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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꿈같은 이야기였는데…
기도에 젖어 있다가 눈을 뜨면 마음이 허망해졌다. ‘내가 방송국을 지어? 내가 책을 출판해? 선교사를 보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이렇게 어려운데…’ 하는 생각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는 내가 남태평양에 있는 섬들을 위해 기도하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매일 그런 기도를 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때 ‘아, 이거는 내가 하는 기도가 아니야. 하나님이 내 기도를 인도하고 계신 거야. 그러면 이 기도는 하나님의 뜻이구나!’ 하는 마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하나님이 태평양에 있는 많은 섬들에 복음을 전하게 해주시겠구나. 우리가 그곳에 선교사를 보내고 책을 출판하고 방송국을 세우고 섬마다 복음을 전하겠구나!’
당시 형편을 보면 허망하기 그지없는 꿈같은 이야기인데, 그 꿈을 하나님이 주셨다면 분명히 이루어 주시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믿음을 갖게 됐다. 하루는 예배를 마치고 형제들 서너 명과 다 꺼져가는 난로 주위에 둘러앉아 물질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형제들에게 이야기했다.
“형제들, 우리 힘을 냅시다. 지금은 우리가 어렵고 가난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교사를 땅 끝까지 보내게 하실 겁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책을 출판하게 하시고 방송을 하게 해서 많은 섬나라 사람들이 구원받을 것입니다.”
그러자 한 점잖은 형제가 “목사님, 어렵지만 그래도 꿈은 크게 갖는 게 좋습니다.”라고 했던 말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는데, 지도에서만 보던 그 남태평양 섬에 비행기를 타고 온 것이다.
‘아, 드디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피지에 우리를 보내셨구나!’
수도에 도착해 피지 사람들을 만났다. 마음이 부드러워 보이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아름다운 섬 피지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역사들
한번은 같이 간 김 장로님께 “장로님, 영어 잘하세요? 저는 너무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는데, 장로님이 저희 경비하는 사람에게 복음을 전해 주세요.”라고 했다. 얼마가 지나 잠에서 깨어 보니 장로님이 그 사람과 또 다른 한 분과 같이 앉아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복음을 다 전하고 장로님이 나에게 이야기하는데 기쁨에 차 있으셨다.
우리 경비를 맡은 사람은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요즘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교회에 못 간다며, 그렇지만 하나님은 저버릴 수 없어서 매일 성경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틈날 때마다 읽는다고 했다. 그분에게 김 장로님이 죄 사함에 관한 성경 말씀을 찾아 읽어 주자 기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또 그분이 친구를 불러 그날 두 사람이 구원을 받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장로님은 “그동안 복음을 많이 전해 봤지만 이렇게 기뻐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즐거워하셨다. 나도 감격스러웠다. 그래서 “장로님, 그러면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지 마시고 피지에 남아서 마음껏 복음을 전하십시오. 제가 한국에 가서 아내인 자매님도 피지로 가시라고 할게요.” 하자, 장로님은 “그래도 되겠습니까?” 하더니 정말로 피지에 남으셨다. 단기선교사 한 명을 피지에 보낸 셈이다.
아름다운 섬 피지에는 아름다운 복음의 역사도 끊이지 않았다. 교육부장관 내외분이 구원받고 우리가 복음 전하는 것을 전적으로 도우셨다. 장관님이 피지뿐 아니라 주변 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비를 제공하여 그들을 캠프에 초청하셨다. 그래서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이런 섬들에서 장관님들, 총장님들, 목사님들이 와서 복음을 듣고 기뻐하였다.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노래를 만들어 내신다
하나님은 훌륭한 바이올린 연주자이시다. 하나님이 연주하는 곡만큼 아름다운 곡은 없다. 하나님은 우리 같은 인간을 바이올린 삼으셔서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노래를 만들어 내신다.
피지에 있는 며칠 동안, 하나님이 매 시간 우리를 통해 귀한 일들을 만들어 내시고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고 변화되는 귀한 일을 이루셨다. 45년 전 대구 조그마한 건물 2층에서 하나님 앞에 드린 그 기도가 지금 열매를 맺어, 남태평양의 섬 사람들이 구원받고 교회가 형성되고 하나님께 드리는 찬송이 울려 퍼질 것을 생각하면 한없이 놀랍다.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