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평구전집> 교회냐, 그리스도냐
신자를 크리스천이라고 한다. 이는 그리스도의 소유란 말이다. 로마서 벽두에서 사도 바울은 자신을 그리스도의 노예라고 부르고 있다(1: 1). 이 역시 철저히 소유, 예속의 뜻을 갖는 것이며, 그는 계속 로마의 신자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소유로 세상에서 부름 받은 하나님의 사랑하는 자들이라고 했다(1: 6). 그렇다, 신자란 단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그의 의로 다시 난 자이며(1: 17),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영으로 다시 나서 죽어도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소유한 자이며(요한 3: 16), 아니 실로 하나님의 자녀로서 천국 백성 된 자인 것이다(빌립보서 3: 20).
그러므로 여하한 환난도, 고뇌도, 박해도, 기근도, 헐벗음도, 위엄도, 칼도 저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그렇다 여하한 악마의 세력도, 여하한 삶과 죽음도, 미래의 지옥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저들을 끊을 수 없음은 물론, 이 모든 일에서 이기고 남음이 있는 것이다(로마서 8: 35 이하).
그런데 이렇게 절대적인 의미에서 하나님의 소유, 그리스도의 노예인 신자가 오늘날 소위 교회의 노예로서, 바울 선생이 말한 세상 벨리알과 짝하면서(고린도후서 6: 15), 베드로가 말한 것처럼 개가 토한 것을 다시 먹는 식의 온갖 죄악 가운데 누워 살고 있다(베드로후서 2: 22). 실로 그들은 성령이 아니라 양심 이하로, 천국이 아니라 지옥에 사는 존재가 되었다. 빛이 아니라 암흑이요, 소금기가 빠져 길가에 버린 존재가 되어 세인의 빈축과 모욕의 대상이 되었다. 이리하여 이들은 예수로 하여금 죄의 구속자가 아니라 악의 발동자로 만들며, 하나님의 영광은 고사하고 그의 얼굴에 똥칠을 하는 자들로 전락했다.
생각건대 이는 응당 하나님의 교회요 그리스도의 교회여야 할 교회가, 자기의 배를 신으로 삼는 직업종교가의 소유가 되고, 돈이면 사족을 못 쓰는 장로들과 하나님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오만불손한 교직자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여러 증거가 필요 없다. 오늘날 한국의 대부분의 교회가, 그것도 각 파에서 중심적인 교회들이 대체로 세상적인 법적 계쟁(係爭)에 있고, 또 소송으로 그 소유권이 결정되는 상황임을 상기할 것이다. 그렇다, 현대 교회란 결국 하나님의 소유가 아니라 종교가들의, 아니 교파와 파벌과 당파의 소속일 뿐이다.
오늘날 기독교의 부패, 타락과 그 무기력은 결국 교회관(敎會觀)의 본질적인 과오에 있는 것이다. 교회란 헬라어의 에클레시아(ekklesia)라는 말 그대로 하나님께 부름 받은 자들, 즉 저에게 소유된 자들의 집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교회는 이를 완전히 전도시켜 소위 인간적인 집단으로서의 교회가 카톨릭적인 절대권을 갖고, 그 가운과 촛불, 20-30분에 지나지 않는 진리 아닌 만담과 의식, 그리고 면죄부 같은 헌금으로 신자를 마구 양산 남발하고 있다.
나의 무교회주의란 오늘날 이 퇴화된 신교 교회와 관계없이, 오직 하나님의 말씀 성서 한 권으로 진정한 하나님의 소유가 되어, 예루살렘도 게리짐도 아닌 영과 진리로써 예배하는 신앙생활, 명실 공히 진정한 에클레시아를 추구하는 데 있다. 하나님과 그리스도는 오늘날 우리의 이 부패 타락한 신앙 현실에서 이런 영의 예배자와 영의 에클레시아, 진리의 교회를 기대함이 간절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요한복음 4: 19 이하).
<성서연구> 제111호 (1963년 6월)
첫댓글 에클레시아의 회복이 필요한 때입니다. 교회는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하였고, 자정능력의 유무를 떠나 구조적으로 부패를 양산하고 하느님과 멀어졌습니다.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합니다.
노평구 선생님에 대해서는 여기서 처음으로 알게되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계속 공부해야 하나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종로 YMCA에서 이루어진 것 들이 많이 있네요.
음악도 그렇고...청개구리...김두수 그리고 음유시인 여자분 있던데...
노평구 선생 성서강연 때는 한동안 비구니 스님도 출석하셨습니다. ^^
기독교인은 '교회의 노예'이다.
촌철살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