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문의가 전하는 치매 관련 이야기
두 신경과 의원 원장 한병인
‘치매 환자의 심리적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치매 환자의 심리이해, 생리적인 노화와 치매의 차이
약력
•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전) 오희종 신경과 의원 부원장
• (현) 두 신경과 의원 원장
■ 서론
치매는 환자 본인도 처음 겪는 일이고, 가족이나 타인들도 처음 겪는 일이므로, 치매 환자나 그 가족들이
서툴고 당황해하는 게 당연하다. 치매 환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는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스틸 앨리스"
를 보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이 영화는 치매가 발병한 후 진행하면서 겪는 일들을, 치매 환자의 입장에서
아주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제목 Still Alice의 뜻은, "아직도 인지 기능이 정상인, 또는 정신을
잃지 않은 앨리스"라는 뜻이다.
■ 영화 속에서의 치매
앨리스는 50세의 유명한 언어학 교수로, 어느 날 강의하는 도중에 중요한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쩔쩔매
고, 조깅을 하다가 길을 잃는 경험을 한 후, 신경과를 방문하여, “조발형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진단을 받는
다. 가족과 대화할 때 단어가 떠오르지 않고, 평소 자주 만들던 요리법도 생각이 안 나서 스마트폰에서 검
색해서 겨우 알아낸다. 아들의 새 여자친구가 집에 와서 인사를 했는데, 잠시 후 엉뚱한 여자 이름을 불러
서 그 여자를 당황하게 한다. 앨리스는 자신의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칠판에 단어를 적어놓는 등 노력을 하
지만,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면, 자신이 평생 이룬 것을 잃는다는 불안감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학교에서
강의할 때 횡설수설하는 일이 많아서 학교에서 사직을 권고하자, 강의를 철저히 준비해서 잘 하겠다고 간청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점차 치매가 심해져서, 중요한 약속을 자주 잊어버려서 남편이나 자녀들
과 싸우기도 한다. 기억력이 없는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자신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도 이해를 못 해주
는 가족에게 화가 난다. 어느 날 소변을 보기 위해 집안에서 화장실을 찾다가 못 찾고 결국 바지에 소변을
싸고, 뒤따라 들어온 남편에게 부끄럽고, 그런 자신이 싫어서 울음을 터뜨린다. 특히 밤에 잠을 못 자는 날
이 많아지고, 어떤 날엔 자다가 갑자기 깨어나 휴대폰을 찾는다고 소동을 부려서 남편을 피곤하게 한다. 점
차 가족들도 지쳐간다. 병세가 너무 심해져서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막내딸이 집에 남아 앨
리스를 보살피기로 하고, 가족들은 각자의 자리로 간다.
앨리스는 치매를 앓는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좋은 날도 있고 안 좋은 날도 있다. 좋은
날엔 정상인처럼 행동하는데, 안 좋은 날에는 단어들이 앞에 걸려있는데 무슨 단어를 선택할지 모르겠고,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또한 앨리스는 치매 환자 모임의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평생 동
안 기억을 쌓아왔는데, 이제는 태도, 목표, 잠, 기억들이 사라져간다. 그래서 매일 상실의 기술을 배우고 있
다. 자신의 이상한 행동과 더듬거리는 말투를 보는 것은 고통이지만, 그게 자신이 아니고, 자신의 병이라고
생각하면, 고통받는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가끔 행복하고 기쁜 순간도 있다. 예전의 나로 남아있기 위해 애
쓰고 있지만, 자신을 너무 다그치지 말고, 상실의 기술을 배우면서, 순간을 사는데 충실하자".
■ 치매 환자의 심리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치매 환자는 무엇을 보거나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므로, 방금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몰라, 항상 불안해한다. 그리고, 자신이 잊어버리고 싶어서 잊어버리는 것
이 아닌데, 남이 이해를 못 해주는데 대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자신의 실수 때문에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야단맞고 교육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불쾌해한다. 간혹, 표현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화를 내거
나 폭력적 행동을 할 때도 있다. 자신감이 없어지므로, 가족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면 자기 욕을 하고 있다고생각하기도 하고, 자기 물건을 남이 훔쳐 갈까 봐 물건을 숨겨두었다가 잊어버리고, 다른 사람이 훔쳐갔다는
생각을 하거나, 부인이 화장하고 밖에 나갔다 오면 바람났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 치매 환자를 대하는 자세
치매 환자를 대하는 요령은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거나, 환자의 의견을 인정하거나, 시간 간격을 두고 권하는
방법이 있다. 물건이 없어졌다고 다른 사람을 의심할 때에는, "찾는 것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같
이 찾으면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 상대편이 다른 사람이거나, 장소가 다른 장소라고 주장할 때에는 우
선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그래도 계속 불안해하며 주장할 때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눈을 쳐다보며 사실
을 말해 주고 언쟁은 피하도록 한다. 가족을 못 알아볼 때는, 부정하지 말고 환자의 말에 맞추고, 시간이 지나
면, 다시 한번 부드럽게 알려준다. 식사나 기저귀 교환을 거부할 때에는, 시간 간격을 두고 다시 한번 더 권하
도록 한다. 목욕을 하지 않으려 할 때는, "목욕탕에 들어가서 머리를 감으면 개운합니다"라고 다르게 말한다.
옷 갈아입기를 거부할 때에는 좀 기다렸다가, "이 옷이 더 잘 어울리는데 어떠세요?"라고 하면서 권한다.
■ 결론
치매 환자는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자부심이 있으며 자존심도 있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말로 표현하는 능력
은 잃지만, 인격은 계속 남아있다. 신체적 도움은 너그럽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자기 생각을 바꾸는 정
신적인 도움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치매 환자는 야단치거나 가르친다고 해서 생각이나 행동이 고쳐지지 않
는다. 그러므로, 치매 환자가 실수를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는, 자존심을 지켜드리면서 부드럽게 대해
야 한다. 또한, 치매가 진행되면 생각하는 능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만지고,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는 경험
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말로만 하지 말고 비언어적인 태도, 즉 손을 잡아 준다든지 따뜻한 미
소, 등을 쓰다듬는 등 신체적인 접촉을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다.
치매 환자는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자부심이 있으며 자존심도 있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잃지만, 인격은 계속 남아있다.
신체적 도움은 너그럽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자기 생각을 바꾸는
정신적인 도움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참고
생리적인 노화와 치매의 차이
노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로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저하되고,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감퇴하여, 외부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질병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하여, 만성 질환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변화 과정으로 정의한다. 치매는 여러인지기능을 상실하여 일생생활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 상태로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생리적인 노화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골고루 저하되는 상태이고, 치매는 신체기능보다 인지기능이 더 나빠져서, 몸이 건강한데도 독립생활을 못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