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평구전집>부활의 노래
계절은 봄
봄은 아침
시간은 일곱 시
산허리는 이슬로 빛나고
종달새는 하늘에서 춤추고
달팽이는 풀 속에서 놀고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니
세상만사가 다 좋다
이는 봄마다 나의 입에서 절로 흘러나오는 유명한 브라우닝의 노래이다. 그런데 근래 어느 틈엔가 나도 모르게 이 노래가 내 입에서 이렇게 변했다.
계절은 봄
봄은 부활절
시간은 부활의 아침
산허리는 이슬로 빛나고
종달새는 하늘에서 춤추고
달팽이는 풀 속에서 놀고
부활의 그리스도 하늘에 계시니
인류와 우주의 완성이 기대되도다.
이 노래가 브라우닝에 대해 실례가 될는지도 알 수 없고, 또 나의 정신적 퇴보인지 진보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나이 먹어 죽을 날이 가까운 때문인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아직 나이 50도 안 되었다. 생각건대 이는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좀 깊이 보고, 사실을 보게 된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는 이제까지는 의식무의식 간에 자기 힘과 자기 의와 자기 이상과 노력을 어지간히 믿고 또 인류의 진보와 발전과 이상향(理想鄕)을 믿고 바랐다. 그러나 이제는, 내 비록 바울은 아니지만, 나도 내 속에 선한 것이 없음을, 더욱이 이를 행할 수 있는 힘이란 전혀 없음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나 자신이 천 겹 만 겹 칭칭 악에 감겨 있음을 발견한다. 아니, 내 의지 자체가, 그보다 영육을 합쳐 통째로 죄악과 불의의 덩어리임을 느끼게 되었다. 이점 인류 전체에 대해서도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문화다 문명이다 하지만, 이는 다만 그들의 죄악과 이기주의와 향락과 불의를 눈가림할 뿐, 과연 괴테의 말대로 변하는 것은 삶의 외양뿐이지 사람 자체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핵전쟁을 생각해보라.
그렇다, 이 죄악에서 인류를 구원하고 해방할 자는, 자신 죽음을 박차고 부활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있을 수 없다. 그의 부활은 그의 죄 없음을 표시하는 것이며, 죄 없는 그가 죽은 것은 또 한 이 죄에서의 인류의 구속과 해방을 위한 것이었다. 그가 또한 하늘에 계시매 이제 다시 세상에 오셔서 역사와 우주를 새롭게 완성하실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부활의 노래로써만 자기의 죄와 인류의 불의와 맞서 힘차게 싸울 수 있고, 또 이를 물리치고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성서연구> 제97호 (1962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