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운동(4):
질문 둘, 답변 셋
질문1
“내게 맞는 운동은 무엇일까요?”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어떻게 알아낼까요?”
“내게 맞는 운동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내가 금세 그만두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10년 동안 잡지, 도서, 방송 매체와 인터뷰할 때면 이런 질문들을 자주 받았다.
사실은 기자와 작가, 연출자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이긴 하다.
하지만 우연일 수도 있으니 이 글을 통해서 이 끈질긴 인연의 질문에 제대로 답해볼 생각이다.
답변1
우리는 운동선수가 되려는 게 아니다.
다 큰 성인들이니 지금 시작해 직업 운동선수가 될 수 없다.
성인이라면 다음 생을 기약해야 한다. 이번 생에는 선택의 시기가 이미 지났다.
우리는 취미 생활로 여가 생활로 운동을 하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 자신의 즐거움(과 심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이다.
운동이 아니라 악기 연주로 바꿔 생각해보자.
둘 다 내 몸으로 해야 하고 기초부터 해야 한다.
기타를 배울지 피아노를 배울지 드럼을 배울지 가야금을 배울지 (거리나 비용 같은 문제를 빼면)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도 내게 맞는 악기를 알아내야 할까. (성인에게) 과연 그런 질문이 유효할까.
내 적성이나 재능에 어떤 악기가 더 잘 맞을지 따져봐야 할까.
사람에 따라서 어떤 걸 더 잘 할 수 있을지 누군가 답해줘야 할까.
내가 취미로 기타를 연주하는데 잘 할지 못 할지 가 중요할까(결국 남과 비교해야 가늠할 수 있을 텐데).
내가 즐거우면 그만 아닌가. 이건 전공 선택도 아니고 직업 선택도 아니다.
현재 직업 운동선수나 직업 연주자가 돼 있는 사람들조차 어릴 때 ‘내게 맞는 것’ 보다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한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다른 예들도 가능하다.
운동과 외국어 공부는 매우 닮았다. 둘 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그리고 자주자주 할수록 좋다.
물론 차이점이 있다.
뇌 에너지의 90퍼센트가 움직임에 쓰이고 나머지 10퍼센트가 신진대사와 면역 기능과 사고에 쓰이니까 운동이 뇌를 훨씬 더 많이 쓴다.
그런데 "나한테 맞는 외국어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이 필요한가.
배우고 싶은 외국어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나.
이런 예는 끝이 없다.
"나는 누구와 사랑에 빠져야 할까요?"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도 가능하다.
이런 질문에 답해주는 전문가는 없다. 아니, 없어야 한다.
하지만 입시코디도 있는 세상이니 누군가 <내게 맞는 운동은?> 테스트와 정답과 해설을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것은 네이버, 구글, 유튜브에 기대하면 된다.
스쿨오브무브먼트의 우리는 그런 답을 주는 전문가는 없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답변2
이런 질문들에는 다른 생각이 섞여있을 수 있다.
즉 운동을 통해서 내 몸에서 부족한 기능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다.
만약 그렇다면 전혀 다른 물음이다.
그러면 움직임 건강과 관련해 묻는 것이다. "내게 맞는 운동" 과는 다른 이슈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움직임들이 있다. 아기 때 우리는 몇 년 동안 이런 움직임들을 얻기 위해 전념했다.
신경이나 근골격계 손상이 없는 데도 이런 움직임들에 제약이 있다면 후천적인 기능장애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정이 필요하다. 어릴 때는 거의 누구나 가졌던 움직임 범주와 기능이니까 회복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기본적인 어깨와 팔의 가동성, 고관절과 다리의 가동성이 제한된다면 약간만 역동적으로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임 전체가 나빠질 것이다.
나쁜 움직임이라도 그저 많이 쌓으면 몸이 더 좋아진다? 이상하지 않은가. 비슷하거나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러니 아주 기본적인 움직임들이 제한된다면 회복하는 게 훨씬 낫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복싱을 하고 싶다면 복싱을 하자. 물론 기본적인 가동성이 있는 게 좋다. 푸쉬 업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좋고 안전하다. 적어도 복싱을 하면서 이런 걸 함께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줄넘기도 물론이다.
장대높이뛰기나 창던지기를 하고 싶다면 달릴 줄 알아야 한다(호주에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이런 운동들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 유도나 씨름을 하고 싶다면 역시 구를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들(뛰기, 푸쉬업, 구르기 등)은 원래 우리 모두에게 기본 움직임들이다.
기본 움직임들이 좋아야 운동들을 할 때 덜 다치고 덜 난관에 부딪친다.
다시 악기 연주로 예를 들어보자. 기타를 배울 때 먼저 코드부터 익혀야 하듯이 운동에도 그런 과정이 있다.
만약 인간의 기본 움직임 차원에서 잃어버린 코드가 있다면 운동 기술 습득 이전의 문제다.
즉 운동보다 움직임이 먼저다. 기본 움직임부터 교정하고 회복하는 게 더 낫다.
질문2
이런 질문도 있었다.
“운동은 해야겠는데 운동이 하기 싫은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3
운동을 꼭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삶의 균형, 삶에 대한 우리의 통제력이 존재할 때는 굳이 운동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유럽 지배자들의 기록에 따르면 테즈메니아 섬의 원주민들은 마치 올림픽 선수나 해군 특수부대원들 같았다.
4만 5천 년 정도 그렇게 살았지만 1803년 테즈메니아에 처음 유럽 식민지가 생기고 1877년에는 모든 원주민들이 죽었다.
테즈메니아 원주민 남성은 보통 5.5미터짜리 나무창을 35미터 정도 던졌고 이 창을 들고 손과 무릎으로 기어가 캥거루에게 몰래 접근했다. 부메랑의 전신인 waddy로 새를 잡기도 했다.
테즈메니아 원주민 여성은 “마치 전화선 설치 기술자처럼” 유칼리나무에 기어 올라가 주머니쥐를 잡았고 수영 실력도 뛰어나서 물속에 들어가 바위에 붙은 전복을 나무 끌로 땄다. 흑고니 알, 펭귄 알, 슴새 알, 오리 알을 즐겨 먹었다.
한 테즈메니아 여성은 한 끼 식사에 슴새의 커다란 알을 50~60개 정도 먹었다. 알을 먹을 때는 유칼리나무 수액을 발효한 음료수(아마도 술)를 함께 마셨다고 한다.
운동은 삶의 균형을 잃고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 삶에 필요한 일종의 목발이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필수 지상과제는 아니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의 삶을 더 들여다보자.
소득 불평등과 육체 활동의 관계를 보여준 역학조사가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더 많이 먹지만 더 적게 운동한다.
건강 관리에 대한 보건 정책들, 미디어와 학교에서의 선전과 교육은 개인의 습관과 변화 의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왜 그토록 오랜 시간 앉아만 있고 시간이 좀 나더라도 여전히 덜 움직이고 싶어 하고 건강에 좋지 않은 것들일수록 왜 더 먹고 싶어 하는지 이러한 생활과 습관과 성향은 왜 생기고 확산되고 유지되는지 봐야 한다.
사회 경제학자들과 사회 의학자들은 역학 조사를 통해서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더 구체적으로는 소득 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스트레스가 더 많고 더 차별하고 더 적대하고 결국 사회 구성원들이 더 건강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고 (실제로 그런 조건이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돼야 행동 변화를 해내기 쉽다.
반대로 그렇지 않을수록 뻔히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생활, 그런 습관을 잘 바꾸지 못한다.
즉 그저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다수가 신명 나는 사회에서 한두 명이 꼼짝도 하기 싫어하는 것은 거의 개인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수십 억 명이 일상적으로 무기력하고 움직이기 싫어한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주로 체력이나 심신의 궁핍을 절감한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온다.
심신의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이토록 경쟁적인 사회에서 따로 운동 시간을 내기조차 힘들다.
경고음이 수차례 울렸고 결국 문제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운동하러 올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 압도다수다.
개인적 해결책은 간단하다. 운동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 게 맞다. 억지로 해서 될 게 아니다.
지난 11년 동안 우리 체육관에서 가장 꾸준히 운동했던 학생들은 대부분 아팠던 사람들이다. 갑자기 혈액암에 걸렸던 사회 초년생, 1년에 한두 번씩 앰뷸런스에 실려 나갔던 디자이너, 없는 살림에 한약 값으로 천만 원이나 써야했던 책 편집자, 직장 선배가 과로사로 죽은 뒤 (휴가를 내고 죽는 바람에 일주일 뒤에 시신이 발견됐다) "죽기 싫어" 회사 그만두고 운동하러 온 직장인, 허리가 아파서 하루 2시간도 앉아있을 수 없던 취준생, 롹컨데 요통으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던 가수...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었다. 나와 최하란 씨, 그리고 다른 스쿨오브무브먼트 선생님들도 이런 사람들이었다. 이처럼 (다행히) 큰 질환이 아니었지만 아팠고 (다행히) 운동할 재정적 시간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운동을 꾸준히 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안 하면 죽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기 싫은 데 부채감을 갖고 하려고 애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 때가 맞고 운이 닿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