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콧구멍다리
심 영 희
무더운 여름 손자와 소양댐에 올라갔다. 휴일이라 주차장이 포화상태다. 차를 세울 수 없어 차 안에서 조금 쉬고 있으니 차 한대가 빠져나간다. 재빨리
빈자리에 차를 세우고 계단을 따라 선착장까지 내려갔다. 배를 탈 것은 아니니 한번 휘둘러보고는 도로
주차장 쪽으로 올라와 카페로 들어갔다. 이층에서 시원한 강물을 내려다보며 팥빙수를 맛있게 먹었다.
세월이 언제 흘러가는지도 모르게 종종걸음 치다가 오랜만에 올라와본 소양강댐 주변이 많이 변했다. 전에는 댐으로 올라오면 길 양쪽에 장사꾼이 많아 이것 저것 사먹기도 하고 구경도 했는데 그 노점이 모두 없어지고
도로가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다. 어느새 이렇게 변했을까 봄 벚꽃이 피어도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어도
차를 소양댐 입구 넓은 주차장에 세우고 친구나 가족하고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으면서 즐겼는데 그 위쪽으로는 눈을 못 돌린 사이 추억 한 자락은
소양댐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없다.
오는 길에 콧구멍다리를 건넜다. 이곳은 달라졌다면 옆에 소양7교가 놓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법 제 모습을 자랑하는 소양7교를 보면서 콧구멍다리와 격세지감을 느낀다. 가끔씩 콧구멍다리를 건너
다닌다. 2015년 콧구멍다리 옆에 다리를 또 놓는다는 뉴스를 듣고는 까마득하게 잊었었는데 지난 2017년 봄 콧구멍다리 옆에 소양7교가 완성되면 콧구멍다리는 철거한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접하고 금방이라도 그 다리를 못 볼 것 같은 아쉬움에 그 길로 차를 운전하여 콧구멍다리로 갔다.
다리 입구에 차를 세우고 다리 아래로 내려가 강바닥 평편한 돌을 딛고 카메라에 다리를 담기 시작했다. 카메라 속 사진을 언제라도 보겠다는 생각이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 마음이 흐뭇하다. 돌아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의미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우리 딸이 태어나던 1972년에
착공됐다는 콧구멍다리는 내게 늘 정겹게 다가왔다.
어린 딸아이가 무럭무럭 커가듯 콧구멍다리에서의 추억도 하나 둘 쌓여갔다. 춘천시
동면 지내리와 신북읍 천전리를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콧구멍다리! 그곳에 가면 늘 한가롭다. 다리 한쪽에는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있고 강태공들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과 고기를 낚는 모습은 낚시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주고 구경거리를 제공했다.
또 무더운 여름 시원하기로 이름난 곳이기도 하다. 친구들과 돗자리를
깔고 밤늦도록 수다를 떨기도 했고, 국민먹거리 삼겹살파티를 하며 가족들과 즐겼지만 지금은 할 수 없는
추억의 뒤안길이다. 10여년 전만해도 춘천시민들이 다리 옆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고기파티를 하며 시원한 맥주 한두 잔에 더위를 식혔었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저녁 일찍 동면으로 향하기도 했다. 야외에서 구어 먹는 삼겹살이 정말 맛있다고 입을 모으는 바람에 가족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콧구멍다리 옆 풀밭은
나와 많이 친해졌다. 지금은 돈 주고 가라고 해도 안 갈 것이다. 살인진드긴지
먼지가 사람 목숨까지 노리고 있으니 마음 놓고 풀밭에 앉을 수도 없거니와 고기를 구어 먹다 걸리면 범칙금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공지천 공원에서도 시민들이 고기파티를 했는데 어느 날부터 불을 이용한 취사행위를 하다가 걸리면 범칙금을
낸다는 커다란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서울 한강에 놓인 잠수교를 가끔씩 차를 운전하여 건너 다녔다. 기분이
색다르다. 이 콧구멍다리도 길이는 짧지만 소양강물에 잠기는 잠수교다.
다리 양쪽 입구는 높은데 차 머리를 들이대면 경사가 져서 잠수교의 맛을 더 내고 있다. 콧구멍다리를
건너다보면 더욱 멋진 풍경을 느낄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며 차 안에서 소양7교를 바라보면 꽤 높은 것 같은데 실제로 그리 높은 다리는 아니다. 요즈음은 소양7교도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어 머지않아 개통이 될 것이다.
내가 이 콧구멍다리에 더욱 애착을 느끼는 것은 몇 년 전 2년동안 동면
월곡리 마을회관에서 춘천시청에서 시행하는 농촌특화사업으로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한글과 한지공예를 가르치러 다녔는데 밖에서 일하기
나쁜 한여름과 추운 겨울에는 낮에 수업을 하였고, 봄가을 농촌 일손이 바쁠 때는 농사일을 마치고 저녁 8시부터 수업을 했는데 마을 길을 익히고 싶어 옥광산 앞을 지나서 가면 도로가 포장이 되어 좋은데 굳이 마을회관에서
금옥골 비포장길을 지나 콧구멍다리를 건너 신북읍을 거쳐 소양2교를 지나 집으로 오곤 했다.
마을회관에서 비포장도로는 경사진 곳이고 돌멩이가 튀어나온 곳이 많아 차가 덜커덩거리고 먼지가 났지만 그 길을 빠져
나와 동네 입구 시멘트바닥 길을 지나며 한숨 고르고 콧구멍다리에 들어서면 소양강물의 시원함이 차 안으로 스며든다.
그 멋에 콧구멍다리를 지나 집으로 오곤 했다.
밤시간에는 그 길은 무서워 못 다니고 마을회관에서 옥광산 앞을 지나 동면파출소 앞에서 우회전하여 후평동 외각도로를
타고 봉의산을 끼고 돌아 소양강처녀상을 지나 집으로 왔는데 2년의 수업기간이 끝나고 오랜만에 그 동네가
궁금하여 월곡리로 향했는데 어느새 금옥길 비포장도로가 깨끗하게 포장도로로 바뀌어 있었다. 넓어진 길을
넘으면서 흙먼지 날리던 옛길을 회상해 보았다.
소양7교가 개통되면 신북읍 천전리쪽에서 금옥길 고개를 넘어 옥광산까지
힘들지 않게 갈 것이다. 춘천은 물론 전국적으로 도로망이 확충되고 새로운 다리가 놓이고 시시때때 변하는
지역지도를 만드는 데는 많은 인원동원과 경제적 도움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너도 나도 도로건설과
다리 놓는데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춘천 소양강에도 벌써 7교가 완성단계에 있다. 하지만 평범한 소양7교보다는 다리 밑에 뻥뻥 구멍이 뚫려 콧구멍을
닮았다 하여 세월교보다는 콧구멍다리로 더 유명한 이 다리는 춘천의 역사이자 소양강의 명물이다. 나는
이 다리를 철거하지 말고 유유히 흐르는 소양강과 함께 춘천시민들의 추억을 잉태한 다리로 영원히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들은 사는 동안 내 나라 땅이지만 처음 가본 곳도 있고 가보지 못한 곳도 많이 있고 수도 없이 다녀본 곳도
있다. 특히 우리들의 이동을 도와주는 도로는 대부분이 걷기보다는 차량으로 다니지만 이 콧구멍다리는 사십
년 넘게 보행자와 차량이 공존하며 세월을 흘려 보냈다. 몇 년 있으면 우리 딸도 오십이 된다. 콧구멍다리도 오십 년을 바라보는 긴 역사를 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콧구멍다리를 사랑하는 춘천시민들과 관광객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2019년 춘천문학에 수록)
첫댓글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 싱크대 교체 작업하고 '한국수필가협회' 원고 보낼게 있어
워드치러 나왔다. 답장을 보냅니다. 아직도 바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