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과학과 현대 의학의 발달에는 과연 놀라운 것이 있다. 오늘날에는 폐병으로 죽는 사람은 없게 되었고, 문둥병 역시 퇴치 단계에 있으며, 정신병이나 암질환도 조만간 치료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므로 요즘 소련 과학자들 중에는, 앞으로는 부란기에서 병아리가 나오듯 사람 역시 인공수태로써 모태가 아닌 기계장치에서 나올 것이며,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의 인간 창조설은 하나의 미신으로 치부될 것이라고 말하는 자도 있다. 그뿐인가. 그들은 오늘날 우주과학의 발전에 힘입은 광대한 우주의 탐색으로 신을 축출할 것이라고 호언장담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문학적 감각도, 철학적 깊이도, 종교적 갈망도 없는, 뇌세포가 너무나 단순한, 천박하고 피상적인 과학자의―그것도 유물론적인 과학자의―인간 관찰에 불과하다. 사람은 육체적, 본능적인 존재 이상 또한 정신적인, 도덕적인, 영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저에게는 육체의 생리적인 병 이상 마음의 병, 영혼의 병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독교는 이를 일컬어 사람의 죄라고 한다.
속담에 열개의 성을 지키기는 쉬워도 마음 하나를 지키기는 어렵다고 한다. 이 영혼의 병이야말로 사람의 신에 대한 반역, 불신에 기인하는 것이다. 예수가 기적적인 치병에 앞서 병자의 죄를 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므로 예수는 진정 사람을 더럽히는 것, 불행하게 하는 것은 마음에서 나오는 나쁜, 그릇된 생각이라고 했다. 즉 음행, 도둑질, 살인, 간음, 욕심, 악의, 간계, 질투, 방탕, 욕, 교만, 우매 등이 그것이다(마가 7: 21-22). 바울은 사람의 죄를 논하여 모든 불의와 악독과 탐욕, 악의에 넘친 상태, 시기와 살의와 분쟁, 사기와 악념에 차있는 상태라고 했다. 인간은 참소하는 자, 비방자, 모독자, 불손자, 교만자, 대언장담하는 자, 나쁜 일을 꾸며대는 자, 불효자, 무지하고 불성실하고 각박한 자들이며, 그들은 이것이 하나님 앞에 죽음에 해당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이를 행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그것에 대해서도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로마서 1:29-32).
그러면 과학의 만능을 믿는 현대과학이 육신의 병과 같이 사람의 이 영혼의 병도 고칠 수 있을까? 소련의 과학자가 앞으로 부란기에서 뽑아낼 인간은 전혀 죄를 모르는 도덕적인 인간일까? 그리고 그들은 신을 축출하고 자신이 신과 같이 도덕적 자유자가 될 것인가? 전지전능한, 의롭고 사랑에 충만한 인간이 될 것인가?
아니, 다 절대 불가능한 것이다. 오늘날 전 인류의 몇 퍼센트가 육체의 병자인지는 몰라도, 인류의 전적 불행은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전 인류가 이 영혼의 죽음의 병에 걸려 있는 것이며, 기독교의 존재 이유 역시 인류의 이 죄의 제거에 있는 것이다.
<성서연구> 제99호 (1962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