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마스터(검은띠)로 인정받기까지의 여정만큼 큰 인내심과 결단력을 요하는 일도 없을겁니다. 아, 금요일의 출퇴근 시간대에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 시를 가로질러가는 일이라면 견줄 수 있을까요? 하하하... 사실, 오늘이 꼭 그랬습니다. 금요일 퇴근 시간대인 저녁 8시 반이었거든요. 이런 빡빡한 시간대인데도 '그래이시 우마이타 체육관' 은 수련생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습니다. 아직 안 온 이가 단 한 명 있었죠. 딱 한 명, 바로 힉슨 그래이시 마스터.
"전화 한 번 더 해볼까요?"
제자들 중 한 명이, 형이 오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호일러 그래이시 마스터에게 물어봅니다. 힉슨까지 와야 호일러의 검정-빨강띠(red-and-black belt) 수여식을 시작할 예정이었거든요. 호일러는 그가 검은띠를 받았던 자랑스러운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 이 곳, 같은 체육관이었습니다. 엘리오 그래이시 사부님께 받았죠."
호일러는 그의 부인과 딸, 그리고 주짓수로 맺어진 여러 형제들과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정-빨강띠를 수여받고 감격에 겨운 듯한 표정으로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특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여자들 - 부인과 네 딸들을 언급하며 더더욱 벅차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세계 챔피언이 됐을 때, 전 이미 세 딸의 아버지였어요. 주짓수카로서의 제 경력은, 인생을 살며 뭐가 됐든, 언제가 됐든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주죠. 여러분의 운명은 여러분 스스로가 개척해 나가는 거예요."
호일러는 이제 완전히 은퇴했다고, 본인의 말을 인용하면 '더 이상 경쟁할 마음이 없다,' 고 합니다. 일선에서 물러난 이 검빨띠 마스터가, 살면서 얻은 교훈들과 영감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1. 명확한 목표와 체계적인 수련
홀커 그래이시 마스터가 수여식의 시작을 선언하자 먼저 호일러보다도 고참인 비니 아이타 마스터, 브레노 시바크 마스터, 힉슨 그레이시 마스터가 나와 훈화의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호일러가 뒤를 이었습니다.
"그래이시 일가의 상당수가 미국으로 건너갔었고, 그들이 없었다면 우린 여기에 없었을겁니다. 하지만 이 곳 리우 데 자네이루에 남은 우리들 모두가 우리들의 막중한 임무를 잘 알고 있었죠. 그렇기에 우리 그래이시 주짓수가 리우 문화의 일부로서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는 브라질 문화의 일부, 세계 문화의 일부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 그가 이 말을 마치자 누군가가, 세세한 목표들과 훈련 계획, 강의 계획 등을 언제나 메모해두고 체계적으로 실행에 옮겨 달성하는 호일러의 꼼꼼함과 세심함을 이야기했습니다.
2. 집념, 인내심과 끈기
'그래이시 체육관 시드니 지부' 의 관장인 브루노 파노가 그의 어릴적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어렸을 때, 말썽을 피우면 어머니께서 '자꾸 그러면 아버지한테 말한다!' 라고 으름장을 놓곤 했어요. 전 눈 하나 깜짝 안 했죠. 그러면 어머니가 '호일러 사부님한테 이른다!' 하고 말을 바꿨어요. 그럼 전 공포심에 벌벌 떨며 하던 짓을 즉시 멈추곤 했죠. 호일러는 엄한 교육자였어요. 저와 함께 수련을 시작한 문하생들이 40명이었는데, 저만 검은띠를 땄죠. 그래요. 바로 그 인내심, 혹은 끈기가 언젠가 다른 이들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이예요. 배움에 대한 집요한 열정이 '블랙 벨트' 라는 이 스포츠의 꿈 같은 지평으로 인도한 것이지요."
3. 기술, 용기, 명예 그리고 사랑
각자 할 말들을 하고 나자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호일러의 주짓수 경력으로 넘어갔습니다.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 호일러는 수 년간 그래이시 가문에서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기술적인 주짓수카로 명성을 날렸죠. 그의 외모와 성품은 故 엘리우 그래이시 명인을 떠올리게 한다고들 합니다. 호일러가 매트 위에서 보여준 담력은 이후 세대의 걸출한 그래플러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죠.
발 부상에 독감까지 겹친데다 리우 시의 엄청난 러시-아워에 묶여 지각한 힉슨이 한 숨 돌린 후 호일러와의 일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곧 이야기를 듣는 이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이야기하는 힉슨도 그 때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1990년대, 내 경력에 일본에 가야했을 때가 있었지. 거기서 격투기 시합들을 치러야 했거든. 그 때, 난 혼자 가야 했어. 우리 가문에서는 미국에서 경기하는 이들만 전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었으니까. 그 때, 호일러는 그런 분위기를 거스르고 나와 함께 가줬어. 내게 있어서 호일러는 명예롭고 기술적으로 정점에 도달한 주짓수 마스터 이상이야. 남은 여생 내내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갈 '형제애' 의 상징이지."
첫댓글 검빨띠 간지의 절정이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