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회근 선사의 정좌수도강의 <인시자정좌법> 2
중년시대
31세 때 상해(上海)에 도착한 이후 철학, 생리, 심리, 위생에 관한 제반 서적을 섭렵하면서 한편으로 정좌 수련을 계속해 세세한 부분에까지 깨달은 바가 적지 않았다. 이에 종래의 음양오행, 감리연홍의 설법을 지양하고 과학적 방법에 입각해 정좌의 원리를 설명한 <인시자정좌법>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1914년) 당시 필자의 나이는 42세였다.
43세 때 두 번째로 북경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필자는 불교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북경 친구들은 하나같이 필자의 정좌법이 외도(外道)에 속한 것이라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그때 필자는 북경에서 <원각경>을 강의하고 있던 제한 대사를 만날 수 있었다. 필자는 대사에게 지관(止觀)법문을 물어 천태종의 지관을 다시 수련했다. 친구들이 필자에게 정좌법에 관한 다른 책 하나를 쓰는 것이 어떠냐고 종용하는 바람에 짧은 실력이지만 지관(止觀)과 선(禪), 바라밀(波羅密)의 여러 법문에 의거해 <인시자정좌법 속편>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그 이후 필자는 줄곧 지관법을 수련해 왔다.
동밀의 수련
54세 되던 해 상해의 도우(道友) 십수 명과 함께 지송 법사를 따라 동밀십팔도(東密十八道)를 수련했다. 그때 필자는 밀교에 대해 아무 신심을 갖지 않은 상태였으나 친구들이 반 강제로 가입시켜 밀교를 이해시키려 했고 또 다소 호기심도 있고 해서 참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의례 자체가 너무 번거롭고 개인적으로 광화대학의 강의 부담도 많고 해서 열심히 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때에는 지관(止觀) 수련만은 중단하지 않았다.
생리상의 대변화
<몽동지관夢童止觀>에서 말하기를 “정(定)을 수련하면 선(善)의 뿌리가 드러난다. 여덟 종의 촉(觸)이 있는데 경(輕) 난(煖) 냉(冷) 중(重)은 체(體)요, 동(動)양(癢)삽(澁)활(滑)은 용(用)이다.”라고 했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 여덟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시차를 두고 이중 몇 종류가 나타나는 데 불과하다.
필자는 28,9세때 경(輕), 난(煖), 동(動)의 세 반응이 있었다. 오랫동안 앉아 있었더니 전신이 마치 새털처럼 가벼워졌는데 이것이 제일 먼저 나타났던 반응이다. 그 후 아랫배에서 열이 발생했으며 곧이어 진동이 일어났다. 진동이 생기면서 열기가 척추를 따라 대뇌에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얼굴을 따라 아랫배로 내려갔다. 이것은 진동으로 인해 임독양맥이 통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의학의 경락설에서는 기경팔맥을 이야기하는데, 여기에는 임독 양맥 외에도 충맥, 대맥, 양교맥, 음교맥, 양유맥, 음유맥의 여섯 맥이 포함된다.
필자는 지관 공부를 십 년 이상 수련해 왔으니 의식은 늘 아랫배에 집중한 채였다. 만약 이것을 바꾸어 중궁(中宮)을 지키게 되면 수일이 지나지 않아 신체의 대변동이 일어나 양교맥, 음교맥, 양유맥, 음유맥, 충맥, 대맥의 여섯 맥이 통한다. 여기에 대해 좀더 설명해 보기로 한다.
필자가 중궁(中宮 가슴과 배 사이)을 지키기 시작한 후 어느 날 저녁에 정좌에 들었는데 가슴에 뭔가가 요동치는 듯했고 특히 침이 많이 분비되었다. 며칠이 지나면서 요동이 더 심해졌다.
하루는 진동이 위로 치솟아 양미간에 이르러 붉은 빛을 발하더니 곧 머리에 올라 오랫동안 머물렀다. 온몸에 마치 전신을 휘감은 듯 약 일 분 정도에 걸쳐 두 손과 발끝까지 이르더니 돌연 미간에서 정지했다.
그 이후 매일 저녁마다 상황은 비슷했다. 중궁에는 마치 기계가 있어 빙빙 도는 것 같았고, 이것이 점차 머리 위로 올라와 머리까지 따라서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이렇게 움직임이 극도에 이르더니 돌연 양미간 사이에서 중단되었다. 그러더니 중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여 좌측 어깨로부터 좌측 다리에까지 마치 전선이 반신을 휘감은 듯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움직임이 극에 이르러 돌연 정지했다.
또 후뇌로부터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하여 움직임이 척추를 따라 내려가 미려(尾閭)에서 돌연 정지했고, 다시 우측 어깨로부터 우측 다리에 이르기까지 전신을 휘감은 듯 회전하다 움직임이 극에 이르러 돌연 정지했다. 이렇게 하여 좌우측 음유맥과 양유맥, 음교맥과 양교맥이 통했다. 이로 인해 필자는 기경팔맥이란 것이 터무니없이 신비하기만 한 것이 아님을 체험할 수 있었다.
매번 진동이 있을 때마다 모두 중궁에서 시작해 변화되곤 했다. 하루는 두 귀 사이에 진동이 느껴졌다. 마치 두 귀를 일직선으로 꿰뚫는 듯 여러 차례 진동하다가 돌연 미간에서 정지했다. 그리고 정수리로부터 턱에 이르기까지 일직선으로 꿰뚫는 듯 여러 차례 위아래로 움직이다가 돌연 미간에서 정지했다. 이 선은 양 귀를 뚫은 선과 열십자를 이루었다. 그리고 정수리로부터 시작해 가슴과 배를 지나 귀두에 이르는 선이 생기고 이 선을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진동이 발생했다. 충맥이 통하는 현상이었다.
어느 날 저녁에는 중궁에서 뜨거운 힘이 치솟더니 전신을 전후좌우로 질서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움직임은 손에까지 미치더니 양손이 안쪽 바깥쪽으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곧이어 양다리에까지 이르더니 좌측 발이 굽혀지면 우측 발이 펴지곤 했다. 이 동작들은 완전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의식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지의 동작이 멈추자 홀연 머리 부위가 확대되고 상반신도 따라 확대되더니 높이가 한 장 정도나 높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높고 큰 몸인 고대신(高大身)이 나타났다고 한다.)
홀연 머리가 뒤로 젖쳐지면서 흉부가 커다란 허공처럼 확대되더니 다시 앞으로 젖혀지면서 등 뒤가 광대한 허공처럼 확대되었다. 이때 신체는 단지 하반신만 있으며 상반신은 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텅비어 말할 수 없이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 날 저녁에는 중궁의 진동이 등 뒤 척추 좌우측에서 회전했는데, 회전수는 좌우가 동일했다. 그러더니 다시 등 뒤 피부층에서 좌측에서부터 우측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며 열 차례 회전하고는 다시 우측에서 좌측으로 열 차례 회전했다. 그리고 배 속에서도 임맥 좌우측에서 회전하기 시작하여 허리까지 올라와 좌측에서부터 우측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수십 차례 회전했고, 마찬가지로 우측에서부터 좌측으로 다시 커다란 원을 그리며 수십 차례 회전했다. 이렇게 해서 대맥이 통했다.
그뿐 아니라 한 줄기 힘이 나선형을 그리며 독맥을 따라 머리 뒤로 협착을 거쳐 미려까지 내려오면서 수십 차례 회전했고, 아랫배에서부터 임맥을 따라 정수리에까지 이르면서 역시 수십 차례 회전했다. 필자가 처음 임독양맥을 통할 때는 미려(꼬리뼈)에서 협척(어깨 뒤)을 거쳐 정수리에 이르렀다가 다시 안면과 가슴을 거쳐 아랫배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그것과 반대였다. 아마도 맥이 전부 통하여 길에 익숙해지면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통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해서 대맥과 충맥이 완전히 통했다.
∮ 미려尾閭- 꼬리뼈, 협척(夾脊)은 후삼관(後三關)중의 하나. 11번 척추 뼈의 아래로 척중혈(脊中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