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7
戊戌年 끝자락을 다독이며
동네 어귀에 해묵은 고목은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무슨 의식을 치르거나 고사라드 올릴 일이 있을 때는 약간의 예외는 있지만~
나이 먹은 영감들도 그와 흡사하다.
향기나고 빛나던 시절은 진작 다 가버렸으니 광휘가 나는 용처가 있을 리 없다.
그래서 自家發電이라는 묘책을 강구해야 했다.
지강웅씨가 휫슬을 불었다. 목적지와 이동 수단, 어디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고 무엇으로 허기를 달랠 것인지와 구성원이 어떤 역활과
기여를 할지는 살림 9단의 유중철씨가 맡았다.
주례역에서 랑데뷰하여 배중한씨의 애마를 타고 5명의 영감들은 마금산 온천으로 직행했다.
우선 심신의 묵은 때를 마그마의 지열로 솟구친 온천수에 말끔히 씼어내기로 했다.
몸을 담그고 나는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곰곰히 생각하는 데는 온천수만 것이 있을까?
자신의 주인으로 살자.
무료하게 시간을 타고 넘지 말자.
자연 탐방과 역사 탐구에 진력하여 어른답게 자신을 가꾸자.
그러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탐구여행을 계속하자.
등등의 다짐을 교환하고 우선 속부터 채우기로 했다.
그리고 주남저수지와 인근의 명소나 유적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오늘은 첫날로서 의기투합을 이뤘으니 충분하다.
마금산 온천 지역에는 내로라하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 장독집. 훈제 오리고기와 대통밥이 쫀득하니 어울렸다. 거기다 이름난 북면막걸리가!(장독마을 창원시 의창군 북면 천주로 981. 010-9654-7199 , 055-299-3327 사장 김민기)
훈제 오리고기는 콩나물과 향취나는 생야채가 버물려져 새콤달콤한 맛이 혀를 놓지 않는다. 대통밥은 차지고 죽향이 배어나 맛의 차원을 높이고.
영감 다섯은 사뭇 진지하다. 그도그럴 것이 각자의 기대가 다 달랐으니.
마금산의 구름다리. 예기치 못한 장면인듯 흥미가 끌린다. 하나 바람이 너무 차가워 오르지는 못했다.
다리 아래 통나무집이 있어 운치를 자아낸다. 화강석 장명등과 대장군 여장군이 독특한 하모니를 이룬다.
장명등 위를 감싸고 있던 넝쿨들이 초록잎새를 치장했을 때는 돌과 식물과 뽀오얀 등커버가 얼마나 멋지게 분위기를 만들었을까?
눈아래로 펼쳐진 텅빈 너른 들판은 한가롭다 못해 일말의 그리움 같은 향수를 일으킨다.
이 돌다리는 생김새 만큼이나 역사적 무게도 숨기고 있고 전설도 머금고 있다. 봄이되어 주변에 유채가 피면 꿈속 같이 아름답다.
이곳은 철새들의 낙원. 그러나 아직은 시간이 아닌듯 하늘이 널널하다.
바람에 속살을 다 털린 억새가 빗자루 같은 손을 뻗어 훠이훠이 하늘에 그림을 그린다.
주남지를 에두르는 둘레길은 사철 억새라는 의상 단벌 뿐이지만 철철이 다른 빛깔로 갈아입어 상상을 뛰어넘는 연출을 한다.
큰고니가 옥좌를 차지하고 있는듯
철새들이 노니는 호수는 평화 그 자체다.
은발의 억새. 무엇으로 이 아늑함과 편안함을 대신할 수 있을까?
한 편의 글없는 詩畵!
호수 중앙에 운집한 큰고니떼. 지금은 휴식중. 비상의 장관을 준비하느라 근육이 분출할 에너지를 지긋이 억누르고 있다.
오리와 기러기의 동거.
기하학적인 계단과 억새의 감성적 풍경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 억새의 이름을 모르겠다. 그러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은 로마군 창기병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오늘 하루 60년을 관통하며 다져온 우정이건만 이렇게 색다른 조합으로 색다른 장소에서는 웃고 즐기면서도 서로에게 존중의 예를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