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한류열풍과 연계해 우리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신한류를 지속 확산시키기 위해 K-culture 진흥방안을 발표하는 등 고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문화콘텐츠 발굴 및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정책들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한국적 색채를 지닌 문화예술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전통공연예술 현장을 자주 찾으며 만난 사람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우리의 전통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강의와 연주를 하는 몇 명의 외국인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한국인과 결혼해 자녀를 두고 있는 사람도 있고 한국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으며 외모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우리보다 더 우리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기에 만날 때마다 늘 반갑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
(서울대 힐러리 바네사 핀첨 성 교수)
2009년 덕수궁 <국악 활개 펴다>라는 공연의 사회자로 만난 서울대 음악대학 국악과의 힐러리 핀첨 성 교수는 인디애나대학에서 음악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UC버클리를 비롯한 미국 현지의 대학연구소에서 한국음악 및 동아시아관련 연구원 및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동하며 한국음악을 연구했다. 핀첨 성 교수는 약 20년 전 한국 전통음악을 처음 듣고 음색의 신비에 매료돼 동양음악 가운데서도 국악의 독창성을 연구해 왔으며 한국 현대 음악과 전통음악의 접목도 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녀는 단행본 <1930년대 한국의 신민요>를 펴냈고, <이론에서 실제로: 한국 작곡자들의 변> 등 한국음악과 관련한 논문도 다수 내놓았다.
(힐러리 교수의 해금 연주 - 선릉역 가야고을)
대학에서의 강의는 물론 공연 해설 및 집필 활동을 통해 한국음악을 전파하는데 앞장서는 그녀는 어여쁜 딸과 쌍둥이 아들을 둔 어머니이기도 한데, 이론뿐 아니라 직접 악기를 배우는데 해금을 좋아해 직접 연주를 하기도 한다. 늘 겸손하면서도 친절한 그녀를 만나면 외국인이라는 생각은 접고 다양한 국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겁다.
(2009년 덕수궁에서 힐러리와 헤더 윌로비 교수)
신영희 명창의 제자이자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수석단원인 소리꾼 이주은씨를 통해 만난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헤더 윌로비 교수 역시 판소리와 사랑에 빠진 분이다. 대학시절 의학도로 선교활동을 위해 한국을 방문해 우연한 기회에 판소리의 매력에 빠져든 그녀는 귀국 후 전공을 음악학으로 바꿨고 이후 교사생활을 하면서도 판소리에 대한 갈증이 풀리지 않아 다시 한국을 방문 이주은씨에게 소리를 배우며 전국의 명창들을 만나러 다니는 등 누구보다 판소리가 가진 예술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지금도 북을 마주하고 소리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헤더 윌로비 역시 한국문화와 국악이 가진 매력과 특징을 잘 알고 있기에 학생들뿐 아니라 외국인 및 기관 단체를 대상으로 강연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갸야금 앞의 조세린 교수 - 사진 악당이반 김영일 제공)
지난 가을 전주소리축제에서 만난 배재대학 아펜젤러학부의 조슬린 클라크 교수(한국명 조세린) 또한 우리음악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분으로 알라스카 출신인 그녀는 군인이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일본과 중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일본의 고토와 중국의 쟁과 서예를 배우는 등 동아시아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다. 약 20년 전 가야금을 접한 후 그 매력에 빠진 조세린은 그 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가야금과 가야금 병창을 주제로 논문을 써 하바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슬린이라는 이름에서 따온 조세린이라는 이쁜 이름을 가진 그녀는 후 한국에서 강단에 서며 지금도 가야금 산조와 가야금 병창을 수련하며 직접 연주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음악을 더 많이 사랑했으면 한다는 그녀는 해외에서도 우리 음악을 자주 연주하는 국악 전도사이다.
(가야금을 연주하는 조세린 교수 - 사진 악당이반 김영일 제공)
짧은 지면으로 우리의 음악을 사랑하는 세사람의 이야기를 충분히 다루지 못해 아쉬움이 있지만 오히려 이들을 통해 우리 음악이 가진 고유의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때로는 우리가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고 국악은 단순히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직접 공연장을 찾아 마음으로 느끼며 즐긴다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화의 시대 세계와의 소통을 위한 출발점은 바로 나를, 우리를 바로 아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으며 세 명의 외국인들은 이미 타자가 아닌 우리 한국인이 되어 우리를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며 국악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