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희미하게 밑그림이 그려진/ 손바닥보다 조금 큰 여행 스케치북’의 ‘밑그림을 따라 윤곽선을 그리고/ 0.3밀리 컬러팬으로 채색을 한다.’(산토리니 스케치) 어린아이 손바닥만한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이중섭이 떠오른다. 화가의 손에서 물고기가 뛰어놀고 물고기와 어우러지는 어린이가 튀어나오듯 시인의 손에서는 ‘담장이 생기고/ 담장을 넘어온 나무는 “스퀴글 스트로크로 꼬부꼬불 나뭇잎이 무성해진다” 좋은 시는 이처럼 우리에게 상상력의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보여준다. 그 시공의 맞물림 속에서 우리는 마법과 같은 변신의 모험을 맛본다. 김윤하 시인은 2004년의 첫시집 『나의 붉은 몽골여우』 2014년의 두 번째 시집 「북두칠성 플래시몹」이 보여주듯 시인의 상상력이 불러일으킨 자장과 미학적인 변주를 통해 그의 시 쓰기 방식이 시단에 충분한 전범이 될 만하다는 상찬을 받은 바 있다.(같은 해 한국시문학상 수상) 그리고 이번에 다시 8년만에 보여주는 세 번째 시집 『물 속의 사막』을 통해 이제껏 시인이 추구하던 상상력에 명상과 관조를 더함으로써 사물이 내재한 형이상의 비의(秘意)가 얼마나 보다 진폭이 강한 울림과 깨우침을 전해줄 수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같다. “멀리 작은 성당의 몸이 파랗게 피어나도/ 자줏빛 절벽이 솟아나”듯 금방이라도 우리 옆에 절벽 위의 꽃을 꺾어드릴까 수로부인에게 수작을 거는 헌화가의 노옹이 서 있는 듯한 마법의 상상력마저 햇살이 되고, “낮은 대문 너머 지중해/ 따둣한 표정이 새파랗게 잔잔해 지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