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에서의 2박3일, 쉬어가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천화현 선생님이 사주신 짬뽕을 배불리 먹고 화천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용산역에서 춘천 행 기차에 몸을 싣고 요섭이 오빠, 수연, 민지, 저 넷이 도란도란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며 여행 느낌이 물씬 났습니다.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기차가 한참 달리니 기차 밖 풍경이 푸릇한 나무들과 산으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풍경으로 마음이 설렜습니다.
수연이가 들뜬 얼굴로 말합니다.
“짐 챙길 때부터 여행가는 기분이여서 진짜 설렜어요!”
춘천에 점점 가까워지니 공감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춘천역까지 데리러 와 주셨습니다. 반가운 얼굴에 인사하고 차에 탔습니다. 화천 집까지 가려면 30분정도 차를 타고 더 이동해야 합니다. 사람은 역시 익숙한 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나 봅니다. 눈에 익은 장소, 풍경들을 보니 그간 알게 모르게 긴장하고 피곤했던 몸이 풀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부모님께 요섭이 오빠, 수연, 민지가 서로를 소개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눕니다. 어색해하지 않고 대화를 잘 이어나가는 동료들이 참 대단했고 고마웠습니다. 긴 터널을 지나 온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화천 시골 집에 도착했습니다.
올 여름이 무섭게 무덥긴 하나봅니다. 시원한 화천이 이렇게나 뜨겁다니 놀랐습니다. 할머니께 인사를 드린 후 짐을 음악실에 풀고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쉬었습니다. 화천 집에 음악실은 우리들의 최고의 휴식공간이었습니다. 컨테이너 박스를 아빠가 개조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았습니다. 빔 프로젝트와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수 도 있었고 턴 테이블로 노래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감성과 여유가 넘치는 공간입니다.
해가 저물어 기대하던 바비큐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아빠가 미리 설치해두신 천막 아래에 요섭이 오빠가 열심히 숯불을 피웠습니다. 엄마가 고기, 채소, 각종 반찬들을 다 준비해 놓으셔서 가져다 먹기만 하면 됐습니다. 땀 흘리며 돌아가면서 고기도 굽고 열심히 먹었습니다. 열심히 먹고 산책도 하며 첫 날을 보냈습니다.
간밤에 파리와 싸우며 잠을 자고 일어나 물놀이 갈 채비를 했습니다. 선크림 두둑히 챙겨 바르고 근처 계곡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늘에 텐트를 치고나니 튜브가 없어서 고민했습니다. 마을 아는 아주머니네 집이 식당을 하셔서 여쭈어봤습니다.
“아줌마~ 저희 튜브 좀 써도 될까요~?”
“그럼~ 우리 아들건데 맘대로 쓰고 가져다 놔~!”
동생친구 어머니여서 아는 분이였습니다. 흔쾌히 수락하셔서 튜브 2개에 즐겁게 물놀이 할 수 있었습니다. 물속은 추울 만큼 차가워 무더위가 한번에 물러갔습니다. 엄마아빠도 오셔서 다같이 실컷 물놀이하고 텐트에 모여 맛있게 점심밥을 먹었습니다. 고모네 텃밭에서 딴 오이고추, 닭갈비, 유부초밥, 교회 권사님네 찐 옥수수까지 이웃들의 나눔이 고스란히 곁들어 있는 푸짐한 한상이었습니다. 밥도 맛있게 먹고 팔에 근육통이 올 만큼 또 물놀이하고 집으로 돌아가니 몸이 나른해집니다.
‘은별이네 작은 영화관’도 열었습니다. 기분 좋게 배 깔고 각자 자리를 잡고 누웠습니다. 영화 "쥬만지"를 틀어서 보았습니다. 꽉찬 소리와 영상미는 여느 영화관 못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가니 엄마가 저녁 준비를 다 했습니다. 차린 음식을 각자 한접시씩 나눠서 옮겼습니다. 떡볶이, 스파게티, 알감자조림, 오이냉국 엄마가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났습니다. 평소 밥이랑 김치, 쌈채소로 밥 먹었는데 손님들 온다고 이리 신경써서 차려주고 동료들 귀한 대접해주는 엄마를 보니 참 감사합니다.
민지가 배 두둘기며 말 합니다. 차례로 요섭이 오빠, 수연이도 한마디씩 합니다.
“우리 엄마 강적이 나타났다. 이렇게 손 크신 분이 있다니 대단해!”
“이렇게 배불리 먹고 맘껏 쉴 수 있다니! 너무 오랜만이다. 완전 힐링이야~”
“진짜 너무 행복해요......! 화천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화천 데려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과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열심히 배를 채웠으니 마음도 채워봅니다. 각자 대학교로 돌아가서의 소망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섭이 오빠는 비공식적으로 있는 동아리를 공식적으로 만들어 책 모임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회사업을 좀 더 많은 학생들이 알았으면 하고 뜻 있게 함께 해보는 학생들과의 나눔을 소망합니다. 쭉 사회사업 하고 싶다던 오빠의 열정이라면 돌아가서 서울 신학대 사회복지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력 미칠 수 있을 겁니다.
수연이는 실습으로 정신없이 남은 학기가 지나갈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휴학을 한다고 했습니다. 휴학하고 복학했을 때 그 사이의 공백으로 흐름이 끊길까봐 걱정된다고 합니다. 휴학의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우고 실행을 앞둔 수연이가 참 멋있습니다. 하고싶은 것 에 대해 뛰어들고 푹 빠져서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래볼걸 하는 마음이 듭니다. 공백의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다른 경험하며 우리들에게 나눠주면 좋겠습니다. 쭉 연락하며 경험도 나누고 사회복지에 대한 고민들도 함께 이야기하며 든든한 동료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쭉 응원할겁니다.
민지는 조교로 일 하며 학생들과의 소통을 늘리고 싶고 학교에서 하는 책 모임도 다시 준비하며 기록으로 남겨 보고 싶다고 합니다. 민지의 이런 활동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실무자로 나섰을 때 민지는 사회사업 정말 잘할겁니다. 부지런히 해야할 일, 해보고 싶은 일 천천히, 꼼꼼히 다 하는 친구입니다. 같이 1급 공부도 하며 졸업 즐겁게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대학교로 돌아가 우선 다른 기관에서 단기사회사업을 한 다른 학생들,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면 좋겠습니다. 내가 배우고 느꼈던 점들 많이 자랑하고 싶습니다. 또 헬스장도 다니며 건강도 다시 관리 해야겠습니다. 자기소개에서 30분이라도 꾸준히 운동하겠다고 기록했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데다 보니 하지 못 했습니다. 운동도 하고 1급도 준비하면서 졸업을 준비할 것 같습니다.
이 시간이 참 귀했습니다. 젊은 청년들 4명이 모여 소박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소망들을 나눕니다. 서로의 소망에 대해 격려해주고 박수 쳐 줍니다. 진정한 동료들이라 느껴졌습니다. 밖에 들리는 매미와 개구리 소리도 우리를 응원해주는 듯이 더 힘차게 울어댑니다.
3) 사회사업가 쪽 관계
② 사회복지계의 좋은 동료들과 지지와 격려, 자극,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소진되거나 타성에 젖지 않고 사회사업 오래 잘할 수 있습니다.
- ⌜복지요결⌟ 73p 中 -
이번 여름 소중한 사람들을 얻었고‘내가 인복을 타고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같이 사회사업에 고민해주고 이야기 들어주는 좋은 동료들이 있기에 사회사업 여기까지 잘 해냈습니다. 동료의 소중함도 유난히 많이 느낍니다. 만난 아이들과 지역사회 이웃 분들에게도 많은 감사함이 있지만 가장 가깝게 함께하는 동료들에게서 많은 감사와 그들이 하는 사회사업을 바라보며 ‘참 사람냄새 난다’고 느꼈습니다. 덕분에 사회사업 기간 동안 지치지않고 서로에게 버팀목 되어준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달려가다 보면 내가 달리는 길이 맞는 길인지 헷갈릴 때가 분명히 올 겁니다. 애매하고 헷갈리는 상황에 동료들이 지도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중간평가에서도 화천에서도 동료들의 지지와 격려가 좋은 지도가 되어 속도를 조절하고, 쉬어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따뜻한 나눔과 밤에 수 놓은 별도 함께 보니 화천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서로에게 롤링페이퍼도 쓰고 저희 가족에게도 감사편지를 썼습니다. 엄마가 가는 길에 먹으라고 싸준 옥수수를 하나씩 쥐고 기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갔습니다.
창밖은 푸르른 나무들에서 하나 둘 씩 도심의 건물들로 장면이 바뀌어갔습니다. 2박3일 조용하고 느긋한 화천에서의 쉼은 인심, 평안 그 자체였습니다. 따뜻한 사람살이를 다시 한번 느낍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일상같이 느낀 사람살이를 잠시 잊고 살았었나봅니다. 동료들과 함께 다시 찾은 화천은 또 다른 정겨움으로 다가왔고 이렇게 내가 좋은데 살고 있구나하며 자부심으로 다가옵니다. 내 아들, 딸처럼 편히 대해준 엄마 아빠, 처음 보는 형, 누나와도 잘 놀아준 동생 상록이에게 감사합니다.
단기사회사업은 잠시 내려놓고 우리의 꾸밈없는 20대 청춘의 민지, 수연, 요섭이오빠, 은별의 꿈과 사회복지의 길을 응원했습니다. 더 단단해지고 성장 할겁니다. 포근하고 편안했던 2박3일의 화천을 함께 해주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첫댓글 우와~ 음식봐봐.. 뷔페.
이렇게 잘 놀아서 다들 얼굴이 생긋생긋 했구나.
사회사업 인생길 동료들과 자연의 낙을 누렸던 기억이 정말 큰 힘 될 거예요.
서로가 힘이되는 존재 참 귀해요. 은별이 복 받았네.
은별이 부모님이 보시고 얼마나 좋으셨을까. 은별이 참 잘 지냈구나 뿌뜻해 하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