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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 2018년 7·8월 새로 나온 책 소개 | 사무국 | 2018.07.02. | 220 |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읽고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에서 여러 갈래를 나눠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만한 작품을 찾으려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누어 문학에는 그림책, 동화, 소설, 옛날이야기, 동시, 생활글, 만화로 나누고 지식책은 주제에 따라 사회, 자연의 세계, 생활과 과학, 예술, 역사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 동화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창립 초기부터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7세), 초등(8~9세/10~11세/12~13세), 청소년(13~15세/16~19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수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큰 유아는 소개 글 끝에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 시기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는데, 모두 ‘시작 나이’를 뜻합니다. 평가는 네 단계로 나누어 평점을 매깁니다. 우수한 작품은 ◎, 부족한 점이 있으나 장점이 많은 작품은 쭚, 읽을 만하나 평이한 수준의 작품은 쭠, 부족한 점이 많아 읽을 만하지 못한 작품은 ×로 적습니다. 여기에는 우수한 작품과 장점이 많은 작품을 소개하고 때에 따라 나머지 작품들도 소개합니다.
소개할 때는 한눈에 알기 쉽게 서지정보 앞에 평점을 표기하고 소개하는 글을 붙입니다. 평점은 목록위원회에서 합의하지만 글에는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김으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해마다 ◎∼△ 평점을 받은 작품들을 종합 검토하고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다시 조정을 합니다. 정리한 목록은 그 해의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용 목록’으로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3종, 사회 1종, 예술 1종, 만화 2종, 교사학부모 1종 총 8종입니다.
○ 공룡은 없어 마크 얀센 글·그림|김마이 옮김 주니어김영사|2018.3.26.|40쪽|16,000원|그림책|7세
제시와 팀은 해가 지고 있는 숲에서 놀고 있다. 팀은 동생 제시를 데리고 손전등으로 땅바닥을 비춰 가며 공룡 흔적을 찾는다. 형을 따라 공룡 사냥 놀이를 하는 제시는 자꾸 숲속에서 이상한 것들이 보여 오싹하다. 제시는 점점 더 무서워져 공룡 사냥 놀이를 그만하자고 해도 팀은 “공룡은 없어!”라며 큰 소리 친다. 그 순간 팀은 눈을 번쩍 뜬 공룡을 보고 놀라 펄쩍 뛰며 손전등을 떨어뜨린 채 제시보다 앞서 집으로 도망친다. 면마다 접힌 곳을 펼치면 넓은 숲속이 보인다. 나무들과 언덕, 빛이 어우러져 공룡의 형상인 듯, 숲의 형상인 듯 신비롭다. 그 속에 팀과 제시를 유난히 작게 표현한 것이 대조를 이뤄 숲의 웅장함이 더해진다. 공룡이 없다고 믿는 팀과 달리 제시의 눈에만 보이는 공룡을 보면 숨바꼭질 하듯 긴장감이 커지는 재미가 있다.(정영화)
○ 꽃을 선물할게 강경수 글·그림 창비|2018.4.20.|52쪽|13,000원|그림책|8~9세
어느 봄날 아침, 숲을 산책하던 곰은 조그만 소리를 듣게 된다. 거미줄에 걸린 무당벌레가 구해 달라는 소리다. 곰은 무당벌레에게 “내가 너를 살려준다면 거미가 굶겠지?”라며 그냥 그 자리를 떠난다. 아침 이야기는 곰에 대한 서운함이 담긴 무당벌레의 독백으로 끝난다. 이야기는 점심과 저녁으로 이어진다. 곰은 똑같은 장소를 하루에 세 차례 지나며 무당벌레와 만난다. 무당벌레는 거미줄에서 벗어나려고 곰에게 애원하고 곰을 설득하려고도 한다. 곰은 무당벌레를 구할지 말지를 잠시 고민하지만 줄곧 자연의 법칙을 앞세운다. 까만 밤하늘 수많은 별들과 고요한 숲을 배경으로 잠시 이야기의 흐름이 멈춰진다. 거미줄에 걸린 채 하루를 보낸 무당벌레는 어떻게 되었을까?(김현정)
○ 나는 보이지 않아요 안나 플라트 글|리 쇠데르베리 그림|권지현 옮김 씨드북|2018.3.27.|32쪽|12,000원|그림책|10~11세
분홍머리 소녀 사하르는 파도타기, 우표 모으기, 행성 공부하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주위에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하르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후 점점 투명해져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하르처럼 행성에 관해 잘 아는 시리가 사하르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이후 두 소녀는 매일 함께 논다. 이제 사하르는 점점 밝고 뚜렷해져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따돌림을 당해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을 때 어떤 느낌이 들까? 사하르는 자신이 투명 인간이 되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친구를 만난 후에야 비로소 다시 빛나는 존재가 된다. 이 책은 사하르의 이러한 심리를 머리 위 먹구름이나 빗방울 등으로 잘 표현하였다. 부드러운 선, 다양하지만 화려하지 않은 색감, 아기자기한 그림은 잔잔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노은정)
○ 이임하의 여성사 특강 이임하 글 철수와 영희│2018.4.25.│220쪽│13,000│사회│16세
신문, 잡지, 단행본, 논문 같은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혐오, 문명, 정치, 결혼, 전쟁 등 9가지 주제를 통해 한국 여성들이 걸어 온 발자취를 더듬어 쓴 책이다. 여성사를 보면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도 주인공이었고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아닌 평등한 존재였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에 여제사장들이 있었고 7세기 동아시아 여왕들은 통일의 기반을 다지거나 다양한 종교와 문화 정책, 외교 정책을 펼쳤다. 일제 강점기 3·1운동을 계기로 ‘여성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분산된 여성 운동을 하나로 모은 ‘근우회’라는 대중 조직도 만든다. 한국 여성 단체들은 성폭력을 당하거나 남편에게 매 맞는 여성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했고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문화 운동을 펼쳐 왔다. 여성 혐오는 언제부터 일어났는지, ‘환황녀’는 어떻게 ‘화냥년’이 되었는지, 일제강점기에는 왜 ‘마리아’, ‘에스터’라는 이름이 많은지, 민족 대표 33인에는 왜 여성이 없는지 등 역사 속에서 여성과 관련해 새롭게 생각해 볼 점을 알려 준다.(최정휘)
○ 나의 첫 오케스트라 사도 유타카 글|하타 고시로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2018.1.15.|13,500원|44쪽|예술|7세
미미가 여덟 살이 되어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에 가서 느낀 설렘과 연주를 들을 때 감상을 담은 예술 그림책이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부터 끝나고 난 뒤까지 미미를 따라가면 실제 공연장에 같이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엄마와 예쁜 드레스를 미리 입어 보고, 지휘자인 아빠에게 졸리면 어쩌나 배가 고파 꼬르륵 소리가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담긴 질문을 한다. 아빠는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되는 악기들, 함께 어우러져 좋은 소리를 내는 악단원, 조화로운 음으로 모으는 지휘자에 대해 차근히 설명해 준다. 미미는 안내하는 언니에게 여덟 살이라고 말하는 뿌듯함, 높고 커다란 공연장의 색다른 공기를 느낀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들으면서 미미가 말해 주는 감상은 직접 연주를 듣고 싶게 한다. 작은 소리로 시작해서 폭발하듯 울리는 1악장, 저절로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즐거운 2악장, 부드러운 멜로디로 눈이 절로 감기는 3악장, 관객과 악단, 합창단이 하나 되어 ‘환희의 송가’를 부르게 되는 4악장 등 악장마다 달라지는 음악의 분위기를 실감나게 표현했다.(임윤희)
○ 그해 봄 - 인혁당 사형수 8명의 이야기 박건웅 글·그림 보리|2018.4.9.|388쪽|22,000원|만화|16세
1975년 봄, 인혁당 관련 수감자 8명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선고 후 하루 만에 사형이 집행된 그들은 인혁당 사형수라 알려진 김용원, 도예종, 서도원, 송상진, 여정남, 우홍선, 이수병, 하재완이다. 작가는 유가족들과 선후배 동지들의 증언을 종이 위에 묵묵히 옮겨 온다. 흑백 그림 속의 어린 딸과 장성한 아들은 아버지를 돌아보며 숨죽여 운다. 눈물이 말라 버린 아내는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을 친다. 눈, 코, 입 없이 검은 선으로만 그려진 얼굴이 독자를 사법 살인이라 불리는 극악의 폭력 앞에 불러 세운다. 단죄 받지 않은 가해자와 그와 다름없는 방관자에 대한 작가의 분노와 자책은 섣부른 눈물을 경계하고 있다. 대신 인혁당 사건의 배경과 과정, 무죄 선고에 이르는 내용까지 놓치지 않고 촘촘하게 엮어 단단하고 투명한 창(窓)을 만들어 보인다. 구석구석 파고드는 햇빛 같은 작가의 위로가 먹먹하다.(김선정)
○ 비밀 인터뷰 - 어린이 기자 기영이의 역사 인물 밀착 취재기 이우영 글·그림 보리|2018.5.1.|140쪽|13,000원|만화|10~11세
역사책에 나온 인물을 실제로 만날 수 있을까? 사서 선생님이 책 속으로 들어가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기영이와 경주는 마법을 쓸 수 있는 학교 사서 선생님과 함께 역사 속 인물을 만나러 떠난다. 기자가 꿈인 기영이는 이순신 장군, 사도세자의 아버지 영조, 발명가 장영실, 제주 거상 김만덕을 인터뷰한다. 인물의 위대함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역사적 사건 속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했는지를 궁금해 한다. 인터뷰를 하는 경주와 기영이의 질문은 장난기가 넘치면서도 진지하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프랑켄슈타인은 무섭기보다 천진난만하다. 교장선생님도 도서관에만 오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영과 경주를 쫓는데 그들이 벌이는 소동이 시끌벅적 유쾌하다.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웃음보가 터진다. 다음에는 누구를 만나 인터뷰 할지 궁금해지는 만화책이다.(한정휴)
○ 그림책이면 충분하다 김영미 글 양철북|2018.3.20.|268쪽|14,000원|교사학부모
스무 권이 넘는 그림책 이야기에 인생에 대한 철학과 통찰을 담았다. 그림책 《훨훨 간다》에서 할아버지는 이야기를 구하러 무명 한 필을 들고 길을 떠나고 《좁쌀 반 됫박》의 총각은 복을 구하러 서천 서역국으로 떠난다. 주인공들의 목적은 이야기와 복을 구함이지만 작가는 이들이 떠나는 진정한 이유는 자기 삶을 만들러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에게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사오는 일이 그렇고 총각은 서천 서역국으로 가는 여정이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혼자서 떠나야 하는 이유는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서이고 그래야 자기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소통이고 그래야 사람이 살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서 세월호 가족들의 이야기를 가둬두면 안 된다고 따끔한 충고를 한다. 작가는 이처럼 그림책 한 권 한 권을 꼼꼼히 살피며 폭넓은 독서력과 깊이 있는 인문학적 사유로 그림책이면 왜 충분한지 그림책이 어디까지 깊어지고 높아질 수 있는가를 보여 준다. (한광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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