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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 리의 “해보렴”, 김 선배의 ‘일요산책대화’
1945년생 조안 리. 스물 셋의 나이에 마흔 아홉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미국인이자 대학교 학장 신부였다. 그는 타고난 소명을 완수하며 인생을 치열하게 살고 있다. 현재,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비즈니스우먼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틈틈이 메모된 자신의 인생역정을 책으로 펴놓았다.(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 재판이 거듭되었고 독자들이 보내준 편지를 읽으며 답장을 쓰면서도 시간이 허락하지 못해 또다시 독자들에 대한 보답으로 ‘사랑과 성공은 기다리지 않는다.’는 책을 출간하였다. 그는 책을 쓰는 동안에도 자신과 자신의 철학에 대하여 깊이 성찰하며 오직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고 자신의 삶을 한 차원 더 고양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스무 개의 꼭지들 중 자녀 교육에 관한 글은 감동이다.
‘김 선배의 일요산책대화’ 평소 존경하는 선배님의 바른 자녀교육법을 흠모하면서도 내 자신은 행하지 못한 좋은 교육사례이기에, 그분의 일관된 교육신념을 알리고 추앙하기 위하여 본인의 허락도 없이 글을 올려본다.
‘해보렴’ 조안 리 씨는 하지 말라고 말하는 대신 한번 해보라고 말하는 엄마다. 그것은 조안 리 부부의 오래된 자녀 교육의 원칙이다. 그 목적은 단 하나이다. 삶을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것, 꿈과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는 때로 그 아이들이 약간의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을 감수해 왔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 아이들의 할머니, 그러니까 조안 리의 어머니와 무던히도 많이 싸웠다. 싸웠다기보다는 자기들의 원칙을 고수하는 일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가슴앓이는 언제나 어머니의 몫이었다.
어느 날, 조안 리는 어머니와 우습기 짝이 없는 대화가 이루어졌다. “얘, 조안. 네가 네 서방한테 말 좀 해주렴.” “무슨 말이요?” “애들한테 하지 말라는 얘기 좀 하라고.” “네? 뭘 하지 말라고 얘기하라는 거예요?” “뭐긴 뭐야? 다지! 이건 뭐 하지 말라는 게 있어야지. 뭘 하겠다고 하면 그냥 오냐 오냐. 나무에 기어 올라가겠다고 해도 오냐 오냐. 마당에다가 텐트를 치고 그 안에 들어가 자겠다고 해도 오냐 오냐. 이래 가지고서야 어디 뭐가 제대로 되겠냐? 얘들은 맨날 흙투성이에다가 겁도 없고…” “하하하, 아니 엄마, 그래서 안 될 건 또 뭐예요? 그냥 내버려두세요. 다 자기들이 알아서 할 거예요.” “아니 저 꼬맹이들이 알긴 뭘 알아? 할 일 못할 일을 구분해 줘야지! 그러지 말고 네가 좀 얘기를 하라니까?”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라구요? 그런 우스운 말이 이디 있어요? 이제 엄마도 그 얘기 좀 그만하세요. 그런다고 말 들을 것도 아니란 거, 뻔히 아시면서 왜 맨날 그 얘기예요?” “아이고, 맨날 너희들이 그래. 한번 해봐라, 해봐라, 그러기만 하니까 그렇지! 두고 봐라. 이러다가 네가 속병 나서 앓나 안 앓나!” 언제나 똑같은 내용의 말이었다.
아이들이 새로 사온 텐트를 보고 환호를 지른다. 여름방학이나 되어야 쓸 기회가 오겠지만 아이들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아이들이 마당에 텐트를 치고 놀자고 아빠를 조른다. 할머니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막아선다. 아니 멀쩡한 마당에다가 왜 쇠못을 박고 천막을 친단 말이냐? 마당에서 딩굴다가 옷이나 다 버릴려고! 조안 리의 남편 켄은 활짝 웃으며 아이들에게 대답한다. 마당에다 텐트를 쳐? 야, 거 참 재미있겠다! 우리 당장 그렇게 해보자! 그리고 그 결과는? 마당에 텐트가 쳐지고 아이들과 켄은 아예 집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집 앞 마당에서는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켄의 허허거리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결국엔 그들 모두 그 텐트 안에서 야영을 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아이들이 목욕탕에서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는 물장난을 친다. 할머니가 깜짝 놀라 야단을 친다. 아니 얘들아, 이게 무슨 짓들이야, 썩 나오지 못해? 그 옷 다 물에 젖잖아! 아이고, 아이고 저것 봐라! 선반에 있는 거 다 흐트러진다! 그러나 아이들은 계속 깔깔거리며 물장난치기를 그치지 않는다. 역부족이 된 할머니가 켄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이 사람아, 제애들 저 짓 좀 그만하라고 그러게! 켄은 욕실을 들여다보고는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야, 재미있겠는데? 나도 같이 할까? 우리 아예 옷을 홀랑 벗고 하는 게 어때? 켄은 옷을 홀랑 벗고 들어가서 두 딸아이와 함께 물장난을 친다. 할머니는 혀를 끌끌 차며 돌아선다, 그리고 물장난의 끝은? 얘들아, 우리 이왕 비누거품도 이렇게 냈으니 다 함께 목욕탕 청소나 하는 게 어때?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아빠! 우리 같이 신나게 목욕탕 청소해요!
조안 리의 생각도 이러하다. 그러지 말아라, 그따위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예 입 밖에도 내지 말아라. 이렇게 부정형의 명령만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이 진취적인 기상을 지니게 되리라고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없는 바람일 것이다. 하지 말라는 소리만 듣고 자란 아이들은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남들의 눈치를 살피며, 그저 주어진 선 안에서만 안주하려고 들 것이다. 반면, 한 번 그렇게 해보렴. 어떻게 그렇게 기발을 생각을 다 했니? 너 정말 용감하구나. 이렇게 언제나 긍정형의 격려만을 들으며 저란 아이들은 다르다. 그들은 새로운 것과 부딪치는 일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즐거워하고, 어떤 일에 대해서건 자신의 견해를 당당하게 펼치며, 주어진 선을 용감하게 넘어서 나아가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너무도 자신감ㅇ[ 넘치고 독립심이 강해 때때로 부모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기도 한다.
“엄마, 나 대학에 가기로 결심했어요. 학과도 결정했구요. 미국 브라운 대학으로 진학해서 미술을 전공하고 싶어요.” 조안 리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래? 잘 생각했다. 그렇게 하렴.”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딸이 3학년이 되자 이태리의 한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기 위하여 시험을 봤다. 시험에 합격하자마자, “엄마, 나 몇 주 후면 이태리로 가요. 너무너무 가고 싶었던 곳이에요. 가서 여기서는 못한 공부, 실컷 할게요!” “축하한다. 현미야!” 조안 리의 대답은 명쾌했다.
조안 리의 생각. 너나없이 ‘세계화’를 부르짖는 요즘, 정말 필요한 것은 진취적인 기상을 가진 젊은이가 많아야 되지 않겠는가! 딸아이도 그렇다. 그 애는 지금 우리말 못지않게 영어와 이태리어, 일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멋지지 않은가? 나는 굳게 믿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다가올 미래에는 바로 그런 아이들이 주역으로 활동할 시대가 될 것이라고. “그래, 그것 참 멋진 생각이구나! 어디 네 생각대로 한번 해보렴! 네 힘껏 한번 부딪혀 보는 거야!”
다음은 김 선배님의 일요산책대화 사례다. 김 선배(김충곤 교수)와는 대학 동료였으며 퇴임 후 10여년이 지났음에도 한 달에 두세 번이나 만나 점심을 나누는 사이이다. 선배님은 인화의 표본이시고 봉사의 귀감이시며 자녀 및 손자녀의 인자한 친권자이시다. 모든 자녀, 손자녀에게 자상하신 배려가 이어지면서도 아드님과의 사이는 친구처럼 지내오셨다. 대학 입학시험을 앞둔 아들에게 자주 영양식을 제공하고 진로에 대하여 경청하고 조력하신 결과 지망한 대학교 한의학과에 수석 입학을 했다. 한의학과 졸업과 동시에 한의원을 경영할 수 있도록 병원 건물을 마련해 주셨고, 아드님 또한 의사로서 성심을 다함으로써 지역 거점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손자녀에 대한 정성도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초등, 중학,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일 돌보미역을 맡고 계신다. 선배님의 비책인 양육 방법은 제삼자로서 모두 밝히기는 어려우나, 대학 재학시절 이후 계속되는 아드님과의 대화는 널리 알려지고 있다. 일요일 아침(새벽)은 부자간의 대화 시간이다. 요새는 아드님이 아버지 댁에 와서 산책로로 향한다. 건강 이야기, 세상사는 이야기, 자녀 교육 이야기, 재산 형성 이야기, 형제 우애 이야기, 인간관계 이야기, 가족 화목 이야기, 병원경영 이야기, 화실 이야기, 교우관계 이야기, 스트레스 이야기, 가정생활 이야기...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로 시간가는 줄 모르신다. 화두는 아들이, 해법은 상호토론, 처방은 최선으로. 가끔 의견 다툼이 있을 때면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신다. 그러나 곧 평정을 찾으시고 다시 이야기는 계속된다. 아드님도 아버지의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자신의 고견을 진언하며 양해를 구한다. 그야말로 격의 없는 토론장이다. 일말의 오해도 서운함도 없는 진솔하고 정다운 대화다. 지금까지 이어온 대화의 요체, 일요산책대화야말로 오늘날 자녀교육, 자녀존중의 표본이 아닐까!
조안 리의 ‘해보렴’과 김 선배의 ‘일요산책대화’는 그야말로 자녀교육의 진수다. 나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교육전문가라고 말들 하지만 이 두 분 앞에서는 낯을 들 수가 없다. 그런 자상한 부모의 역할을 못해 왔으니 말이다. 대화의 진솔함, 감정이입, 경청, 비지시적 대화, 나 메시지, 역지사지... 모두 이상적인 대화의 기본이다. 그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내 손자들, 아내와 며느리, 사위와 아들딸들과의 관계를 유연하게 하려고 노력하고는 있다. 다만 일대 일 대화의 기회가 적으니 카페의 글을 통해서라도 소통하는 기제를 활용하는 것이다. 위에 사례에서 보인 두 가족의 자녀 대화법에 박수를 보낸다.
(2019.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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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남곡님. 부끄럽습니다. 그저 보통 부모로서 할일만 하고 있는데 과찬 이시고요, 다만 자식들 모두 제몫을 다하는데 고마움과
항상 부모로서의 부족함에 미안해 하고 있습니다. 해서 열심히 멘토로 남곡님 뒤를 따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