 날며 따라오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해운팔경’ 중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꼽혔다.
오륙도라는 이름은 보는 방향에 따라 섬의 개수가 다르게 보인다 하여 붙여졌다. 많은 사람이 조수간만 차에 따라 오륙도가 다섯 개에서 여섯 개로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동래부지』 산천조에 따르면 ‘동쪽에서 보면 여섯,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되어 그리 이름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륙도는 원래 육지에 이어진 작은 반도였는데 오랜 세월 거센 파도의 침식작용을 거치며 육지에서 분리되어 여섯 개의 섬으로 나뉘었다. 육지에서부터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이 차례로 이어져 있는데 송곳섬은 뾰족하게 생겼고 굴섬은 규모가 가장 크며 섬에 굴이 있다.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등대섬은 지형이 평탄해 발섬이라 불리다가 섬에 등대가 세워지면서 등대섬으로 불리게 되었다. 다른 섬과는 달리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오륙도 스카이워크
가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사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륙도는 부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좀 더 가까이에서 오륙도를 보기 위해 종종 유람선을 탄다. 원래 오륙도는 기암절벽과 갯바위가 발달해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명소였다. 그래서 처음엔 낚시꾼들만 태우는 배가 운항되었지만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유람선도 오간다.
바다에서 위로 힘차게 솟아오른 오륙도는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친근해 보이는 한편 갯바위로 이루어져 그 모습이 웅장하고 당당하다. 그래서 오륙도의 자태를 좀 더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2013년 10월에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개장되었다.
이기대 수변공원 끝에 위치한 오륙도 스카이워크는 35미터 해안절벽 위에 철제 빔을 설치하고 그 위에 말발굽형 모양의 유리판을 이어 놓았다. 길이 15미터에, 바닥은 특수 제작한 방탄유리로 되어 있다. 매우 안전하지만 투명 유리이다 보니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 스릴이 넘친다. 투명 유리를 통해 파도가 절벽을 때리는 모습과 바닷물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그러다가 다시 멀리 바다를 보면 짙푸른 바다가 시시각각 다채로운 색깔을 띤다. 그래서 한참 동안 바라보게 된다.
스카이워크에서의 아찔한 감흥을 즐긴 뒤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 부근에 해녀들이 직접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판다. 자연산 전복부터 해삼, 소라, 문어, 낙지, 성게, 멍게, 고동, 홍합, 굴, 미역 등 많은 해산물이 반가운 손짓을 한다. 순간 침이 꼴깍하고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푸른 뱀이 마을을 지켜주는 청사포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 다시 해운대 달맞이언덕을 따라 송정 방향으로 가다 보면 구덕포, 미포, 청사포 세 개의 작은 포구가 해안을 따라 펼쳐진다. 그중 청사포는 조용하면서도 아기자기한 포구로 이름에 얽힌 전설이 있다.
옛날 마을에 금실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어느 날 고기를 잡으러 나간 남편이 바다에 빠져 죽었다. 그러자 아내는 해안가 바위에 올라 매일매일 남편이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었다. 아내의 모습을 애처롭게 여긴 용왕은 푸른 뱀을 보내 부인을 용궁으로 데려오고 아내는 죽은 남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마을은 ‘푸른 뱀’의 마을이란 뜻으로 ‘청사’포가 되었다. 실제로 청사포 입구 오른쪽에는 두 갈래로 뻗은 큰 소나무가 있는데, 바다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부인이 심었다고 해서 ‘망부송’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마을 이름에 뱀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여 뱀 ‘사(巳)’ 대신 모래 ‘사(沙)’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
청사포는 소박하면서도 풍광이 좋은 포구로 특히 저녁에 뜨는 달이 운치가 있어 ‘부산팔경’에 선정되었다. 마을 뒷산 정상에 올라가면 해마루라는 정자도 있는데 신년이 되면 해맞이 하려는 사람들로 꽤 분주하다.
청사포의 명물 다릿돌전망대
청사포에도 오륙도 스카이워크처럼 새롭게 랜드마크가 된 다릿돌전망대가 있다. 이 전망대는 높이 20미터, 길이 72.5미터에 하늘을 걷는 느낌이 든다고 하여 스카이워크로도 불린다. 전망대 끝에 서면 해운대와 송정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릿돌’이란 청사포 전망대 바로 앞에서 해상 등대까지 가지런히 놓인 다섯 개의 암초를 말한다. 예부터 청사포 주민들은 다섯 개의 암초가 마치 징검다리 같다고 해서 ‘다릿돌’이라고 불렀다 한다.
한편 다릿돌전망대는 하얀 구름과 푸른 바다 그리고 강렬한 햇살을 만끽하며 걷는 한낮의 분위기도 매력적이지만 고요한 달빛 아래서 검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야경 분위기도 일품이다. 밤에 다릿돌전망대에 조명이 켜지면서 무지개다리로 변하기 때문에 매우 영롱할 뿐 아니라 전망대 끝이 반달 모양으로 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 있어 바다가 더욱 넓게 느껴진다. 그래서 바다가 들려주는 수천 가지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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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포철길
미포철길은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구 수영역부터 구 해운대역, 구 송정역을 거쳐 기장읍에 있는 동부산관광단지까지 이어진다. 일제강점기인 1935년에 개통되어 단선 선로로 오랫동안 동해남부선 본선 구간으로 사용되었다가 도시가 발전하면서 2013년 12월에 동해남부선 본선은 장산 내 터널을 통과하는 새 선로로 이설되고 기존 철길은 폐선되었다. 이 구간은 동해를 끼고 달리며 경치를 감상하기에 매우 아름다워 옛 모습을 거의 유지하며 시민들의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영화 ‘파랑주의보’의 촬영지로도 많이 알려져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주변 추천 맛집
•오륙도 수제순대 | 해물순대를 최초로 개발한 수제순대 식당으로 채소순대, 땡초순대, 해물순대 세 가지 순대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순대와 편육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 부산시 남구 백운포로 43 / 051-628-0565
•자연이 주는 밥상 | 식당 앞이 바다여서 전망이 좋고 반찬 가짓수가 많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고기가 전혀 없고 제철 산나물이 입맛을 돋운다. / 부산 남구 백운포로 43 / 051-612-8624
•청사포 수민이네 | 연탄불에 구워 먹는 장어구이가 인기이며 깨와 고추를 썰어 넣은 매콤한 양념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양파와 함께 구워 먹는 조개구이도 인기 만점이다. /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로58번길 118 / 051-701-7661
•메르씨엘 |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으로 2012년에 오픈한 이래 지금까지 줄곧 국내외 미식가들의 사랑과 전 세계 미식 가이드, 매스컴의 극찬을 받고 있다. /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65번길 154 / 051-747-9845
찾아가는 길
•오륙도 | 경부고속도로 - 번영로 - 수영강변대로 - 광안대로 - 해운대 미포선착장 - 오륙도
•청사포 | 경부고속도로 - 도동분기점 - 대구부산고속도로 - 경부고속도로 - 구서IC - 수영강변대로 - 해운로 장산역 - 청사포길 - 청사포
머물기 좋은 숙소
•해운대리조텔 | 경찰공제회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총 60개의 객실이 있으며 2013년 6월에 개관했다. 해운대에서 약 5분 거리에 있다. / 1522-2833
•팔레드시즈 | ‘바다의 궁전’이라는 뜻을 가진 곳. 해변과 맞닿은 곳에 있으며 대부분의 객실에 화장실이 2~3개씩 있다. 거실과 주방도 넓다. / 051-746-1010
•부산관광공사 아르피나 | 부산의 대표 숙박지 중 한 곳으로 감미로운 와인과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으며 유럽식 조찬을 먹을 수 있다. / 051-731-9800
•플레아 드 블랑 | 영어 ‘pleasure(기쁨)’와 불어 ‘blanc(흰색)’을 조합해 호텔 이름을 지었다. 친절, 가격, 청결함을 최상의 목표로 삼는 레지던스 호텔이다.
/ 051-742-2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