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시작한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마음은 평화롭고 행복해도 몸은 지치고 고단합니다.
지친 몸을 의지하는데 지하철 빈 자리는 그래서 너무 간절하구요.
잠깐 통화를 하는 사이 내 옆에 서 있던 남학생 앞좌석에 자리가 납니다.
속으로 '아~'하며 아수운 숨을 토해내는데 시간이 지나가도 그 친구는 계속 서 있습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얼굴을 쳐다보니 그 친구도 나를 향해 고갯짓과 함께 미소를 보입니다.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는구나 라고 해석하며 나 역시 미소를 보내고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휴~우'하고 몸이 안도하는 큰숨이 몰아 쉬어 졌습니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참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고개를 들어 미소를 다시 보내볼까 하지만 어색합니다.
이어폰을 꽂고 있는 모습도 눈에 뜨입니다.
핸드폰을 꺼내 메모를 해봅니다.
"고마워요
웃으며 자리를 양보해주어서..
지친 몸을 돌보는데 큰 도움이 되네요. 마음도 따뜻해지구"
보여줄까, 보여준다면 뭐가 좋을까, 내가 받은 선물을 표현하는 기쁨, 그 표현을 받을 그 친구와 주고받음의 따뜻함.
보여주지 말까. 옆에 있는 어린 여자친구들이 신경쓰이네. 자기들끼리 킥킥대며 수근거리는 거 아닐까 신경이 쓰이고 긴장됩니다. 우스운 사람으로 보이지 않도록 나를 보호하는 것.
그 친구가 내릴 때까지 나는 핸드폰을 만지막 거리며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있습니다.
나는 그 메세지를 보여주지 못했고 그는 내 앞자리를 떠났습니다.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그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바라봅니다.
그리고 출입문 입구에 서 있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감사와 사랑을 제 나름대로 보내봅니다.
알지 못하는 나에게 미소와 자리 내어줌을 해 준 것으로 나는 세상이 따뜻하구나 하는 안도감을 그로부터 선물 받았습니다.
그는 나로부터 그런 표현들을 듣지 못했으나 그와 나 사이에서는 주고받음이 있었습니다.
그도 주었고 나도 주었습니다. 그도 받았고 나도 받았습니다.
잠시 잠깐의 순간이지만 그 덕분에 세상과 연결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에게 보내는 편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