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게 죽음인데, 우린 마치 내게 닥칠 일이 아닌 것처럼 살아갑니다. 이에 대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그러지 말라고 말합니다. 그녀가 의사로서 오랜 임상경험으로 얻은 사실은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입니다.
“환자들은 충격을 받고 미래를 박탈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하지만 서서히 자신이 오늘 여전히 살아 있고 아직 자신에게 내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들은 살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예전과 다른 가치들을 중시하며 더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건강한 사람들과 달리 다음 날과 다음 해를 항상 계획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현재의 삶을 더 즐깁니다.”(40쪽)
죽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그녀의 이 말이 유한한 존재인 우리가 땅에 발을 딛고 살도록 해주는 격려임을 압니다. 퀴블로 러스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죽음과 죽어감』(1969)에서 ‘죽음의 5단계’(부정과 고립-분노-협상-우울-수용)를 최초로 정립한 임종 연구의 개척자입니다. 2004년에 눈을 감기 전까지 그녀는 ‘죽음과 죽어감’이 곧 ‘삶과 살아감’임을 말했습니다. 이 책은 바로 퀴블러 로스가 『죽음과 죽어감』이 출간된 이후 5년 동안 청중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들과 이에 대한 자신의 대답을 모아 1974년에 출간한 책입니다. 그녀의 작업은 슬픔이나 힘든 상황에 대처하는 단순한 방법이나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세쌍둥이 중 첫째로 태어나,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다른 두 자매를 바라보며 일찍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평생 놓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서 그녀는 “환자는 치료를 거부할 권리가 있고, 의사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거부할지는 전적으로 환자가 결정할 일”(32쪽)이라고 권하며, “장례식에 관해서 자신의 바람을 미리 표현하는 것이 좋다”(162쪽)고 제안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의 유한함과 대면”(180쪽)해야 하고, “그때가 언제 오든지 간에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려고 노력”할 것을 주문합니다. “물론 오늘과 같은 날이 수없이 많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면서 말입니다.”(266쪽) 그렇게 우리가 서로에게 “가끔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189쪽)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