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평구전집>: 워커힐 유감
일본의 메이지(明治), 다이쇼(大正) 시대의 기독교 신자요 평화주의자요 톨스토이숭배자요, 인도주의 작가인 도쿠토미(德富蘆花)의 말에, “폐하(陛下)의 적자(赤子)를 누가 굶기는가?”라는, 당시 경찰에서까지 문제가 된 유명한 말이 있다. 나는 사실 요새 우리나라에 생겼다는, 소위 세계적인 유흥장소라고 떠드는 워커힐이란 것에 대해. “누가 한국의 딸들을 벌거벗겨 외국인 앞에서 춤을 추게 하는가?”라고 묻고 싶다.
더욱이 그것을 포주나 뚜쟁이가 했다면 모르되, 일류 정치가가 이를 획책한 모양이니 더욱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그래, 산업부흥이라, 빈곤 퇴치라 하더니 고작 인육시장(人肉市場)이란 말인가? 그래, 기껏 이것이 우리 정치가, 그것도 젊은 정치가들의 위대한 창의(創意)란 말인가? 이렇게도 정치가에게 이상이 없고 도의(道義)가 죽고 수치심마저 상실되었던 말인가?
이곳이 요새 외지(外紙)를 통해 세계에 소개되었다고 하니, 우리 민족은 세계에 대해 이런 식으로 밖에는 생색을 낼 수 없단 말인가? 국토나 국가를 파는 것만이 매국이 아니다. 식민 시대가 역사에서 퇴장하려는 오늘날 국가와 민족의 명예를 파는 것이야말로 더욱 무서운 매국이다. 헐벗음이 개인의 인격과 가치에 아무런 손상이 될 수 없는 것처럼, 국가와 민족에 대해서도 이는 결코 절대적인 문제는 아니다. 도리어 돈 돈 하면서 돈이면 그만이라는 심지(心志)의 타락이야말로, 물질주의로의 전락이야말로 철저히 망국인 것이다.
오늘 우리의 이 정치적 파탄과 민생고(民生苦)의 폭발이 워커힐과 관련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꼭 외환보유고를 이것 때문에 탕진한 데만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늘날 한국에 군인을 보내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선량한 부녀자들의 저주와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 이는 실로 유엔군의 사기를 죽이는 곳이 아닌가?
풍설에 의하면 그들은 이곳에 별로 출입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루 빨리 이것이 서울에서 없어지는 것이 좋다. 우리는 고대 로마가 사치와 음탕으로 역사에서 사라진 것을 알아야 한다. 소돔, 고모라도, 폼페이도, 가까이는 하와이족도 마찬가지이다. 이상 없고, 천박 우매한, 먹고 마시고 자는 것밖에 모르는 우리 국민도 이로 인해 죽고 말 것이다.
오늘날은 고도로 발달된 의약이 있다고 하는가? 그러나 안 될 말이다. 음탕이란, 주색잡기란 사람의 육체 이상 백 배 천 배 더욱 정확하게 사람의 ‘정신’을 죽임으로써 민족과 국가도 멸망시키고 마는 것이다. 매독은 정치가 이토(伊藤博文)의 코도 떼버릴 것이고 한 종교가 우치무라(內村)의 유명한 말을 상기한다.
<성서연구> 제109호 (1963년 4월)
첫댓글 워커힐 유감....선생님이 글 쓰셨을 때보다 더
훨씬 나쁜 상황인데....인간의 타락을 우리의
힘으로 막기는 좀 힘든 것 같고. 사람의 변화:
회심은 하나님의 은총이든지, 타락 끝에 오는 거라고
둘 중에 하나라고 말씀하셨어요.
세상은 점점 악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