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평구전집> 케네디의 죽음
이번 미국 대통령 케네디의 불의의 죽음은 전 자유세계, 아니 전 인류의 애도를 자아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소련의 흐루시초프 수상 부부도 자국의 추도식 석상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는 미국의 젊은 지도자로서 재임 중 동서 냉전의 해소 내지는 인류 평화를 위한 소련과의 핵금지협정의 체결, 미국 국민에 대한 인류적인 개척정신의 창도(唱導), 쿠바 사태에서의 기민하고 용감한 행동, 미국사회의 암이라 할 수 있는 흑백 인종문제에 대한 단호한 조치 등에서 보는 대로, 인류의 난국에 대해 확고한 신념과 정의와 이상주의로 대처한, 드물게 보는 위대한 정치가였다.
그러나 나는 케네디의 죽음에 즈음하여, 인류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결코 정치적인 위대한 신념이나 행동, 강력한 정의 수호 의지와 찬란한 이상의 추구만으로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는 바이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것은, 아무리 위대한 정치적 행동일지라도 이로써 인류의 내면에 있는 죄악과 증오를 도저히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정의의 천명이라 하지만 이를 물리적으로 생각하면 그 역시 하나의 정신적 힘의 발동으로서,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악의 반발이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크롬웰의 공화정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생각하기 바란다. 역사는 선악의 투쟁이란 말도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의 죄악과 증오를 물리칠 수 있는 것은 오직 깊은 종교 신앙에 의한 사랑의 발동뿐이다.
미국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오늘의 그들은 선조의 순수했던 기독교 신앙보다는 케네디 같은 위대한 정치가의 확신과 행동에 관심을 집중했던 것 아닌가? 지난날 흑인노예해방전쟁만 하더라도, 링컨의 뜨거운 기도, 자유와 사랑의 투사 로이드 게리슨과 작가 스토우 부인 등에 의해 드높이 고조되었던 청교도의 뜨거운 신앙적 사랑이 이를 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에는 이러한 종교적 열정과 신념과 사랑의 불길이 고갈되었다. 그들은 이것을 구약 창세기의 에서와도 같이 한낱 정치 이상에, 아니 현실주의에 팔아먹은 것이 아닌가? 나는 사람의 피부색조차 뛰어넘지 못하는 미국 국민의 불신이, 그리고 기독교 신앙의 퇴보가 케네디에게 죽음을 안겨준 것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번 사건을 인류의 단순한 정치적 이상 내지 실천에 대한 하나님의 강력한 부정이 아닌가 하여 두려움을 느낀다. 이번 케네디 암살 사건에 접해 미국의 청교도 정신과 청교도 신앙이 되살아나기를 간절히 비는 바이다.
<성서연구> 제116호 (1963년 11월)
첫댓글 20대 때 <케네디가의 전설(성공?)과 비극>이라는 책을 탐독했던 기억이 나네요. 미국이라는 거대국가의 대통령과 법무장관, 상원의원을 배출한 대단한 집안임에는 틀림없는데, 케네디 형제들의 잇단 죽음과 몰락, 그 후손까지 이어지는 비극을 보면 '케네디가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죠.
바람둥이 집안이죠? 존과 로버트 두 형제가 마릴린 몬로와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재클린도 맞바람 어쩌구 저쩌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