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용 화백의 민화 <백동자도>(百童子圖)
저택의 정원 등을 배경으로 동자들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어울려 놀고 있는 모습을 여덟 폭이나 열 폭의 병풍에 담은 그림을 <백동자도>라고 한다. 주로 사내아이 출산을 기원하는 뜻에서 결혼식에 사용된 민화이다. <백동자도>는 우리나라・중국・일본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백자도>(百子圖)라고 불리기도 하는 <백동자도>는 당나라 장수였던 곽자의(郭子儀)의 생일잔치 장면을 그린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에서 유래, 곽자의 자손들을 그린 <백동자유희도>(百童子遊戱圖)가 효시이다. 이후 문물교류를 통하여 한국과 일본에 전파・발전되었다.
<백동자도>는 대저택의 정원이나 신선들이 사는 선경(仙境) 등을 배경으로 제기차기, 그네타기, 물놀이, 썰매타기, 술래잡기, 연날리기, 팽이치기, 새잡기, 씨름, 활쏘기, 장군놀이, 닭싸움 등 주로 야외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노는 많은 어린 사내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놀이터의 배경이 되는 소나무・학・구름・바위 등의 장생 무늬가 기본적으로 깔리고, 건물의 지붕과 벽 등은 사실 묘사에 충실하기 위해 독특한 기와와 벽돌 무늬를 구사하여 생동감을 살리고 있다. 전체 색상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원색을 사용하고 있다.
<백동자도>는 삼국시대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세기 중반부터 화려한 채색과 장식적 화풍을 구사한 궁중 장식화와 민화로 본격으로 제작되기 시작하여 조선후기 궁중 장식화와 민화의 주요한 화제로 유행했다. 현존 작품 대부분은 19세기 중기 이후에 제작된 것들이다.
동자들의 모습은 대부분 조선의 어린 아이들이지만, 때로는 중국식 머리모양과 복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백동자도>는 남아선호사상과 자손번성의 염원을 담은 대표적 길상화 중 하나이다. 아들을 낳기를 원하는 젊은 부녀자나 어린이들 방의 장식화로 많이 사용되었다.
박종용의 8폭 병풍용 <백동자도>는 백동자들이 정원과 냇가, 매화나무 위, 마당, 정자 아래 계단과 연못가 등지에서 웃음꽃을 피우면서 놀이하는 모습을 묘사해낸다.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전율적 충격을 느끼게 하는 불후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박종용은 전통적 <백동자도>의 기본 구도에 충실하면서도 독창성 기법으로 저택, 정원, 연못가, 냇가 등의 야외에서 구름, 소나무, 학, 닭, 오리, 바위, 매화, 버드나무를 배경으로 한다. 그림 속 유희적 행위는 멱을 감으며, 고기를 잡고, 깃발을 들고, 줄 당기기를 하고 있다.
시・청각적 확장은 북치고 수레를 끌고, 안아주고 업어주며 손잡고 뽀뽀하고, 매미 잡이 채를 흔들면서 즐겁게 노니는 백동자들의 활발한 모습이며 몽유도원의 선경(仙境)를 접하는 듯하다. 수많은 전래 <백동자>도 중에서도 이 같은 흥신의 경지에 오른 작품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백동자도>는 매우 어려운 그림이다. 작가는 백동자들의 위치와 구성에 대한 집중연구를 위해 수많은 책을 보고 인사동 고미술상의 백동자도를 찾아다니면서 독창적인 <백동자도> 창작에 고심했다.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백동자들의 옷을 백・청・녹・적색 등 원색으로 처리했다.
<백동자도>는 무엇보다 정교함이 요구되기에 작품 당 수 많은 밑그림을 그려 본 후 어렵게 한 점씩 창작된다. 전통 <백동자도>와 또렷이 구별되는 독창적 새로운 <백동자도>를 창작하기 위한 과정은 형용할 수 없는 험난한 작업이 수반되었다.
백동자들의 생동감이 극명하게 묘사되어있는 박종용 화백의 <백동자도>는 땀과 인내의 결정체이다. 전
통 숭상과 민속적 요소를 가미된 그의 <백동자도>는 ‘가화만사성’이 사회 발전의 원동력임을 상기시키
는 소중한 작업이다. 그의 작업들이 재조명되기를 바란다.
<백동자도>(8폭 병풍용)
치수: 각 40x70cm(가로x세로) (8점)
재료: 닥종이・당채 컬러
제작연대・소장자: 1990년대 중반・박종용